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17] 249달러 아너 6X, 달라진 스마트폰 시장

“화웨이는 따로 발표회가 없어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현장에 와 있다. 사실 등록이 늦어져서 CES 준비도 덩달아 늦었다. 부랴부랴 큼직한 기업들이 따로 미디어 발표 행사를 갖는지 알아보다가 화웨이에도 연락을 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따로 행사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보니 3일 오후 아너(Honor)의 신제품 발표회가 있었다.

약간 헤맨 끝에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화웨이의 안내를 탓하는 게 아니라 이게 현재 아너의 정확한 위치를 보여주는 예다. 화웨이와 아너는 완전히 다른 회사고 그걸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혼란이랄까. 당연히 아너의 행사장 어디에서도 화웨이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너는 화웨이의 한 브랜드였다. 화웨이에는 이미 메이트, 어센드, P 같은 브랜드들이 있었다. 아너는 그 사이에서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별도의 팀으로 운영됐다. 정확히는 온라인 위주의 마케팅과 유통을 끌고 가는 샤오미의 전략을 화웨이 식으로 풀어낸 브랜드다. 결국 이 브랜드는 별도의 회사로 분리됐고 그게 벌써 3년이나 됐다. 아너의 조지 차오 대표는 “이용자와 팬이 1억 명이 넘었다”는 말로 브랜드의 독립성을 언급했다. 어쨌든 아너의 독립을 피부로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자리임에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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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의 주인공은 스마트폰 ‘아너 6X’였다. 아너가 신제품에서 강조한 단어는 ‘더블(double)’이었다. 조지 차오 대표는 ‘더블이거나 아니거나(double or not)’이라는 주제로 카메라, 성능, 배터리 등을 설명했다.

아너 6X는 요즘 흐름인 듀얼 카메라를 썼다. 듀얼 카메라를 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일단 6X에는 1200만화소와 200만 화소의 카메라가 들어간다. 두 가지 렌즈를 번갈아서 쓴다기보다 200만 화소 카메라를 보조 센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직접적인 활용 시나리오는 조리개 심도 효과다. 6X 카메라에는 조리개 모드가 있는데 두 개의 카메라를 이용해서 다초점 사진을 찍는 것이다. 두 개의 카메라로 여러 장의 사진을 빠르게 찍고 실제 피사체들의 거리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면 초점이 맞은 부분은 또렷하게, 그렇지 않은 부분은 뿌옇게 처리할 수 있다. 이를 소프트웨어로 조합해서 극단적인 피사계 심도 효과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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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개값을 조정하는 것처럼 심도 표현을 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사실 초점을 맞추는 부분을 구분하고 나머지를 흐리게 만드는 효과는 여러 스마트폰이 쓰고 있다. 아너는 이 심도 표현을 ‘디지털 조리개’라는 이름으로 설명한다. 조리개 값을 f/0.95부터 f/16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 빛의 밝기를 조정하는 조리개가 아니라 그만큼 심도를 얕게, 혹은 깊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조리개 값에 빗댄 것이다. 화웨이의 스마트폰에도 있는 기능인데 기능의 역할을 쉽게 알 수 있는 예다.

두 번째 더블은 성능이다. 아너가 화웨이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해도 여전히 한솥밥을 먹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프로세서다. 아너 6X에는 화웨이가 만든 기린(kirin) 655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16nm 공정으로 생산되는 칩으로 이전 제품인 아너 5X에 비해서 CPU는 65%, GPU는 100% 성능이 높아졌다. 안드로이드 역시 화웨이가 쓰는 EMUI 버전을 쓴다. 현재는 안드로이드6을 쓰고 2분기에 안드로이드7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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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차오 대표, 아너 6X 발표를 직접 맡았다.

전체적으로 아너 6X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서의 색깔은 여전히 화웨이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앱 서랍이 빠지는 EMUI부터 하드웨어, 그리고 앱에 흐르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웨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더블은 배터리다. 아너 6X의 배터리 용량은 3340mAh다. 아너의 설명으로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2일을 넘게 쓸 수 있고, 스마트폰을 조금 많이 쓴다고 해도 하루 반을 버틴다고 한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들이 대체로 대용량 배터리에 저전력 프로세서와 보조 프로세서를 이용해 하루 넘게 쓸 수 있게 됐는데 아너 6X도 그 대열에 오르는 제품이다. 아너는 배터리를 두고 온도, 습도 등 가혹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마쳤고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너가 6X를 두고 꺼낸 세 가지 ‘더블’은 조금 억지스런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듀얼 카메라를 앞세운 사진 관련 기능은 요즘 스마트폰 업계의 중요한 포인트다. 성능과 운영체제 최적화는 어느 제품을 막론하고 안드로이드를 돌리기에 충분한 수준에 올라서 있고 어느 정도 한계에 올랐지만 여전히 1년에 한 번씩 나오는 제품들은 세대교체라고 부를 만큼의 성능 향상을 이어가고 있다. 배터리는 최근 홍역을 치른 삼성전자를 겨냥하는 듯 한 메시지를 꺼내놓긴 했지만 용량을 떠나 하루 이상 쓸 수 있는 배터리도 이제 대중화됐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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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와 셀카봉을 합친 액세서리도 함께 발표했다.

무엇보다 아너 6X의 강점은 가격이다. 최고 수준의 제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금속 케이스, 5.5인치 풀HD 디스플레이, 듀얼 카메라, 옥타 코어 프로세서 등 요즘 스마트폰의 핵심 마케팅 요소들을 두루 갖췄지만 메모리 3GB, 저장공간 32GB의 기본 모델이 249달러, 메모리 4GB, 저장공간 64GB의 고급 모델이 299달러다. 우리 돈으로 30, 36만원 정도다. 이동통신사 보조금 등이 없는 순수한 제품 가격이다. 애초 샤오미를 겨냥해 유통과 가격으로 승부하는 아너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너는 아직 국내에 들어오진 않는다. 제품이나 브랜드도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너는 중국을 비롯해 유럽,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너 같은 제품이 성장하는 배경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일어나면서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 브랜드의 중요도는 점차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고 기술 발전으로 인해 중저가 제품도 성능이나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 전반적인 상향 평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한다. 스마트폰을 사는 데 249달러면 충분한 시대가 오고 있다.

아너는 1월4일부터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시장에 출시되고, 말레이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러시아, 아랍 에미레이트 등의 아시아 국가에도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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