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꺾인다’ 솔직한 넥슨…3N 출구전략은?

주요 게임 기업의 2023년 실적발표가 마무리됐다. 예상대로 넥슨과 크래프톤이 두각을 나타냈다. 넷마블은 분기 적자 행진을 끊어냈다. 엔씨소프트(엔씨)는 전례 없는 부침을 보였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2024년 1분기로 향해 있다. 전반적으로 실적 전망이 좋지 못하다. 업계 1강이자 지난해 독주 수준으로 내달린 넥슨이 잠시 멈춰 설 전망이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한 넥슨(본사)은 한국에 주요 인적 기반을 둔 게임 기업 중 유일하게 분기 실적 가이던스(전망치)를 제공 중이다. 타사 대비 구체적인 실적 자료를 낸다. 이 같은 행보는 투자자 입장에서 업계 흐름을 이해하기에 좋은 레퍼런스다.

<참고기사: 넥슨, 연간 영업익 1조원대 회복…경쟁사 합산해도 압도>

넥슨 2024년 1분기 실적 전망 자료 갈무리

잘나가던 넥슨도 숨 고르기

넥슨이 예상한 1분기 실적은 매출 971~1071억엔이다. 전년동기 대비 분기 기준 환율로 22%~14% 감소한 수치다. 일정 환율 감안 시 27%~19% 감소 범위 내이다.

같은 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52~234억엔이다. 전년동기 영업이익 563억엔 대비해 잘 나와도 절반에 못 미치거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 전사적 비용 절감 노력은 이어가지만 전체 수익이 감소한 가운데 신작 개발과 조직 개편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 증가 등을 예상했다.

주요 매출국인 한국과 중국에서 실적 감소를 점쳤다. 작년 매출 비중은 한국 60%, 중국 23%, 북미유럽 6%, 일본 3%, 기타 국가 7% 순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실적 변동 시 전체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넥슨은 1분기 한국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1%~15% 감소할 것으로 봤다. 작년 1분기 월드컵 효과로 부쩍 상승한 FC온라인 실적이 빠질 전망이다. 메이플스토리는 큐브 등 확률형 아이템 판매 중단으로 단기적 매출 감소를 예상했다. 중국 ‘던전앤파이터’ 실적도 빠질 전망이다. 12월 말 불거진 게임 내 경제 불균형 문제를 들었다. 이로 인해 패키지 상품 판매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그럼에도 성장 자신하는 이유

넥슨이 내세운 2024년 믿을 게임은 ‘더 파이널스(The Finals)’와 ‘메이플스토리M’, 중국 판호를 받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다. 그리고 기존 라이브 게임과 신작 성공을 이끌 ‘라이브 운영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넥슨은 라이브 운영 노하우를 ‘넥슨 오픈 API’라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만들어냈다. 온라인게임 백엔드 기술 플랫폼이다.

오는 3월 넥슨 본사 대표에 오를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넥슨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주요 초점을 프랜차이즈를 유지하는 ‘라이브 오퍼레이션(운영)’ 기능을 개발하는 것이었다”라며 “플레이를 매칭하고 수백만 명의 플레이어가 참여할 때 나타나는 불가피한 버그를 수정하는 것을 포함한 커뮤니티 구축 등의 다양하고 중요한 기능”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더 파이널스’에 대해 “초기 성공과 라이브 오퍼레이션에 대한 동서양의 협력은 넥슨의 서구 시장 확장에 대한 좋은 시각을 제공한다”며 “엠바크 스튜디오가 12월에 더 파이널스를 출시했을 때, 한국 팀이 개발한 세계적 수준의 라이브 오퍼레이션의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 대해 “2월 2일 확인을 받고 즉시 퍼블리싱 파트너인 텐센트와 게임 마케팅 및 출시 계획 작업을 시작했다”며 “가능한 빨리 게임을 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 당사 매출과 영업이익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앞으로 몇 주안에 우리 계획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공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엔씨, 게임별 매출 ‘비공개’ 이어가나

엔씨는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게임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쓰론앤리버티(TL) 출시 이후 첫 분기 실적발표 자리다. 시장의 시선은 엔씨가 몇 년 만에 내놓은 대형 야심작 TL의 구체적인 성과에 쏠렸으나, 이를 원천 차단한 셈이다. 당장 반발이 불거졌다.

<참고기사: 엔씨, 게임별 매출 비공개하자 “주주가치 역행말라” 쓴소리>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같은 지적에 “IP(게임)별 매출은 얼마든지 저희가 IR을 통해서 계속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공개할 것”이라고 답했다.

13일 엔씨에 따르면 개별 IP 매출은 여전히 비공개다. IR을 통해 기관 투자자에게만 공개하는지, 시장 전체가 알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일단 회사 기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전자의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상세 IR 자료를 내지 않는 상태에서 업계 관행을 앞세운 이 같은 결정은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엔씨 입장과 상충한다고 볼 수 있다.

엔씨는 하반기부터 신작 성과 반영을 예상했다. TL 활성화와 기존 라이브 게임에 전력 투구하고, 비용 절감 노력을 이어간다. 하반기 Tl 글로벌 확장을 예고했다.

아스달 연대기 게임 이미지

넷마블, 시장 전면 등장?

넷마블이 분기 적자 행진을 끊어내고, 대형 신작 발표를 앞두는 등 잰걸음을 이어간다. 작년 4분기 ‘세븐나이츠 키우기’ 실적의 온기 반영 등으로 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여전히 연간 적자이나,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다. 다만 올해 1분기엔 숨 고르기를 전망했다.

<참고기사: 넷마블, 신작 업고 2분기 턴어라운드…연간 흑자전환 기대>

회사는 오랜 만에 초대형 신작 ‘아스달 연대기: 세계의 세력’을 공개한다. 스튜디오 드래곤과 첫 합작 프로젝트로 드라마 세계관과 연결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오는 15일 미디어 쇼케이스를 예고, 지난 2022년 지스타에서 공개한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콘텐츠를 꺼내 보인다.

현재 넷마블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전사적으로 ‘될성부른 타이틀’ 외엔 정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아스달 연대기는 논외였다. 바둑에 비유하면 ‘대마불사’와 같은 입지다. 프로젝트 초창기 방준혁 넷마블 창업자가 직접 챙길 정도로 해당 타이틀에 관심을 쏟았다.

업계에선 다소 많은 시간 투입이 필요한 세력전 중심의 PC기반 정통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다시 시장에서 자리 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게이머들이 짧은 시간 즐기고 자동 플레이로 두는 모바일 방치형 키우기와 같은 게임에 반응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팰월드(Palworld) 사례를 보면 커뮤니티 밈(유행)으로 자리 잡거나 재미를 확보한다면 PC게임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업계는 오는 3월 말 아스달 연대기 출시를 점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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