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한국은 ‘지는 별’, 일본·홍콩·동남아는 ‘뜨는 별’

“한국은 블록체인 시장이 빠르게 흥행한 나라이긴 하죠.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웹3 회사들이 일본과 홍콩, 동남아로 사업 중심지를 옮기고 있어요.”·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은 최근 <바이라인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일본, 홍콩, 동남아 국가들이 블록체인을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많은 블록체인 기업이 큰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가상자산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그간 규제 기조가 강했던 일본과 홍콩에서 입장을 바꿔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해야 할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있어서다.

서 이사장은 “규제로 인해 블록체인 사업이 융성하지 못했던 일본과 홍콩의 경우에는 본래 경제 수준도 높고 시장에 대한 관심도 많아 규제가 완화에 따른 시장 성장 잠재성이 있다”면서 “베트남 등의 동남아 지역들도 젊은 인구가 많고 블록체인 수용도가 높아서 관련  산업이 뜨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까닭에 클레이튼 등의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은 일본, 동남아 등으로 시장 넓히기에 나섰다. 클레이튼은 지난 6월 인도네시아 무역통상부 산하 선물거래감독국으로부터 자사 유틸리티 토큰 ‘클레이’를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받기도 했고, 베트남 현지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동남아 사업 확장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국내 블록체인 기술 업체 관계자 또한 “과거 규제로 인해 산업의 발전을 막았던 일본∙홍콩이 최근 시장 육성 의지를 내비치고, 동남아 시장의 잠재력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많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이곳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한국은 투자환경이나 이용자 규모 등 많이 발달돼 있는 나라지만, 다른 시장에 비해 사업을 전개하는 데 불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 홍콩, 동남아 국가에서 블록체인 시장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한국 시장의 경쟁력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는 별, 한국

8일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7년까지 일본 가상자산 시장은 연간 21.75% 성장률을 통해 총 38억200만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홍콩 시장 또한 연간 18.5%에 달하는 성장률로 3억8630만달러의 매출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지역인 베트남, 태국 또한 각각 16.8%, 12.39% 성장률을 보여 2억400만달러, 4억9000만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 대해선 연간 9.18% 매출 성장, 9억32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매출로 따지면 주요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의 뒤를 잇는 숫자지만, 성장률로만 보면 가장 낮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국가의 기조가 산업 침체로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블록체인 사업에 대해)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벤처 기업으로도 지정 못하게 하는 등 진정성 있는 기업가들 마저 ‘코인 쟁이’로 몰아갔다”며 “블록체인 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하던 2017년부터 지금까지 당국은 (산업 발전을 위한) 옥석 가리기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당국이 혁신을 꿈꾸는 블록체인 사업가들에게 제대로 사업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함에 따라 코인 시장에 다단계 투기 세력들만 가득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투자자 보호에 대한 내용을 담은 1단계 법안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첫 발의 후 약 2년 만인 지난달에서야 국회의 문턱을 담았고, 이 조차도 내년 7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산업 육성에 대한 내용이 담길 2단계 법안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반면 본래 블록체인 시장을 규제했던 일본과 홍콩은 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규제 강화로 인해 블록체인 시장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시장도 함께 침체되자 규제 완화라는 타개책으로 정체된 시장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뜨는 별, 일본∙홍콩∙동남아

2017년부터 시장을 규제했던 일본은 지난해부터 ‘웹3 정책 추진실’을 설립하고 가상자산 규제 백서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에 대한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정부가 공개한 가상자산 규제 백서는 웹3 분야에서의 선도적인 위치를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미거래 토큰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고 투자 손실을 3년 동안 이월할 수 있게 하는 방안 ▲기업들이 가상자산을 법정화폐로 현금화했을 때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이 주요 내용이다.

앞서 지난 2014년 일본 정부는 글로벌 거래량 70%를 기록했던 현지 거래소 ‘마운틴 곡스’가 약 5억달러 가량의 해킹을 당하고, 또 다른 현지 거래소 코인체크가 2017년 약 580억엔 상당의 해킹을 당하면서 규제 강화에 나섰다. 당시 일본 정부는 개인에게는 가상자산을 통해 얻은 이익에 최대 55% 세금을 부과했고, 사업자의 경우에는 이익이 실현되지 않은 가상자산에 대해 50%에 달하는 세금을 내게 했다.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도쿄에서 열린 웹3 컨퍼런스 ‘웹엑스(WebX)’에서 기시다 총리는 화상 연설을 진행했다.(사진=게임기자클럽)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 정부의 기조가 바뀌고 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지난달 28일 일본 가상자산 미디어 그룹 코인포스트가 주최하는 웹3 컨퍼런스 ‘웹엑스(WebX)’에 연설로 참여해 “일본 정부는 ‘사회 과제 해결을 성장 엔진으로 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주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올해는 이용자 보호 외에도 웹3 관련 소통을 진행하고 있고, 관련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환경 정비, 관련 담당자들과 아이디어 공유를 통한 산업 확대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비트코인 채굴마저 금지했던 홍콩 또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앞서 홍콩은 지난해 10월 개인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시작한 것을 단초 삼아 지난 2월 웹3 생태계 발전을 위해 64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시장 발전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가상자산을 재산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린다 찬 홍콩 판사는 “가상자산은 재산의 속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법과 마찬가지로 이는 ‘재산’에 대한 우리의 정의는 포괄적이며 광범위한 의미를 갖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홍콩 정부는 웹3 전담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블록체인 게임이 대중화된 동남아 지역에서도 웹3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2017년부터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는 규제를 정립했고, 필리핀 또한 자국을 아시아 블록체인 허브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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