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당장 이번달부터 바이라인비즈니스네트워크가 기획한 아마존 BM 스터디가 시작되는데, 내가 아는게 없어서다. 첫 번째 책은 Day1이다. 별 다른 의미는 없다. 첫 번째로 읽는 아마존 책이니 Day1을 선택했다. 이 책은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1997년 아마존의 상장(IPO) 이후 매년 주주들에게 보내고 있는 편지(Letters to Shareholder)를 다룬다. 제프 베조스의 주주서한에는 한 해의 아마존의 전략과 성과, 그리고 실패가 녹아 있다. 아무래도 제프 베조스 ‘공인’이 갖는 특별함이 있다.

Day1은 아마존이 공개한 주주서한을 단순히 번역한 책이 아니다. 아마존 전략에 대한 국내 학계, 업계에 속한 저자들(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이형일 위메프 해외사업TF)의 해석을 함께 담았다. 책에서 저자들이 아마존과 주요 비교대상으로 언급하는 ‘C기업’이 있는데, 당연히 쿠팡이다.

2015년 12월 발행된 이 책은 아마존의 과거를 다룬다. 발행 당시 가장 최신의 2014년 주주서한과 1997년 첫 번째 주주서한을 먼저 살펴보고, 이어서 시간을 역순으로 거슬러가며 아마존의 과거를 들여본다. 독서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아마존의 과거가 쿠팡의 현재와 무섭게 닮았다는 것이다. 이미 쿠팡이 아마존을 거의 똑같이 따라한다는 것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인된 일이지만, 그것을 제프 베조스가 작성한 서한을 통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물론 쿠팡만이 갖는 아마존과 다른 ‘특별함’도 있다. 그 특이점을 따라가다 보면 무엇인가 얻을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오늘 콘텐츠의 컨셉은 시간여행이다. Day1이 현재부터 과거로 거슬러 내려왔다면, 나는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존과 쿠팡의 역사를 함께 본다.

시작은 고객에 대한 집착

아마존과 쿠팡, 두 기업의 시작(Day1)은 동일하다. 고객에게 무섭게 집착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매년 보내는 주주서한 마지막에 1997년 처음 썼던 편지를 첨부한다. 아마존이 1997년부터 변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주주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 원칙이란 ‘고객중심’, 아마존 식으로 표현하면 좀 더 세게 ‘고객집착’을 뜻한다.

제프 베조스가 1997년 첫 번째 주주서한에서 강조한 원칙들. 첫 번째 원칙으로 명기된 것이 ‘고객에 대한 집착(We will continue to focus relentlessly on our customers)’이다. 이 원칙들을 장기적 관점으로 지켜나가겠다는 것이 아마존이 강조한 첫 날의 약속이다.(자료: 1997 Letter to Shareholders, Amazon)

쿠팡도 마찬가지다. 쿠팡의 리더십 제 1원칙은 고객이다. ‘최고의 고객중심 기업을 지향한다’고 말하는 것, 고객이 ‘쿠팡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 고객에게 와우(WOW)를 만드는 것. 조금 닭살 돋는 이야기지만 이게 쿠팡의 지향점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비전은 무조건 고객이다. 쿠팡의 모든 사업은 ‘고객을 와우하게 만든다(Wow the Customer)’는 하나의 원칙에서 출발한다”며 “쿠팡 내부에서 고객관련 지표를 다룰 때는 20%, 30% 개선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렇게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무조건 전년 동기 100배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계획된 적자에 대한 강박

쿠팡과 아마존, 두 기업 모두 좋아하는 또 다른 말은 ‘장기적 관점’이다. 제프 베조스의 1997년 주주서한에도 나와 있는 원칙의 절대적인 전제조건은 ‘장기적 관점’이다. 당장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주주들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계속한다는 것이 제프 베조스의 약속이다.

실제 아마존은 1994년 창업 이후 처음 흑자 전환하는 2002년까지 8년 동안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02년 이후에도 수시로 적자와 흑자를 오르내리는 행보를 보였다. 예컨대 아마존의 최근 3년 재무제표를 보더라도 새롭게 투자하는 국제부문(International)은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영업손실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아마존이 신규 진출하는 지역의 ‘물류 인프라’ 투자가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아마존은 개의치 않는다. 아마존은 과거 북미부문(North America)에서이미 물류 인프라 투자에 대한 비용이 결국 ‘수익’으로 전환되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때문에 새로운 시장에서도 초기 높은 비용 투자가 종국에는 높은 이익을 가지고 올 것이라는 것이라 믿는다.

