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은 아닙니다만] 객관적으로 ‘네옴시티’ 바라보기

지난 월요일에 취재를 위해서 국내 주요 IT 기업의 대표 중 한 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시간을 좀 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가 화요일까지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로 하루종일 동대문에서 미팅을 하고 있어 수요일이나 되어야 시간이 난다고 답을 보내왔다.

지금 서울에는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주요 기업인을 만나 프로젝트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26일부터는 동대문디지털프라자(DDP)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네옴 시티 전시’가 열린다. 네옴은 사우디 왕위 계승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수백조원 규모 도시계획 프로젝트다. 사우디 서북방 지역에 서울의 43배에 해당하는 크기의 스마트 도시를 만들겠다는, 말 그대로 21세기 지상 최대의 프로젝트라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관심이 크다.

그 네옴을 깊이 판 책이 발간됐다. 제목부터 <네옴시티>다. 경제지 기자 출신으로, 대학시절 중동지역 연구회 ‘알미라야’의 창립멤버로도 활동한 유태양 작가가 썼다. 그는 지금 중동계 기업인 크레센트컨설팅에서 파트너로 리서치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작가는 “사우디 정부가 제공하는 네옴에 대한 유리한 자료를 비판적으로 해석해 필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책 <네옴시티>를 “독자들에게 편견 없이 냉정한 판단을 가능케 하는 가이드북”이 되길 바란다고도 소개했다.

 

생각보다 재미있다. <네옴시티>를 펼처 들고, 얼마지나지 않아 든 생각이다. 사우디 왕족과 네옴시티 건설을 이끌어가는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역사책 읽듯 훑으며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다. ‘탈석유’의 시대에 ‘네옴’ 건설은 자본 중심 경제로 탈바꿈한 사우디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그렇지만, 네옴이 정말 사우디 정부의 구상대로 제 시간 내에 완전히 만들어질 수 있을까. 산적한 과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게다가 사우디 안팎에서 네옴을 환영하지 않는 목소리도 존재한다는 것을 작가는 지적한다. 이 책의 미덕은, 사우디나 네옴과 관련한 자료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사우디의 현재와 시나리오를 점검하려 했다는 점이다.

사우디는 먼 나라지만, 우리 경제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원유 수입국이기도 하지만, 이나라 왕족들의 돈으로 운영되는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공공투자기금, PIF)가 우리 기업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사우디라는 나라를 깊숙이 알지는 못했다. 많게는 1조달러(약 1270조원)가 들어, 우리나라 기업들도 그 판에 올라타길 바라 마지 않는 네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책은 사우디와 네옴을 이해하려는 입문자들에게 차분한 길잡이가 된다.

저자 유태양 씨는 책을 통해 두 가지 질문의 답을 찾는다. 첫째, 네옴시티를 통해서 사우디 정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를 탐구하는 것이고 둘째, 네옴시티가 준 기회를 한국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방법론에 대한 답이다. 사람들이 ‘저것의 실체는 허상’이라고도 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빈 살만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야 기회를 잡으려는 이들도 제대로 된 방향타를 잡을 테니까 말이다.

네옴이 예정대로 완성된다면 횡으로 170km,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길이만큼 이어지는 초대형 도시가 탄생한다. 새로운 탈 것, 자율주행 차량과 하이퍼루프(초고속 철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과 같은 것들이 이 도시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재차 강조하지만, 네옴이 계획대로 성공한다는 전제 아래서 말이다. 그래도 모빌리티를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차세대 모빌리티와 도시 인프라의 결합이 어떻게 이뤄질지 그 모습을 확인해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가 더 관심이 간다.

저자는 네옴시티가 국내 유망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도 기회가 될 거라고 말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라는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네옴시티가 여러가지 혁신 기술을 시범적으로도입하고 보급하는 시험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또 “사우디 투자를 유치한 기업들에게 네옴시티는 외국 기업에 자신들의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최고의 쇼케이스가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네옴시티, 유태양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2023 7.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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