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미국 아마존 상품을 그대로 긁어서 네이버에 올려 파는 구매대행 판매자를 저격한 글을 썼다. 근데 그 짓을 내가 하고 있다. 누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만드는 걸 쉽다고 했던가. 생각해보니 내가 그랬다. ‘개미 일기’라는 이름의 이 글뭉치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상품을 팔아 부자가 되고 싶은 군소매체 기자의 먹고사니즘을 담았다.

기자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을 열고 운영한지도 어언 3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간 느낀 교훈이 있다면 가만히 있으면 절대 안 팔린다는 거다.

물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무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것은 증명했다. 위탁판매나 구매대행을 한다면 확실히 과도한 재고로 인해 망할 걱정은 없다. 기자도 최근 2주 매출이 0원에 수렴해서 그렇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없다. 이런 거 보면 개미 셀러가 쿠팡보다 형편이 나은 것 같기도 하고.

헬개미마켓의 최근 2주 매출 실적. 10일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으로 보이는 고객 한 분이 물빠짐 야채접시 12개를 구매해서 7만8000원의 매출이 추가된 것 말고 매출은 0원이다. 4일 기준 구매한 사람이 한 명 있긴 한데 이 사람은 결제 취소했다. 먹고 살기 정말 힘들다.

개미 셀러의 고민

하지만 잘 팔리는 것은 다른 맥락이다. 시간을 쏟아야 한다. 샘플이라도 하나 구해서 상품상세를 위한 사진과 영상을 찍고, 쇼핑몰에 업데이트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팔릴만한 ‘좋은 상품’을 찾아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헬개미마켓의 상품 구색이 처음 오픈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5개인 이유가 여기 있다. 기자일을 겸하면서 위에 있는 모든 일을 하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물론 기자의 ‘능력’ 부족일 수도 있다. 유튜브 영상 뒤져보면 투잡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해서 월 수천만원씩 번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기자가 판매하는 상품들이 ‘독립적’이지 않다는 거다. 기자는 현재 어떤 온라인 소매상을 운영하는 지인의 상품을 떼어오고 있는데, 이 분 또한 또 다른 도매상에서 상품을 구해온다. 그리고 많은 경우 도매상이 특정 소매상 하나에만 상품을 주지는 않는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헬개미마켓이 판매하는 전자레인지용 냄비나 물빠짐 야채접시는 모두 어딘가에 있는 상품이다. 네이버만 검색해도 비슷한 가격, 혹은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수십개 이상의 똑같은 상품이 노출된다. 왕왕 똑같은 상품을 기자보다 비싸게 팔고 있는데 네이버 검색 노출 우선도가 높은 판매자도 보이는데, 이들은 다른 의미로 존경스럽다. (기자의 소싱 방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영상을 참고하자.)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이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네이버에 잘 노출하기 위한 개미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기자의 지인 셀러들의 하루 일과를 들어보니 업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자신의 상품과 경쟁 스토어 판매상품의 ‘키워드’를 분석하는데 활용한다고 한다. ‘키워드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여기서 나오는데, 쉽게 말해서 네이버 검색에 우선 노출되는 검색어를 선점하는 작업이다.

물론 이 또한 진흙탕이다. 어떻게 내가 좋은 검색어를 선점한다고 하더라도, 어디서 알고 득달 같이 달려드는 친구들이 있다. 다시 새로운 키워드를 찾아 떠나는 고행이 반복된다.

키워드를 선점하더라도 개미 판매자라면 근본적으로 ‘원가’의 장벽을 못 넘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같은 상품이더라도 하루에 1개 파는 헬개미마켓과 하루에 2만개를 파는 헬공룡마켓의 구매력이 같을 수는 없다. 똑같은 6500원에 물빠짐 야채접시를 팔더라도 기자의 상품 소싱가는 5500원, 누구는 3500원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자가 헬개미마켓보다 구매력이 강한 경쟁 판매자와 가격으로 경쟁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결국 헬개미마켓의 상품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네이버 노출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네이버는 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밝히지 않는다. 판매자들은 그저 ‘높은 가격’ 때문에, ‘느린 물류’ 때문에, ‘리뷰’가 부족하기 때문에, ‘검색어 키워드 최적화’가 안됐기 때문에 등으로 검색 노출이 뒤로 밀리는 이유를 추정할 뿐이다.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웬만해선 내 상품이 안 팔리는 이유다. 그 와중 리뷰 마케팅 체험하라는 마케팅 대행사 전화는 계속 오는데, 이쯤 되면 한 번 속는 셈 치고 돈을 써볼까 싶기도 하다.

