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티라노사우루스와 대화해봤다

Q : 뭐해?
A : 저는 사냥감을 찾고 있어요.

Q : 친구는?
A :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사냥하면서 보냈어요.

사냥을 좋아하는 이 범상치 않은 대화상대는 누구일까? 현대 사회에서는 얼핏 보면 위험하게도 느껴질 법한 대화다. 티라노사우루스와의 채팅이라고 한다면 쉽게 수긍이 간다.

네이버 검색창에 티라노사우루스를 치면 공룡과 채팅을 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 18일 ‘지식인터랙티브’ 서비스를 공개했다. 한 주제에 대해 지식백과나 신문기사를 찾아보는 대신 인공지능(AI) 챗봇과 대화하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다.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한 정보가 궁금하면 직접 대화해보면 된다.

티라노사우루스를 검색하면 지식백과에 있는 사진 대신 3D 그래픽 모습의 공룡이 나온다. “걸어봐”, “뛰어봐”라고 말하면 자기소개를 하며 움직이는 모습도 보여준다. 증강현실(AR) 기술로 현실 공간에 티라노사우루스를 소환해 실제 크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지식인터랙티브 서비스는 현재 티라노사우루스만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다. 앞으로 네이버는 해당 서비스를 사용자들이 자주 검색하는 공룡군부터 기타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일상 대화부터 지식까지 OK…AR은 아쉬워

휴대폰으로 네이버 검색창에 티라노사우루스를 검색했다. (노트북으로 네이버 웹 검색창을 활용했을 경우에는 지식인터랙티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다른 검색어를 검색했을 때와 달리 움직이는 3D 이미지와 함께 ‘대화하기’ 메뉴가 등장했다. 대화하기를 누르면 3D 그래픽 모습의 티라노사우루스와 채팅을 할 수 있다.

처음 만난 상대인 만큼 어색해서 평소 채팅을 하듯 “안녕”이라고 인사했더니 “방가방가~”라고 대답한다. 일상 대화에서 가장 많이 쓰는 “뭐해?”를 시전했더니 “저는 사냥감을 찾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친구는?”에 대해서는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사냥하면서 보냈어요”라고 한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존재한다면 정말로 할 법할 행동은 대부분 사냥이니 ‘기승전사냥’인 것이 자연스럽다. “친구는?”이라는 질문은 “친구는 어디었어?”, “친구가 뭐야?”, “친구가 있어?”처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데 맥락을 잘 읽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 아니라는 정보도 자연스럽게 전했다.

티라노사우르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쪽으로 점차 질문 방향을 바꿨다. “뭐먹고 살아?”라고 물었더니 “저는 육식공룡입니다. 날카로운 원뿔형 이빨을 가지고 있으며 길고 잘 발달된 뒷다리와 강한 근육으로 최고의 포식자였습니다”라고 답한다. “무는 힘은?”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저의 무는 힘은 사자보다 15배 강합니다”라고 정확히 짚었다. 이외 “뛰는 속도는 얼마?”, “저의 달리기 속도는 시속 18~40km입니다”, “피부는 얼마나 두꺼워?”, “약 1.5~2mm이며, 머리 피부는 특히 두껍습니다”와 같은 대화를 나누며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신상 이외 간단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건네봐도 잘 대답했다. 관련 정보가 신뢰할 만한 곳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참고자료를 함께 제시하기도 한다. 챗봇 대답 밑 참고자료 버튼을 클릭하면 관련 정보가 있는 지식백과나 기사가 나온다.

“왜 멸종했어?”라고 물었더니 “‘한겨레’에 따르면 ‘신생대의 시작을 알린 6600만년 전의 소행성 충돌로 새를 뺀 대부분의 공룡을 포함한 지구 생물의 75%가 멸종했다’고 해요”라고 말하며 관련 기사를 제공했다. “앞발은 왜 짧아?”라는 질문에는 “제 앞발이 극단적으로 짧아진 것은, 크고 무거워진 머리의 턱과 이빨 때문에 상체로 쏠린 무게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었어요”라고 답하면서 관련 지식백과 내용을 제시했다.

기사나 지식백과에는 명백하게 나오지 않으면서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주제와 연관이 적은 질문도 건네봤고 능숙하게 대답했다. “어떤 영화에 나왔지?”라는 질문에 “제가 등장하는 영화로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대표적이에요”라고 말했다.

의외의 곳에서 실수를 하기도 했다. “얼마나 강해?”라고 물었더니 “저의 크기는 12~13m입니다”라고 답하는 명백한 실수를 저질렀다. “뭐하고 놀아”라는 질문에는 “주로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살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라며 약간은 어색한 답변을 제시했다.

이 정도 질문을 했더니 더 이상 질문할 주제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검색창 바로 위에 표시되는 질문 예시 블록을 봤더니 아직 질문할 것은 무궁무진했다. 기자가 접한 예시 블록은 ‘어디 가면 익룡 발자국을 볼 수 있어?’, ‘공룡 뼈 화석이 많은 곳’, ‘티라노사우루스 vs 스테고사우루스’, ‘공룡 피부도 화석으로 남았어?’ 등이다. 예상치 못했던 질문을 떠올려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는데 도움이 됐다.

티라노사우루스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눈 후 오른쪽 하단의 정육면체 모양 버튼을 눌렀더니 웹(Web)XR 기반의 AR 서비스가 가동됐다. 핸드폰을 움직여봤더니 내 방 안에서 티라노사우루스를 찾을 수 있었다. 실제 크기로 보기 기능을 하니 크기가 더 커졌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르스 그래픽이 구현된 위치와 내가 서 있는 바닥 기준이 달라 실제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기자의 방 안에 등장한 티라노사우루스

하이퍼클로바와 에어서치 기술이 비결

네이버 지식인터랙티브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일상 언어로 질문해도 AI가 이를 이해하고 전문 정보를 찾아주는데 있다. 특히 AI가 검색어에 이입해 마치 직접 답변하는 것처럼 구현했다. 티라노사우루스를 검색하면 공룡이 직접 답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상 언어를 이해하는 데에는 네이버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검색어를 추천해주는 블록은 에어서치 AI 기술이다. 에어서치 기반 검색에서는 현재 트렌드와 개인 관심사를 반영해 맞춤형 검색 결과를 스마트블록 형태로 제공한다. 예를 들어, ‘캠핑’을 검색하면 사용자의 성별·연령에 따라 관심사가 높을 만한 순서대로 캠핑 준비물 리스트, 초보 캠핑, 캠핑장비, 감성캠핑, 차박용품 등 스마트 블록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이 더 탐색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성은 기자<sag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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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너무 좋네요… 좋은 소식 감사드려요. 브라키오사우르스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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