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일본? 블록체인은 딴판

일본을 두고 흔히 ‘아날로그 사회’라고 말한다. 여전히 잔돈을 들고 다녀야 하고, 전자 결재보다는 도장 문화가 강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디지털 전환(DX)이 느리다고 하나, 오히려 최신 분야인 블록체인은 딴판이다.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첫발은 한국이 먼저 뗐지만 지지부진한 논의로 산업 발전에 제동이 걸린 반면, ‘슬로우 스타터’인 일본이 법제화부터 차근차근 나아가는 중이다. 정치권이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블록체인 행사에 축전을 보내 “블록체인 웹3 비즈니스가 일본 사회 과제 해결로 이어졌으며 한다”며 힘을 보탰다.

일본 암호화폐 미디어 그룹 코인포스트가 주최하는 웹3 컨퍼런스 ‘웹엑스(WebX)’가 지난 25일과 26일 도쿄 국제 포럼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전 세계 50여 개국 150개 이상 웹3 기업들이 참가한 자리다. 한국게임미디어협회 게임기자클럽 공동취재단이 방문해 현장 취재했다.

개회사를 맡은 자민당 하기우다 코우치 의장 (사진=게임기자클럽)

행사 개회사는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 정책연구회 하기우다 코우치 의장이 맡았다. 하기우다 코우치 의장은 “일본은 이미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는 만큼 정부와 정계, 민간이 연계해 웹3 추진에 임하고 있음은 물론, 일본 내에서 웹3 비즈니스를 추진할 기회도 많다”라며 스타트업 지원 의지를 보였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에서 이뤄지고 있는 혁신과 웹3에 대한 일본 정부의 노력’이라는 주제로 화상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사회 과제 해결을 성장 엔진으로 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주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올해는 이용자 보호 외에도 웹3 관련 소통을 진행하고 있고, 관련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환경 정비, 관련 담당자들과 아이디어 공유를 통한 산업 확대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시다 총리는 “이번 컨퍼런스는 국내외 웹3 기업 핵심 인력 모두가 만나는 자리이며, 이들이 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제휴를 가속하기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면서 “이 자리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분들의 활약이 일본 사회과제 해결로 이어지는 등 혁신이 차례차례 태어나는 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일본 경제산업성(METI)의 니시무라 야스토시 장관은 AI와 웹3 시너지를 통한 사회 변혁의 잠재력을 강조했으며,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 지사는 원스톱 지원센터와 보조금 제도를 구축해 오사카가 웹3 스타트업의 거점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힘을 실었다.

웹3 컨퍼런스 ‘웹엑스(WebX)’가 열리는 도쿄 국제 포럼 전시 현장 (사진=게임기자클럽)

블록체인 산업 한눈에

전시 현장에는 트론, 폴카닷, 서클, 수이, 리플, 바이낸스의 BNB 체인 등 전 세계 유명 웹3 아이콘들 대거 참여해 참관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최근 일본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 게임 ’제노‘는 대형 부스를 마련해 게임을 선보이며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일본 대표적 게임사인 코로프라는 자회사 브릴리언트 크립토의 신작 웹3 게임을 처음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웹3 컨퍼런스 ‘웹엑스(WebX)’가 열리는 도쿄 국제 포럼 전시 현장 (사진=게임기자클럽)

‘팬텀 갤럭시즈’와 ‘디파이(DEFY)’ 두 게임 프로젝트가 협업한 ‘모카버스’ 프로젝트부터 ‘길드 QB’, ‘스카이 프론티어: 판타지 배틀’ 등 각종 블록체인 기반 게임 프로젝트 및 게임 기반 대체불가토큰(NFT)들도 홍보에 나섰다.

2023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나 도요타 블록체인 랩 등 일본 지자체나 대기업도 다수 참석한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 부스도 이목을 끌었다. 블록체인 기반 AI를 활용해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AIPICK 부스, 서양 인터넷 밈 ‘도지(doge)’ 모델이자 도지코인으로도 유명한 시바견 키보스를 소재로 한 부스, 채굴 장비 제조업체 비트메인 등이 자리했다.

웹엑스 컨퍼런스에 참가한 위메이드 부스 전경

위메이드 등 국내 기업도 참가

국내 웹3 기업인 위메이드가 행사 플래티넘 스폰서로 참여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행사 첫날 스포트라이트 무대에서 ‘블록체인 게임: 게임의 경계 허물기’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부스 전시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 탈중앙화자율조직(DAO) & NFT 플랫폼 ‘나일(NILE)’,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위믹스 파이(WEMIX.Fi)’ 등 위믹스3.0 메인넷을 알렸다. 위믹스 3.0 생태계와 비전을 소개하는 비즈니스 미팅 및 공식 네트워크 파티도 주최했다.

