올 초부터 재택·분산근무를 시작한 시중은행들은 본격적으로 필요한 IT시스템을 도입하는데 분주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의 업무환경이 바뀌었기 때문.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직접적인 대면회의 대신 화상회의로 전환하고, 재택·분산근무의 인원을 늘리고 있다.

은행들이 분산·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는 배경엔 금융 당국이 규제완화를 하면서부터다.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망분리 환경을 갖춰야 했는데, 지난 2월,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위원회가 일시적인 망분리 완화를 허용했다. 대체인력을 확보하기 곤란하거나 업무상 불가피할 경우 금융사 전산센터 직원뿐만 아니라, 본점 및 영업점 직원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내부통제절차를 거쳐 가상사설망(VPN)을 활용해 보안대책을 적용해야 한다.

은행들은 안전하고 원활한 재택·분산근무를 하기 위해 VPN을 증설하고 있다. VPN은 외부에서 접근할 수 없는 가상 사설망에 사용자의 PC를 연결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원격·재택근무를 할 때 공공 와이파이를 사용할 경우, 해킹 등 보안위협이 있다. 그러나 회사 전용 사설망인 VPN을 사용해 인터넷을 사용하면 보안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

VPN은 주로 논리적 망분리가 이뤄질 때 사용되는 기술이다. 주로 보안에 민감한 공공기관, 대기업, 금융권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본부 직원의 20%가 재택·분산근무 중이다. 원격근무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SSL VPN을 도입한다. VPN이라는 가상터널을 SSL 암호화로 보호하는 것이 SSL VPN이다. VPN과 연결된 사용자 PC는 정책에 따라, 내부 서버에 접근할 수 없다. 보통 재택근무, 출장 등 행외 업무를 위해 구축한다.

데스크톱가상화(VDI)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VDI는 가상 컴퓨터 환경으로, 데이터센터에 있는 서버 자원을 나누어 직원의 데스크톱 자원으로 사용한다. 물리적인 PC가 아닌 서버에 있는 가상 데스크톱을 제공함으로써 회사의 각종 보안정책을 적용하기 수월해진다.

VDI를 통한 논리적 망분리를 하면 인터넷의 자료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은 VDI 전용 망연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은행 측은 “업무망과 인터넷간 안정적이고 신속한 망연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금융티아이는 하나금융지주의 스마트오피스 시스템 증설을 위한 VDI 서버 구입을 계획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미 VDI를 활용, 본부부서 직원들이 VDI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IT그룹과 콜센터에 우선 적용했으며, 작년 초 전 본부부서를 대상으로 확대했다.

‘온택트(Ontact)’ 화상회의 바람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서도 ‘온택트(Ontact)’ 바람이 불고 있다. KB금융그룹, SC제일은행, IBK기업은행 CEO들은 화상회의로 계열사, 영업점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상시 화상회의 체계를 구축한다. 현재 구축된 화상회의 시스템이 노후화돼 품질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행외나 해외점포에서 화상회의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화상회의 시스템과 업무용 PC, 행외 노트북을 연계한 전직원 대상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산업은행은 화상장비를 위한 모니터와 서버, 화상회의 솔루션과 보안 솔루션 등을 도입한다. 외부망 노트북 사용자를 위한 회의, 강의 예약 등의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영업점 재택근무 확산은 ‘아직’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은행은 본점 인력을 대상으로 분산·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영업점 인력의 재택근무는 IBK기업은행이 유일하다. 방역 당국이 공공기관 전 인원의 3분의 1이상 재택근무를 시행하도록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영업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3일부터 2주간 순환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각 영업점 직원의 5분의 1수준에서 순환 형태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팀장급 이하의 전 직원이 대상이다.

하나은행은 영업점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직원들의 재택근무에 대해 폭넓게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아직 시중은행들은 영업점 직원들까지 재택근무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고객 업무를 하는 만큼 재택근무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은행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업무 특성상 고객 대면 업무가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재택근무로 인한 업무 연속성이 불명확하다”며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타행 영업점 직원들도 사내연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영업점은 대고객 업무를 하는 곳이라 재택근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신 창구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하고, 내점 고객들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및 발열체크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고객 업무를 하지 않는 본점 직원들은 이원화 근무, 콜센터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