최근 3년(2015년, 2016년, 2017년) 아마존의 영업이익 현황(단위: 백만 달러). 아마존은 북미(North America), 국제(International), AWS(Amazon Web Service) 세 개 부문으로 나눠 재무제표를 공개한다. 아마존의 3대 비즈니스(후술) 중 두 가지인 마켓플레이스와 아마존프라임의 손익은 각각 북미, 국제(북미 외)부문에 녹아있다고 보면 된다.(자료: Amazon 2017 Annual Report)

쿠팡은 한국에 ‘계획된 적자’라는 말을 유행시킨 기업이다. 쿠팡은 그들의 사입형 유통 서비스 ‘로켓배송’이 처음 론칭한 2014년부터 매년 수천억원 단위의 영업손실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업계의 우려에 대한 쿠팡의 반응은 한결 같다. “계획된 적자다. 과감한 투자를 지속한다” [관련 영상 : 대마는 죽지 않아!]

사실 많은 업계 사람들은 얼마 전 까지만해도 쿠팡 저러다 언제 망하나 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쿠팡도 불안했을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쿠팡은 누적투자금 이상의 누적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쿠팡은 2018년 11월, 보란 듯이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의 추가투자 유치를 발표한다. 아마존이 1994년 창업 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면, 쿠팡은 2010년 창업 이후 8년만에 한국 IT업계에는 전무후무한 투자를 유치해냈다. ‘장기적 관점’만 봤을 때는 아마존보다는 쿠팡이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로켓배송 론칭(2014년 3월)을 기점으로 쿠팡의 매출과 영업손실 현황

로켓배송이 만든 아마존과의 접점

쿠팡은 2010년 창업 이후 몇 년 동안 소셜커머스였다. 온라인에서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쿠폰 싸게 살 수 있는 공동구매 사이트 같은 느낌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쿠팡과 아마존과의 접점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쿠팡이 아마존스러워지기 시작한 시점은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 3월이 기점이다. 로켓배송은 아마존이 초기에 취했던 ‘사입형 유통’ 모델이다. 물류센터를 만들고, 그곳에 재고로 상품을 보관해둔다. 이를 통해 중개형 오픈마켓(마켓플레이스) 모델에서는 통제가 안 되는 셀러들의 들쭉날쭉한 배송시간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익일배송을 보장할 수 있는 이유다.

아마존 역시 초기 시애틀에서  첫 번째 물류센터(Fulfillment Center)를 직접 운영했다. 당시 물류센터 면적은 고작 5만제곱피트(약 1400평)였다. 아마존은 이 물류센터에 도서를 재고로 구비하고 온라인으로 판매했다. 책이 잘 팔리기 시작하자, 물류시설도 늘어났다. 1997년 11월 아마존은 델라웨어에 두 번째 물류센터를 오픈하고, 시애틀 물류설비의 확장작업을 함께 진행한다. 이 당시 아마존의 전체 물류센터 규모는 28만5000제곱피트(약 8000평)였다. 현재 아마존은 전 세계 175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은 같은 시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아마존보다 빠르게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있다. 2014년 로켓배송 론칭 이후 2018년까지 4년 동안 쿠팡이 확보한 물류센터 면적은 축구장 151개 넓이와 맞먹는다고 한다. 대략 축구장 하나가 1900-2500평이라고 한다면, 쿠팡의 물류센터 전체 면적은 28만7000-37만8000평 사이로 추산 가능하다. 사실 국토면적이 한국보다 훨씬 큰 미국의 아마존과 비교하면 쿠팡의 물류센터가 너무 많다는 느낌이 있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물류 인프라 확충은 쿠팡이 아마존 이상으로 해내고 있다. (당연히 돈도 많이 쓰고 있다.)

