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오브레전드] 이게 라이브지…’18살 서든어택’의 피땀눈물
바이라인네트워크가 <게임오브레전드> 연재를 시작합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갓 나온 신작이 아닌 오래된 구작을 조명합니다. 급변하는 유행 속에서 적어도 10년간 서비스를 이어오며 인지도를 쌓은 게임과 그 관련 콘텐츠가 대상입니다. 레전드 게임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보는데요. 누구나 인정할 만한 스테디셀러의 발자취를 되짚고, 전설의 탄생 비화와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해온 성공 노하우를 담아냅니다. <편집자 주>
총싸움(FPS·1인칭슈팅)게임 ‘서든어택(SUDDEN ATTACK)’이 출시 18년을 맞았다. 게임 산업을 꾸준히 취재하면서 지켜본 서든어택은 라이브(Live) 게임 그 자체다. 게임이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서비스 도중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기도 했다. 압도적 1위도 했었고, 외산에 밀려 부침도 겪었다. 2편을 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접는 등 여타 게임에서 볼 수 없는 논란을 뛰어넘어 지금까지 인기를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7일 오전 서든어택 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가보면, 아직도 게시글이 활발하게 올라온다. 전날 기준 게임트릭스 기준 서든어택의 PC방 트래픽은 전체 5위. 쟁쟁한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게임 자체에 분명한 매력이 있고, 개발을 맡은 넥슨게임즈(퍼블리싱 넥슨)의 피땀눈물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최근 넥슨게임즈 본사를 방문해 김태현 서든어택실 디렉터를 만났다. 서든어택 프로젝트에 9년여 몸담은 인물로 기획 팀장을 맡다가 작년 12월 디렉터(총괄)에 올랐다. 그는 19년차 개발자로 FPS 장르에만 13년을 있었다. 캐주얼 액션 게임인 ‘겟앰프드’를 담당했었고, FPS 장르인 ‘울프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서든어택에 합류했다.
모바일게임 뺨쳤던 최고 전성기
“하루에 접속하는 사람이 일간 단위로 100만이 넘었습니다. PC방에선 106주동안 전체 1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서든어택에 합류할 땐 최고 전성기였어요. 서든어택이 (퍼블리싱 다툼 끝에) 넥슨으로 오고 나선 개발 인력을 훨씬 더 많이 투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든어택은 지난 2011년 넷마블에서 넥슨으로 퍼블리싱이 넘어올 때 진통을 겪었다. 인기 게임을 잡으려는 양사 다툼에 업계 전반이 몸살을 앓을 정도였다. 결과는 넥슨의 승리였고, ‘신속히 이동하라’라는 유명 이벤트도 이때 나왔다. 양사 관계가 어긋나다 보니, 이용자들에게 계정 정보 이관을 수작업으로 맡겼다. 물론 푸짐한 보상을 줬다. 개발 인력도 보강해 바닥에서 반등한 뒤 최전성기를 누렸다.
“저도 그 당시 유저였기 때문에, 열심히 이동했습니다.(웃음) 제 본 계정은 서든어택 오픈 다음 날 만들었거든요. 2005년 8월 24일입니다. 전날 서든어택이 오픈했죠. 그때부터 되게 열심히 했던 거 같고, 그런 좋은 기억들이 넥슨게임즈에서 일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최전성기) 그 당시 생각해보면, 우리가 1등이니까 보고 배운다기 보다 새로운 것만 한다는 이랬던 시기가 있었어요. 1등 전략이었죠. 당시 유관 부서 다 하면 140명 정도 되고 이랬던 거 같습니다. 코어 인력도 100명은 됐죠. 그렇게 인력을 엄청 늘리면서 새로운 모드들을 넣었죠. 공룡 모드가 기억에 남네요. 연예인과도 제휴하면서 잘 됐고요. 서든어택처럼 연예인 프로모션을 잘했던 게임이 없는 거 같습니다. 사업 조직분들이 항상 여러 매체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프로모션을 적극 하겠다는 기조가 있었습니다. 이국주, 이나영, 아이유 등 연예인 프로모션이 기억에 남네요.”
총기 사용률을 끌어올리자
이 디렉터는 서든어택은 물론 ‘카운터스트라이크(카스)’나 옛 경쟁 게임인 ‘스페셜포스’ 등에서 총기 사용이 제한된 점을 짚었다. 이용자들이 몇몇 총기만 사용하는 문제가 있었다. 익숙한 손맛을 즐기는 부분도 있었으나, 총기 간 화력 밸런스(균형)를 잡는 게 쉽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다.