근본적인 질문에 빠진다. 헬개미마켓의 탄생 취지처럼 부자가 되기 위해선 결국 상품을 잘 팔아야 한다. 상품을 잘 팔리려면 마케팅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여기부터는 시간뿐만 아니라 ‘돈’도 들어간다. 네이버에 키워드 광고를 돌리든, 유튜버한테 상품 후기를 요청하든, 리뷰 조작단을 데리고 오든 모두 돈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기자는 돈이 없다. 돈을 쓰지 않고도 상품을 잘 팔 수 있는 어떤 달달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국 ‘상품’

고민의 결론은 ‘상품’이더라. 뻔한 이야기지만 잘 팔리려면 ‘좋은 상품’이 필요하다. 여기서 좋은 상품이란 품질이 좋은 상품일 수도, 독립적인 상품일 수도, 가격이 저렴한 상품일 수도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기자는 헬개미마켓에 신규 공급할 ‘상품’ 준비에 열을 올렸다. 기자 업무를 하는 짬짬이 상품 공급처 미팅을 병행했다. 필요하다면 지방에 있는 공장까지 직접 방문했다. 이 모든 게 조금이라도 좋은 상품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기자는 과연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에 의존하지 않고도 상품을 잘 팔 수 있을까. 나도 궁금하다. 독자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 아래는 좋은 상품을 찾고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한 한 개미 셀러의 작은 노력, 그 기록이다.

품질 좋은 상품 찾는 방법

기자가 상품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좋은 품질’을 전문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써보고 그 상품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구분할 수 있다. 개미 셀러 입장에서 품질 좋은 상품을 소싱하기 위한 대원칙은 무조건 내가 경험해서 품질이 증명된 상품만을 팔자는 거다.

물론 기자처럼 ‘위탁판매’나 ‘구매대행’을 판매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면, 내가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전혀 보지도, 써보지도 않고 판매할 수도 있다. 사실 기자도 그랬다. 전자레인지용 냄비를 팔고 있는데, 이 냄비를 써보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맞닥뜨린 고민이 ‘상품상세’더라. 내가 써보지도 않은 상품을 마치 좋은 상품인 것냥 쓰려니까 양심의 가책이 컸다.

기자는 최근 공급처 물류센터에 방문해서 전자레인지용 냄비 샘플을 받아왔다. 이걸로 집에서 라면 끓여먹고 상품상세 다시 만들 거다.

그래서 앞으로 헬개미마켓에 들어올 상품은 최소한 ‘상품 샘플’이라도 어떻게든 구해서 경험하고 업로드 할 계획이다. 음식이라면 당연히 맛을 봐야 하고, 옷이라면 당연히 입어봐야 한다. 나노블럭 프라모델이라면 당연히 조립해봐야 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지금까지 지키지 않았다. 이제라도 해야 한다.


기자는 최근 한남동 루프탑에 바이라인네트워크 회사 직원을 불러 모았다. 공짜 고기를 준다고 꼬셔왔는데, 그 목적은 ‘시식회’다. 조만간 헬개미마켓에서 판매될 예정인 <육그램>의 고기 제품 6종 중에서 최고의 고기를 꼽는 콘텐츠를 여기서 만들었다. 6종 모두 팔진 않을 거다. 가장 맛있는 고기 3개만 골라서 팔 거다. 이 정도 하면 그래도 품질 증명이 되지 않겠나.

내가 또 이러려고 기자됐나 싶다. 사실 기자보단 부자가 되고 싶다.(사진: 이종철 기자)

독립적인 상품은 존재하는가

세상 아래 독립적인 상품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헬개미마켓의 해당 사항은 아니다. 기자가 애플이나 삼성전자, 디자이너 브랜드는 아니지 않은가. 물론 공장 OEM을 해서 브랜드를 붙여 판매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탁생산 구조를 봤을 때 이것과 이름이 다른 유사한 상품은 어디선가 다른 브랜드 이름이 붙어서 팔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나노블럭 트럭은 운송업체 ‘로지스팟’에서 파트너사 대상 선물용으로 만든 제품이다. 기자는 인터뷰 목적으로 방문한 이 업체 사옥에서 이 제품을 만났다. 직접 보니 디테일이 꽤 괜찮아서 로지스팟 담당자에게 판권을 요청해서 판매용으로 재고 20개를 받아왔다. 이 상품이 ‘비매품’이기 때문에 독립적이긴 한데, 지속적인 판매는 불가능했던 게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독립적인 상품을 만드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살짝 돌아갔지만 같은 상품을 팔더라도 ‘콘텐츠’만 잘 만든다면 소비자에게는 독립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미디어 커머스, 콘텐츠 커머스라고 불리는 수많은 업체들이 이미 그 방법을 증명하지 않았는가.

물론 기자의 판매 콘텐츠 제작 역량이 출중하지는 않다. 하지만 최소한 상품상세에 들어가는 사진과 영상, 카피라이트는 누군가의 것을 베끼지 않고 직접 만들 수 있다. 여기서도 밝히자면 지금까지 헬개미마켓에 올라온 모든 상품상세 콘텐츠는 공급업체 대표님이 만들어준 거다. 기자는 거의 복사, 붙여넣기 하는 식으로 그대로 콘텐츠를 가지고 왔다. 이 방식은 아무래도 편한 게 장점이지만, 단점이 있다면 똑같은 상품상세와 이미지를 사용하는 개미 판매자 군단과 경쟁해야 한다는 거다. 특별함이 안 보인다.