아마존과 쿠팡은 초기에 같은 사입형 유통사업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은 있다. 물류센터 출고 이후인 배송 운영 방식의 차이다. 아마존은 일부 지역에서 직접배송을 운영하긴 했지만, 기본은 USPS 등 물류사업자를 통한 아웃소싱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배송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쿠팡의 로켓배송은 초기 ‘쿠팡맨’이라는 배송인력을 직접고용 하면서 물류운영을 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에서는 쿠팡이 전무후무한 시도를 한 것이다. 쿠팡은 쿠팡맨 직접고용을 통해 택배업체는 못하는 ‘감성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초기 엄청난 바이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차이도 점차 희석되고 있는 모습이다. 쿠팡 역시 물량이 점차 늘어나는 로켓배송 중기부터는 한진 등 국내 택배업체 아웃소싱을 병행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쿠팡맨 또한 이미 택배기사만큼의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말 쿠팡은 쿠팡맨이 속한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국토교통부를 통해 ‘택배업체’로 인증받기도 했다. 쿠팡맨은 택배기사가 됐다. 쿠팡맨의 업무가 많아짐에 따라 예전처럼 손편지를 쓴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감성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졌다. [참고 콘텐츠 : ‘감성’이 사라진 로켓배송, 남겨진 숙제]

치고온다 마켓플레이스

아마존은 1999년 ‘아마존 옥션’을 시작하면서, 현재 아마존의 ‘3대 꿈의 비즈니스모델’이라고 불리는 첫 번째 비즈니스인 마켓플레이스의 기반을 마련한다.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란 기존 아마존 자사 상품만 판매하던 쇼핑몰 제품 상세 페이지를 제 3자 셀러에게 제공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모델을 말한다. 한국의 오픈마켓이 같은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라 볼 수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옥션’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고작 7명의 고객이 사이트를 방문할 정도로, 고전을 했지만 2017년 기준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50% 이상이 마켓플레이스에서 나올 정도로 큰 성장을 이룩했다.

제프 베조스가 밝힌 꿈의 비즈니스

1) 고객들에게 사랑받는다(Customers love it)

2) 성장 가능성이 크다(It can grow to very large size)

3) 자본 이익률이 높다(it has strong returns on capital)

4) 지속가능성이 있다(it’s durable in time)

제프 베조스가 2014년 주주서한을 통해 밝힌 ‘아마존의 3대 비즈니스’가 있다. 첫 번째는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 1999년 시작), 두 번째는 멤버십 서비스(Amazon Prime, 2005년 시작), 세 번째가 클라우드 서비스(Amazon Web Service, 2006년 시작)다. 제프 베조스가 주주서한에 남긴 내용에 따르면 이 세 가지 BM은 ‘꿈의 비즈니스의 조건’에 부합한다.

쿠팡의 행보도 아마존과 같다. 사입 유통 형태의 로켓배송 다음으로 쿠팡이 확충한 것이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하고 2년 뒤인 2016년 6월,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인 ‘아이템마켓’을 시작했다. 그전 쿠팡에서 팔던 상품들이 물류센터에 직매입해 재고로 구비해둔 로켓배송 상품과 소셜커머스 상품이 섞여있었다면, 아이템마켓 론칭 이후 쿠팡은 공식적으로 ‘소셜커머스’ 딱지를 버렸다.

쿠팡의 아이템마켓이 지마켓, 11번가 등 경쟁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와 차별점으로 내세운 것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좋은 고객 경험을 주는 상품 하나(아이템위너)만 고객에게 노출시킨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같은 상품을 여러 개 보면서 서로 다른 가격조건, 배송조건을 비교하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쿠팡의 아이템마켓 알고리즘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추천하는 개념이 아니다. 상품가격, 배송조건, 고객만족도 등 고객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며, 또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쿠팡 관계자는 “여타 오픈마켓과 달리 아이템마켓은 같은 구성이라면 단 하나의 상품만 고객에게 노출시켜준다”며 “판매자는 수시로 알고리즘이 바뀌는 상황에서 아이템위너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늘날 쿠팡이 보유한 ‘돈 버는’ 양대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됐다. 여기에 쿠팡이 돈 버는 비즈니스 모델로 강조하는 마지막 하나가 추가되니, 그것이 후술할 섭스크립션(구독형 멤버십 서비스)이다.

쿠팡의 오늘 섭스크립션

아마존은 2005년 두 번째 꿈의 비즈니스를 발굴한다.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프라임’이 그것이다. 초기 아마존프라임은 연간 일정금액을 지불하면 무료로 미국전역 2일배송(Two-Day Shipping)을 제공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했다.

