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반격, “우리의 경쟁력은 점포, 새로운 시도를 하라”

모바일 금융 서비스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1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1개월 내 모바일기기 이용 금융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조사대상자(약 3500명) 중 65%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약 8% 상승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 빈도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42%로 조사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바일 기반의 금융 서비스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 시중은행은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또 관련 법이 통과될 경우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은 지금보다 할 수 있는 금융 산업의 범위가 넓어진다.

결국 더 편하고 빠른 서비스와 혁신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 금융권의 경쟁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기술 변화에 가장 보수적으로 대응했던 시중은행도 동참할 정도다. 과연 시중은행은 모바일뱅킹에서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술력을 넘어설 수 있을까.

시중은행이 디지털전환(DT)에 사활을 건지 채 5년이 되지 않는다. 계기는 바로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때문이다. 두 곳에서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으며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자, 전통 금융권은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은행의 DT는 어느덧 필수 과제로 자리 잡았고, 매년 신년사와 은행장 취임사에서 DT와 뱅킹 서비스의 플랫폼화는 빠지지 않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보다 출발이 늦은 만큼 시중은행은 또 다른 경쟁력 찾기에 나섰다. 바로 은행 영업점, 즉 점포의 고도화다. 물론, 갈수록 은행점포 수와 방문 고객은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점포를 찾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비대면 서비스를 하는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보다 영업점에서 심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보고 고도화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시작한 것이 탄력점포다. 기존 9시에서 4시까지였던 영업시간을 늘렸다. KB국민은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 점포를 개설했다. 신한은행은 평일 오후 8시까지 영업하는 점포를 운영하기로 했다.

토요일도 문을 여는 곳이 있다. 신한은행은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여는 점포를 운영 중이다. 물론, 모두 일부 영업점에 해당하지만 이용추이를 살펴본 뒤 확장할 계획이다.

탄력점포 운영은 평소 은행 점포를 방문하기 어려웠던 직장인 고객에게 직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직장인 고객은 은행에서 대출상담 등을 받기 위해 점심시간을 쪼개거나 휴가 등을 사용해야 했다. 주거래 고객인 직장인에게 이러한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로 경쟁력 갖추기의 일환이다.

점포 축소에 대응해, 한 공간을 두 은행이 나눠 쓰는 경우도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경기도 용인시 한 지점에 공동점포를 냈다. 앞서 두 은행은 해당지역의 지점을 폐쇄했는데, 금융 취약계층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데 공감대가 형성, 공동점포를 개설했다. 시중은행의 점포축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비용 효율화와 은행의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효용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점포의 운영시간을 바꾸는 것 외에도, 새로운 직원을 배치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은행원이다. 아직까지 은행이나 상품안내 등 초기 수준의 서비스지만, AI은행원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등 몇몇 은행은 키오스크를 활용한 AI은행원을 일부 영업점에 배치했고, NH농협은행 등은 준비 중이다.

물론, 과거에도 실제 로봇을 영업점에 배치한 사례도 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단순히 점포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마케팅 측면에선 긍정적일 수 있으나 실효성은 없었다. 시중은행도 과거 사례를 참고해, 단순히 AI은행원을 안내 정도의 용도로만 쓰지 않기 위해 전략을 짜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은 AI은행원을 활용한 서비스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단순 고객응대를 넘어 점포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한다. 신한은행은 AI은행원 고도화를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데스크, 스마트 키오스크, AI컨시어지, 환전 ATM 등 디지털 디바이스와 모바일 채널 등에 AI은행원을 탑재한다. 디지털 데스크는 영업점에서 대출 등을 무인 혹은 화상상담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화상상담 시 타 영업점 직원과 연결되지만, 향후 이 서비스에 AI은행원을 활용한다.

만약 시중은행이 AI은행원을 잘 활용한다면,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점포 축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AI은행원이 오프라인에서 쌓은 각종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에서도 동일한 심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이번 사업에 대해 “온오프라인에서 매끄러운(Seamless)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차별화된 AI은행원을 구축하고 비즈 모델에 최적화해 제공·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렇듯, 시중은행의 점포 활용 실험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비록 점포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시중은행에서 여전히 점포를 경쟁력의 요소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점포에서 제공하는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에서도 동일하게 제공하는 것이 시중은행의 진짜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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