“FPS 이용자들은 총기에 너무 민감합니다. 예전 서든어택에선 AK 라이플과 저격총인 TRG만 가지고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총을 쓰지 않으면 뭔가 정통이 아니고 서든어택을 하는 느낌이 아니었는데, 그게 너무 싫었죠. 그래서 유저들이 인정하는 총기의 가짓수를 늘리는데 제가 많이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어 파마스라는 총기가 있었는데요. 이걸 쓰게 하려면 어느 정도 밸런스상 우위를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잘못하면 너무 좋은 총기가 될 수 있어서, 한쪽으로 몰려갈 수도 있고요. 그러면 저희에게 엄청나게 뭐라하시고 미친 듯이 욕을 하거든요.(웃음) 그러면 밸런스를 좀 낮추고 이런 작업을 진짜 많이 했습니다.”
현재 서든어택엔 10개의 무기 슬롯이 있다. 여기에 아이템을 채우고 게임 중에 언제든지 바꿔 쓸 수 있게 했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10개 슬롯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상황까지 발전시켰습니다. 예전엔 TRG, AK 하나씩 꽂혀 있으면 됐는데, 지금은 유저들이 스나이퍼 종류도 한 세 가지는 넣는 등 총기별 특성을 상황에 맞춰서 가져가는 거죠. 파마스 총기는 한 6발까지는 굉장히 빨리 쏠 수 있고 집탄율도 굉장히 좋습니다. 6발을 넘어가면 컨트롤이 잘 안되고요. 그래서 동물적인 감각이 있는 그런 사람들은 처음 맞닥뜨렸을 때 굉장히 빠르게 적을 제압하는 용도로 파마스를 쓰는 것이죠.”
이 같은 변화로 현재 서든어택에선 전천후 총기인 AK 등 라이플류가 40%, 저격총류가 40%, 산탄총과 같은 근접전에 최고의 효율을 내는 SMG류가 20% 정도로 총기 사용이 구성돼 있다.
맵 밸런싱은 더 어려워요
FPS게임에서 총기보다 업데이트가 어려운 콘텐츠가 바로 ‘맵(전장)’이다. 이 디렉터는 새 맵을 출시하면 이용자들에게 외면 받을 확률을 90% 정도로 봤다.
“익숙한 걸 좋아하시더라고요. 정말 고민을 많이 해서 만들었지만, 일단 외면받는 것이죠. 초창기 서든어택에선 안 그랬습니다. 그땐 밸런스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많은 분들이 즐기시고 했었죠. 지운 맵까지 하면 한 200개는 되는 거 같아요. 이용량이 너무 떨어지는 것들은 정리합니다. 현재 80개 맵이 돌아가고 있고요.”
서든어택의 국민맵이라면 웨어하우스를 떠올릴 수 있다. 데스매치(대전 시간 내 무한부활) 모드에서 애용하는 전통적 맵이다. 데스매치로만 보면 그에 못지 않게 민속촌 맵이 자리 잡았다. 대단히 드문 경우다. 말 그대로 옛 민속촌을 모티브로 만든 맵이다.
“웨어하우스는 컨테이너를 사이에 두고 하는 전투인데요. 여기에서 폭탄이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니까 여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꽤 있었거든요. 민속촌에선 수류탄 피해를 상당히 줄이고, 이용자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잘 설계해 자리 잡게 된 거 같습니다.”
서든어택2를 접은 사연
서든어택 역사에서 2편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2016년에 나온 서든어택2는 전편을 빼다 박은 게임이다. 사실상 최신 그래픽으로만 교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총기 밸런스 등을 그대로 가져왔다. ‘먹고사니즘’이 중요하다지만, 업계를 꾸준히 취재했던 기자 입장에선 1편을 빼 닮은 2편을 내놓은 것에 대해 아쉬움이 컸다. 서든어택 흥행 역사를 이어가기 위한 그랬던 고군분투였으나, 예상치 못한 여론 악화와 여성 캐릭터 선정성 시비 등으로 결국 회사 측은 서비스 86일 만에 종료 결단을 내린다.
“완전하게 동일한 환경에서 그래픽을 최신화하겠다는 목표로 시작을 했던 게 서든어택2였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주피터 엔진 자체 버그까지도 언리얼로 옮겼습니다. 예를 들면 유저들이 부르는 고스트 스텝(달리기 중 좌우방향으로 움직이면 발소리 묵음 효과)까지도 구현했죠.”
“서든어택2를 준비할 때 성과 기준을 잡고 그에 따른 결정을 하겠다 기조였는데, 그게 서비스를 접어야 하는 수준의 결과였던 것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서비스 종료라는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당시 서든어택2 한 개발진의 트윗이 아직도 회자된다. 이른바 밈이 됐다. ‘니들이 허접한지, 우리가 허접한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등 여론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을 트윗에 담은 글이다. 김 디렉터는 “당사자는 지금 넥슨에 안 계십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렇듯 넥슨이 최신작인 서든어택2를 빠르게 접는 결단을 내리면서 어떻게 그 논란을 수습하고 전편에 집중했는지도 궁금했다. 달리 보면 넥슨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때 서든어택 개발조직이 있었고, 서든어택2는 1을 원래 했던 사람들이 2로 넘어가 집중한 때였죠. 금방 돌아오게 돼 제자리를 찾아왔다는 느낌이 더 강했던 같았습니다. 좀 더 빠르게 적응하고 또 새로운 분위기에서 뭔가를 더 해볼 수 있었죠. ‘원래 하던 거 잘하자’라는 방향도 잡혔고요. 얼마 전 지식백과 채널에 부사장님이 나오셔서, 그때 부족했던 거 같다고 얘기하셨더라고요. 그때 시도가 새로운 엔진에 서든어택을 이식하겠다는 것이었고, 지금은 (마비노기처럼) 새로운 엔진을 시도할 계획을 갖고 있진 않습니다.”