아마존프라임에는 2011년부터 단순히 빠른 배송뿐만 아니라 콘텐츠 구독 서비스가 녹아들기 시작했다. 아마존프라임에 PIV(Prime Instant Video) 서비스가 추가됐으며, 아마존 자체 콘텐츠 생산까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경쟁구도는 이때부터 만들어진다.

이제 아마존프라임은 영화, 음악, 게임, 전자책, 클라우드 저장소 등 보다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멤버십 회원들에게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아마존이 제조한 디바이스인 전자책 ‘킨들(Kindle)’, TV용 단말기 ‘파이어TV(Fire TV)’,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Echo)’ 등이 아마존프라임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존과 애플의 직접 경쟁이 시작된 배경이다.

아마존프라임 멤버십 혜택. 119달러의 연간구독으로 빠른배송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와 저장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프라임의 기본인 빠른배송도 점차 고도화 돼 일부 지역에서는 당일배송이나 2시간, 1시간 배송까지 제공되고 있다. 홀푸드 등 아마존이 인수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여,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도 프라임에 결합되는데, 그게 아마존프라임프레시다. (자료: Amazon)

아마존프라임이 멤버십 회원에게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 가능한 이유는 아마존이 ‘사입재고 유통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마존이 먼저 시작한 마켓플레이스 판매 상품이 아니라면, 실물재고를 아마존 물류센터에 미리 보관해두고 판매했기 때문이다.

제프 베조스는 2014년 주주서한을 통해 “아마존은 아마존프라임 서비스를 위해 각 상품 카테고리 별로 온라인 매장을 운영할 소매팀을 만들고, 재고보충과 재고배치 및 제품가격 설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대규모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확한 날짜에 배송한다는 아마존프라임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선 물류센터를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해야 했다”며 “아마존의 사입재고 유통사업은 프라임 서비스의 회원을 증가시키는 최고의 수단이며, 거래량을 늘리고 셀러들을 모집할 수 있는 근간”이라 전했다.

쿠팡도 아마존과 같이 ‘사입재고 유통사업(로켓배송)’을 근간으로 하는 국내 유일한 이커머스 업체다. 그렇기에 쿠팡이 멤버십을 시작한다면 ‘빠른 배송’이 혜택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실제 쿠팡은 ‘빠른 배송’을 혜택으로 녹여 2018년 10월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클럽’을 시작했다.

다만, 쿠팡의 로켓와우클럽이 아마존프라임의 혜택을 그대로 가지고 오진 않았다. 미국과 한국의 물류환경 차이를 고려해 상당부분 한국화가 됐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국토가 좁고 ‘익일배송’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택배업체가 존재한다. 택배업체의 과다경쟁으로 택배단가가 매우 낮고, 이커머스 업체들의 과다경쟁으로 ‘무료배송’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한국이기도 하다. 아마존프라임이 제공하는 2일배송 수준으로는 멤버십 고객을 절대 끌어들일 수 없다.

잠깐 추가로 사족을 달자면, 한국 대형 택배업체들의 익일배송률이 매우 높음에 불구하고, 우리가 실제 쇼핑몰에서 주문한 상품이 내일 바로 도착하지 않는 이유는 택배보다는 그 전처리 과정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대문 옷을 판매하고 있는 쇼핑몰들은 통상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당일 주문 받은 상품을 다음날 새벽 도매시장을 돌면서 사입하고, 익일출고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 하는데 사입하러 갔더니 고객이 주문한 상품 재고가 없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경우 배송지연보다는 입고지연이라 보는 것이 적합하다.

쿠팡의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가 회원에게 제공하는 혜택. 모두 물류와 관련돼있다. 로켓와우는 월 2900원의 과금체계를 갖고 있다. 현재는 이벤트로 무료.

