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무법지대와 다를 바 없다”

“디지털자산과 관련한 유사 금융 서비스들이 만들어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은 이 한계를 전혀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은 사실상 무법지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가상자산 시장이 ‘무법지대’와 다를 바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제5차 민당정 간담회’에서 정재욱 변호사는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목적하에서만 기능하는 거지, 금융업에 대한 라이선스를 주거나 구체적인 영업행위 방법에 대한 것은 아니”라며 “현재 유사 디지털금융 서비스들은 법치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상황”이라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수탁, 예치, 보관, 운용 서비스 등 여러 형태의 금융이 등장하면서 금융감독위원회(FIU)는 특금법을 통해 가상자산업자로 하여금 일정한 사항을 FIU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특금법은 국제기준인 ‘FATF’ 권고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지 실질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여러 디지털자산 서비스와 관련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여러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이다. 특히 신고수리 범위가 거래업자와 기타업자로만 구분돼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특정 가상자산사업자가 어떠한 범위의 업무까지 FIU에 신고했는지, 수리된 범위가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이용자들은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법적인 의문이 들더라도 이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 현황을 공시할 때 가상자산 사업자가 수행할 수 있는 행위의 유형을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행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가상자산을 보관 또는 관리하는 행위 ▲매도/매수/교환 행위를 중개∙알선하거나 대행하는 행위 등을 신고서에 기재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에서 ‘그림자 규제’의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여러 가상자산과 관련해서 여러 사행성 문제가 떠오르고 있지만, 어떤 것이 문제이고 어떤 것을 해결해야 하는지 확인이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인계좌 개설 문제가 심각하다며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공정과 상식’ 개념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인이 직접 가상자산을 매매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장외 거래 사업자를 사용하거나 ▲법인의 대표자 내지 직원 명의로 거래를 해야하는데, 이는 임직원의 배임 이슈, 개인 신용도에 따른 위험 부담, 거래 과정상의 불편함 등을 초래한다”며 “신고수리된 가상자산 업체에 한해 우선적으로 법인계좌를 발급해, 법인 차원에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에는 디지털자산 생태계 회복을 위해 자율규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정부 규제가 이를 따라가는 건 불가능하다”며 “생태계 지속성을 위해서는 참여자 스스로가 투명, 신뢰성을 근거로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FTX 파산 등의 사건을 통해 우리는 내부 통제가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다”며 ▲자율규제조직(SRO) 조직 지원 방안 ▲정보보호 강화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등에 대한 방향성으로 논의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자율규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기업에게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SRO는 자율 규제에 대한 표준을 설립하고 시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정부는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감독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시장 감시 기능에 대한 존립 근거를 법제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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