외산과의 경쟁
“서든어택2 이후엔 오버워치가 나왔습니다. 완전히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고요. 그 다음엔 배틀그라운드가 나왔죠. 그때 비주얼적으로 훨씬 뛰어난 최신 게임들이 나오면서 서든어택이 상대적으로 밀렸던 시기가 있었고요. 그때가 제일 힘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당시 서든어택 지표가 서서히 우하향을 그렸다. 자연스럽게 내부 분위기도 예전만 못했다. 이때 승부수를 건다.
“지표가 꺾인 프로젝트에선 반등시킬 뭔가를 준비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떨어지는 게 보이면 기존에 하던 걸 더 열심히 하게 되더군요. 그게 답은 아니었던 거 같고요. 그래서 2016년 17년 18년까지 이렇게 겪으면서 내부적으로 완전한 생각의 전환 그리고 체질 개선 같은 것들이 떠올랐던 거 같습니다.”
그 당시엔 1등 전략을 버렸다. FPS의 본질을 파고드는 2등 전략으로 바꿨고, 내부 논의에 논의를 거듭했다.
“원래 서든어택은 P2P(사용자 간 직접 접속) 게임이었습니다. (예전엔 호스트가 개인 PC였다면) 지금은 호스트를 회사 서버로 바꿨고요. 호스트의 PC환경에 따라서 게임에 문제가 생기거나 하던 걸 바꿔서 굉장히 안정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변화를 만들어줬습니다. 과거엔 개인이 통신을 잠깐 임의로 막아서 승패 어뷰징(악용)도 했고요. 1년 이상 그쪽에 집중해서 개발했습니다. 서비스할수록 지표는 우하향하는데 신규 콘텐츠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환경 개선을 한다고 해서 잘될 것이란 보장은 없었죠. 그런 가운데서도 본질을 찾아가기 위해 고민했고, 그런 노력들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서든어택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콘텐츠로는 랭크전을 넣었고, 18년 말엔 서든패스라고 패스(구독권) 형태의 서비스를 시작했고요. 플리마켓이라고 아이템 거래 시스템도 업데이트하면서 다시 인기를 찾았습니다.”
‘러브샷 없다’ FPS 본질 구현
서든어택 특징 중 하나가 타 게임에 존재하는 ‘러브샷’이 없다는 것이다. 러브샷은 총기 교전 시 동시 사망하는 경우를 말한다.
“서든어택에선 누가 더 빨리 눌렀느냐 클릭을 얼마나 빨리 했느냐에서 승패가 갈립니다. 피지컬에서 이겼다 졌다는 결론내는 거죠. 누가 더 0.01초라도 먼저 공격을 했는가가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이 환경이 FPS 게임의 본연의 재미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다고 생각합니다. 쏘고 맞고 죽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얼마나 공들여서 잘 다듬어서 만들었냐가 핵심인데요. 이걸 잘 만든다면 FPS게임들이 앞으로도 잘 될 거라 봅니다. 전 세계 1위 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도 탄도학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이른바 레일샷(일직선 궤적)이죠. 그 게임도 피지컬 승부가 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최신 FPS게임 모두 훌륭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FPS 본질은 해외에선 카운터스트라이크이고, 국내로 오면 서든어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계획
이 디렉터는 올해 계획으로 ▲클라이언트 64비트 업그레이드 ▲144까지 초당 프레임 수(FPS) 확대 ▲클랜 랭크전 업데이트 ▲소통 확대 등을 꼽았다. 서든어택이 지금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이유로는 현 개발진과 함께 이용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서든어택 개발진들은 대부분 본인이 원해서 오신 분들입니다. 서든어택을 해야겠다 해서 입사하신 분들도 있고요. 게임에 애정도가 높습니다. 서든어택이 이렇게 오랜시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고요.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는 걸 저희도 용납을 못합니다. 회식가면 서든어택 얘기를 하루 종일 하고요.(웃음)”
“작년엔 지역별로 PC방 대회를 크게 열어서 그 대회에 제가 찾아갔는데요. 올 연말에 규모를 키운 이용자 쇼케이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분들이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많이 말씀하시는데, 저희는 핵(불법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막을 겁니다. 정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게 체감상 안 느껴질 수 있지만요.(웃음)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진짜 집중해서 대응하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