그래서 쿠팡의 멤버십 ‘로켓와우클럽’이 회원에게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 혜택 또한 기존 한국 택배업체가 제공하지 못하는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에 특화됐다. 기존 시장의 일반적인 사업자가 제공하는 것보다 한 단계 높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그간 차근차근 물류를 내재화한 쿠팡이기에 가능한 서비스고, 그렇기에 경쟁 이커머스업체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만들어 진다. 택배업체 아웃소싱을 통해 배송하는 국내 경쟁 이커머스업체의 멤버십 서비스에서는 물류를 경쟁력으로 내재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이베이코리아 등 경쟁업체의 멤버십 서비스는 물류가 아닌 포인트나 캐시백을 혜택으로 제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쿠팡은 2019년 주력 사업모델로 ‘로켓와우클럽’ 멤버십을 꼽았다. 지난해 12월 기준 100만명 이상의 로켓와우 멤버십 회원을 확보했고, 이후에도 로켓와우를 위한 기술개발에 투자와 노력을 지속한다는 게 쿠팡측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2019년 쿠팡이 주력하고 있는 비즈니스모델은 로켓와우클럽”이라며 “이미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D+1의 혁신을 가져왔다. 여기에 당일배송, 새벽배송으로 대표되는 D+0.5, 쿠팡이츠로 대표되는 D+0의 혜택을 로켓와우클럽에서 제공할 것”이라 말했다.

지금까지 쿠팡의 아마존바라기 행보를 봤을 때 향후 로켓와우클럽에도 아마존프라임과 같은 ‘콘텐츠 구독’ 서비스가 포함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쿠팡이 당연히 할 것 풀필먼트

아마존은 아마존프라임을 론칭하고 1년 뒤인 2006년 마켓플레이스 셀러들을 위한 물류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시작한다. 제프 베조스의 표현에 따르면 FBA는 두 개의 꿈의 비즈니스인 마켓플레이스와 아마존프라임을 이어주는 ‘접착제’가 된다. FBA 덕분에 두 개의 서로 다른 비즈니스인 마켓플레이스와 아마존프라임이 하나의 비즈니스처럼 운영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FBA로 인해 아마존의 셀러는 아마존의 또 다른 고객이 됐다. 셀러가 자신이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 재고를 아마존 물류센터에 보관하면, 이후 물류센터 운영과 배송, 반품, CS(Customer Satisfaction)까지 아마존이 셀러를 대신해 수행하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게 FBA의 개념이다.

FBA를 이용하는 셀러는 전 세계 1억명 이상의 ‘아마존프라임’ 고객에게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아마존 입장에선 FBA를 이용하지 않는 셀러들에 비해, FBA를 이용하는 셀러에게 우선노출 등의 혜택을 줄 수 있다. 제프 베조스의 주주서한에 따르면 2014년 미국 셀러 대상 조사결과 71%의 FBA 이용 셀러가 20% 이상의 매출증대 효과를 봤다.

아마존 입장에선 손해볼 것이 없다. 이미 자사 상품을 처리하고자 미국 전역에 구축해둔 ‘물류센터’ 인프라의 남는 공간을 셀러들에게 빌려주면 그만이다. 셀러들은 아마존이 수십년 동안 쌓아온 물류운영과 시스템 역량까지 빌려서 판매사업을 할 수 있다. 아마존프라임 고객(소비자)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아마존이 사입해둔 상품 외에 더 많은 상품을 아마존프라임을 통해 구매할 수 있게 돼 선택권(Selection)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강조하는 플랫폼의 플라이휠(Flywheel) 효과가 여기서 나온다.

한국에 진출한 두 개의 아마존 사업부문 중 하나인 AGS도 한국셀러들에게 FBA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사진은 AGS 행사에서 찍은 FBA 설명도.

이제 아마존은 마켓플레이스와 FBA를 글로벌로 확장하여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셀러가 보유한 좋은 상품을, 아마존이 보유한 전 세계 13개 마켓플레이스와 175개 물류센터를 통해 185개 국가와 도시에 B2C 전자상거래 판로를 열어주는 AGS(Amazon Global Selling)가 그것이다. 제프 베조스의 2017년 주주서한에 따르면 글로벌 셀러들의 판매 비중은 아마존을 통한 제3자 판매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한국에도 2015년부터 아마존글벌셀링이 진출하여 한국셀러들의 상품을 소싱하고 있다.