국내 블록체인관련 컨설팅 업체인 디스프레드도 픽셀플레이가 개발한 ‘픽셀 배틀’을 앞세워 현지 홍보에 열을 올렸다. 픽셀 배틀은 웹3기반 대전(PvP) 게임으로 일본 현지 출시를 앞뒀다. 디스프레드는 국외 유명 웹3 기업들의 한국 진출을 이끈 회사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도 돕고 있다.

웹엑스 컨퍼런스에서 강연에 나선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사진=게임기자클럽)

장현국 대표 “일본 총리 축사, 충격 받아”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현자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인터뷰에 나섰다. 장 대표는 위믹스 플레이 플랫폼이 압도적 1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독점적 경쟁력을 확보한 PC기반 디지털 게임 글로벌 유통 플랫폼 스팀(STEAM)과 같은 입지를 굳히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이다.

일본 웹3 시장 진출 전략과 이번 행사 소감은?

민간 행사에 관이나 정부 당국자가 참석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오늘 자리에서 발표한 분이 우리나라로 치면 문화부 장관급이고, 일본의 총리가 직접 축사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일본이 굉장히 오랜 시간 준비하고 고민해서 보여주고 있다. 변화는 느리지만 정하고 자면 잘 나아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관련된 법제화도 이뤄졌다. 여러모로 일본이 이 분야에 있어서 호의적으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시다 후미오의 축사가 인상 깊었을 것 같다.

굉장히 인상이 깊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취하는 것은 기존에 잘 못 하는 쪽이 하기 마련이다. 엘살바도르처럼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있지만, 일본이라는 세계 강국이 새로운 것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것이 신기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산업적인 역량에서 늦은 것도 아니고 앞서 있는 것도 있다. 여전히 앞설 수 있는 것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

리플 소송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매우 중요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보는 것이 이제 완전히 없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중요하다. 미국은 물론 미국과 관계 있는 당국은 이것을 참고해서 법제화하지 않을까 한다. 결국에는 암호화폐가 증권이든 아니든 정부의 규제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번 판결로 암호화폐가 무조건 증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이 심해질 것이다.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게임 콘텐츠 산업에서 보면 굉장히 위협적이라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서구권, 일본에서 일본게임이 블록체인에 더 잘 어울린다고 했는데 이게 립서비스가 아니다. 충분히 위협적이다. 일본 스타일 게임 성공작이 나오면 일본도 따라가는 회사들이 나올 것이라 본다. 한국이 일본보다 블록체인을 먼저 경험했다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리하면 일본의 진출은 위협이지만,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과 일본의 웹3 시장 차이가 큰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금 순간은 한국이 월등하게 크고 역량이 뛰어나다. 기업이나 산업적 역량으로도 그렇다. 단적으로 암호화폐 규모나 거래액도 그렇다. 다만, 우리나라는 겨울을 거치면서 내상을 많이 입고 있다. 뭔가 역량을 쌓기보다는 위축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 있다. 반면 일본은 하나씩 하나씩 누적해 가는 느낌이 있다. 일본은 굉장히 슬로우 스타터로 하나하나 쌓아간다. 일본이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를 했고, 거래소 상장 등 시장이 필요한 규제를 하나씩 만들고 있다. 필수적인 것부터 하나씩 해가고 있다. 일본 시장이 앞으로 시장적으로 조금 더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

아시아 게임 산업에서 패권을 쥐기 위한 패권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게임은 콘텐츠 산업인데, 콘텐츠 산업의 특징은 예측하지 못한 성과가 나온다. 정말 될지 안 될지 모른다. 게임으로 보면 일본과 우리는 격차가 많이 나는데, 우연히 좋은 게임이 나와서 따라갈 수 있지만, 그것은 운에 기대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것을 먼저 해야 한다. 96년 ‘바람의나라’가 통신으로 연결해 즐기는 게임을 만들었고, 인터넷을 연결해 즐기는 게임이 결국 지금 한국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다. 또 중국은 클릭만으로도 진행하는 웹게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미래는 블록체인이라고 본다. 아이템 오너십을 유저에게 주고, 게임 간 경계를 넘나드는 등 블록체인을 활용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것을 하루빨리 먼저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뭘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블록체인이라고 본다. 우리는 그것을 말하고 직접하고 있다.

현장. 게임기자클럽 공동취재단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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