로지스팟 나노블럭 트럭 상세 페이지. 이 상품은 헬개미마켓 업데이트 이후 이틀만에 매진됐다. 매진 이후 ‘재입고’를 문의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나름 히트했다고 생각한다. 고객 리뷰도 20명 중 7명이나 달아줬다. 평점은 5점.

그래서 직접 만든 게 로지스팟 나노블럭 상세 페이지다. 여기엔 기자가 직접 3시간 동안 트럭을 조립한 영상을 빨리감기로 편집해서 함께 녹였다. 모든 사진도 기자가 직접 찍었다. 물론 기자가 사진을 잘 찍는 편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 콘텐츠에 진정성이 느껴지기를 바랬다.

원가 경쟁력을 만드는 방법

기자가 위탁판매 방식을 고수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누군가의 상품을 떼어 와서 판매하는 ‘리셀러’가 될 것이다. 여기서 가격을 낮추는 방법 하나는 높은 판매 역량을 바탕으로 ‘원가 협상력’을 갖추는 것이다. 하지만 헬개미마켓은 안 팔리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또 다른 하나의 방법은 최대한 가치사슬의 뒷단으로 가서 소싱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소매채널인 코스트코에서 케찹을 사서 네이버에 되팔이 하는 것과 케찹을 만드는 ‘공장’이나 ‘수입 총판’에서 케찹을 떼어 와서 판매하는 것은 원가 경쟁력에서 차이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공장은 기자와 같은 개미 판매자를 직접 만나주지 않는다는 풍문이 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실제 기자가 지인의 소개로 방문한 영월농협 가공공장의 김대현 소장은 ‘소규모 개인 판매자에게도 상품을 떼어 주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한 두건 파는 분들은 제가 안 만나죠”

이 공장은 전국 농협 가공공장 중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연매출로는 200억원. 영월에 있는 식품회사 중에서도 탑클래스다. 이곳의 주력 고객은 ‘온라인 개미 판매자’가 아니다. 200억원 매출 중 45% 가량은 농협 하나로마트를 대상으로 전국 유통하는 영업소에서 나온다. 25% 정도인 약 50억원은 홈쇼핑업체들과 협업해서 상품을 개발, 공급하는 데서 나온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거래가 매출의 중심이 되는 공장이고, 온라인 공급 비중은 상대적으로 벅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 영월가공공장이 개미 판매자에게 상품을 안 떼어주는 것은 아니다. 김 소장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어떤 한 분이 영월농협 가공공장에 방문했다고 한다. 친구와 둘이 온라인 판매 사업을 하고 있는 소규모 업체였다. 초기 월 300만원의 매출도 안 나왔던 이 업체는 농협의 상품을 가져가서 판매한 이후 현시점 월 3억원 규모의 매출을 내는 스토어로 성장했다고 한다. 김 소장은 이렇게 회상한다.

“그 분이 네이버에 우리 상품을 다 깔았죠. 제가 초기에 전국 농협 네트워크에서 팔릴만한 상품들을 찾아서 그 분에게 연결을 해줬어요. 예를 들어서 명절이라면 평창축협을 연결해줘서 한우를 공급해주고, 대성농협은 또 땅콩이 유명하거든요? 그런 상품을 또 연결해줬어요”

개미 판매자라고 해도 한 번쯤 현장 박치기를 못할 건 없다는 이야기다. 기자 또한 영월농협 가공공장에 방문해서 약 10종의 상품 샘플을 떼어 왔다. 이 중 기자가 직접 맛본 상품 중에서 몇 가지를 추려서 영월농협 가공공장에 재차 상품 공급을 제안하고 공급가를 협상할 계획이다. 당연히 영월농협 가공공장 측면에서도 얻는 건 있어야 되기 때문에, 그 부분도 제안서에 강조할 예정이지만 사실 이 협상에선 기자가 슈퍼을이다. 대부분의 경우 헬개미마켓에 상품을 주는 업체 대표님들의 생각은 두 가지로 수렴하는 것 같더라. 재밌어서, 혹은 안쓰러워서. 잘 팔릴 것 같아서 상품을 주는 사람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영월공장에서도 상품 공급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소장은 이렇게 답했다. “김 과장(담당 실무자) 기분 좋은 날엔 공급가가 괜찮고, 기분 안 좋은 날엔 올라갈걸요? 기분 안 좋으면 전화도 안 받아요”

영월에서 떼어온 상품 샘플들. 매력적인 상품이 참 많았는데, 이건 별도의 이야기로 풀어본다.

돌아와서 만약 이번 영월농협 가공공장 상품의 헬개미마켓 입점이 성사가 된다면 농협 영월공장과 기자 사이의 ‘중간 도매상’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가격’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거다. 헬개미마켓은 <육그램>의 고기, <영월농협가공사업소>의 식품 외에도 조미료 제조업체, 교육키트 수입총판, 동대문 패션 플랫폼 등과 상품 공급을 협의할 계획이다. 헬개미마켓은 더욱 강력해진 상품으로 돌아온다. 여전히 먹고 살기는 참 힘들지만 말이다.

개미 일기 모아 보기

1편 – 네이버 셀러가 됐다

2편 – 진짜와 개미의 상품 소싱법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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