쿠팡은 현재 FBA와 같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쿠팡이 가까운 미래에 진입할 비즈니스에는 ‘FBA’와 같은 풀필먼트 사업이 당연히 포함될 것으로 예측된다. 쿠팡은 2016년 6월 마켓플레이스 ‘아이템마켓’을, 2018년 10월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클럽’을 시작했다. 아마존바라기인 쿠팡이 제프 베조스가 마켓플레이스와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를 이어주는 ‘접착제’라고 표현한 풀필먼트 사업을 안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이미 쿠팡의 판짜기는 끝났다. 쿠팡은 전국에 사입 재고를 보관할 수 있는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지금까지 쿠팡의 신규사업 이름들이 어땠는지 생각해보자. 아마존의 일반인 배송 서비스 ‘아마존플렉스’ 이름을 그대로 따서 ‘쿠팡플렉스’를 시작했다. 아마존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아마존프레시’ 이름을 그대로 따서 로켓프레시를 시작했다. 쿠팡이 가까운 시일내에 FBA 이름을 그대로 딴 FBC(Fulfillment By Coupang)를 시작한다면 어떨까. 이미 쿠팡의 물류센터 운영을 전담하는 쿠팡의 자회사 이름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다. 원래 컴서브였는데 이름 바꾼거다.

여기에 상상력을 보태보자면 쿠팡은 미국회사고, 이미 미국에도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다. 현재 쿠팡은 미국 물류센터에 재고로 보유해둔 상품을 한국으로 3일만에 배송하는 ‘로켓직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미국에 제휴된 ‘마켓플레이스’만 있다면 쿠팡이 AGS와 같은 글로벌 마켓플레이스 사업으로 확장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쿠팡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직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는 로켓직구고, 나머지 하나는 아이템마켓을 통해 구매대행 셀러의 상품을 입점시켜 판매하는 것이다. 당연히 후자는 배송시간 3일 보장이 안된다. 기자가 얼마 전에 쿠팡에서 산 가죽셔츠가 일주일이 넘어 배송된 이유다.(자료: 쿠팡)

쿠팡에게 없는 것 ‘클라우드’

아마존은 FBA를 론칭한 것과 같은 해인 2006년 AWS(Amazon Web Service)를 시작한다. 아마존이 현재 이야기하는 마지막 꿈의 비즈니스가 이 때 탄생한다. AWS의 개념은 간단하다. 아마존이 그간 자사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기 위해 구축한 서버와 컴퓨팅 자원을 이제 막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업체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 것이다. 업체들은 아마존이 이미 구축한 IT인프라를 빌려서 더 저렴한 비용에 빠른 서버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 현재 유니콘 스타트업 대열에 오른 드롭박스와 에어비앤비 모두 AWS와 함께 시작한 업체다. 한국에서도 우아한형제들, 마켓컬리 등이 AWS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이다. [참고영상: 아마존 때문에 한국 사이트가 뻗은 이유!]

AWS는 현시점 글로벌 선도 클라우드 서비스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아마존의 뒤를 좇고 있지만, 4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AWS와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AWS는 아마존의 ‘과감한 투자’를 만드는 캐시카우이기도 하다. AWS는 2017년 기준 43억31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만들었다.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와 아마존프라임 등의 서비스가 포함된 북미부문이 28억3700만달러의 영업이익, 국제부문이 30억62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아마존을 혼자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 이 AWS다. 아마존의 총매출에서 AWS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1% 정도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73%가 넘는다. AWS가 있기 때문에 아마존은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쿠팡에게 아쉬운 것은 이 지점이다. 쿠팡은 현재 아마존의 AWS와 같은 캐시카우가 없다. 아마존이 AWS에 나오는 이익을 기반으로 새로운 지역에 대한 투자활동을 한다면, 쿠팡은 남의 돈을 끌어와서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쿠팡은 공식 코멘트로 “하룻밤 사이 주문량이 두 배로 늘어나는 갑작스러운 증가에도 장애 없이 순식간에 대응해내는 대규모 클라우드 플랫폼”을 자랑하는데, 이게 사실 AWS다. 쿠팡은 AWS의 고객사로 아마존의 서버를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향후 쿠팡이 국내 시장에서 아마존의 북미부문 수준의 힘을 만들지 못한다면, 쿠팡의 물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비용을 쏟아내는 괴물이 될 것이다.

이제 쿠팡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다. 아마존의 AWS 같은 캐시카우를 만들어낼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 번 쩐주에게 대규모 투자를 수혈할 것인가.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마지막 선택지다. 쿠팡이 이베이도, 신세계도, 네이버도 다 잡아먹고 아마존이 미국에서 만들었던 것처럼, 국내 이커머스 원탑이 되는 것이다. 모쪼록 아마존을 닮고 싶은 기업 쿠팡의 무운을 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