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대표들을 인터뷰하다보면 공통적인 고민을 발견할 수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 조직 규모가 50명 미만일 때 직원들과의 의사소통과 관리가 수월했다면, 50명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관리와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때부터 스타트업 대표들은 혼란스럽다.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전체적인 업무 혹은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한 눈에 알기 어렵다. 특히 경영이 처음인 대표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고민이 있는 스타트업 대표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 있다. 바로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성장기를 담은 ‘유난한 도전’이다. 유난한 도전은 치과의사 출신 이승건 대표가 창업에 도전하는 것부터 시작해 토스를 만들어 규모를 키워나가는 도전기를 담아냈다. 이 책은 토스가 단 몇 명에서 시작해 직원 수가 1800명에 이르기까지 의사결정 방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과정과 방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승건 대표는 여덟 번의 도전에 실패하고 토스를 만들었다. 당시 핀테크 서비스가 없던 터라 토스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서비스를 만드는 것부터 사업을 확장하고 직원을 채용하기까지 모든 것이 도전의 연속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토스 직원들은 ‘유난스럽다’고 할 만큼 업무를 자신의 일처럼 매달렸고, 책임감을 다하며 토스를 완성시켜 나갔다.

토스는 하나의 결정을 하더라도 토론을 통해 다수의 뜻에 따랐다. 이승건 대표가 권위를 내세워 독단적으로 결정하거나 추진하는 일은 없었다. 사무실이 좁아 다닥다닥 붙어 앉은 직원들은 필요하면 언제든 그 자리에서 토론을 하고 결정한 뒤 실행했다. 이때 대표인 이승건의 의견보다 다수의 의견을 더 중요하게 고려했다. ‘토스’라는 간편송금 서비스 이름을 지을 때도 그랬다. 

“안정적이면서도 쉽다는 느낌을 살리는 게 ‘토스’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승건 님은 그다지 내켜 하지 않았어요. 그때도 승건 님 의견이 크게 중요한 분위기는 아니어서 팀원들이 투표로 결정했죠.”

토스가 애자일(Agile) 방법론을 선택한 것은 30명이 넘었을 때부터였다. 송금이나 대출 등 서비스마다 목표와 해야 할 일이 달라 어떤 제품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결국 토스는 목적 중심으로 팀을 묶었다. ‘사일로(Silo)’는 제품의 목표, 실험과정과 일정, 예산수립과 실행 등 모든 의사결정을 직접 내리고 곧장 추진해 민첩함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승건이 더 효율적인 조직구조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팀이 30명을 넘었을 때 쯤이었다…(중략)…서비스마다 달성해야 하는 목표와 실행과제가 다른데, 모두가 한 팀이니 어떤 제품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중략)…열띤 토론 끝에 토스팀의 애자일 단위 조직은 ‘사일로’로 명명했다…(중략)…토스팀은 제품의 목적에 따라 구성된 단위조직이 마치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독립성과 완결성을 가진다는 의미로 ‘사일로’라는 표현을 택했다.”

직원이 늘어나면서 이승건 대표는 업무 절차를 하나씩 줄이기 시작했다. 대신, 업무 최전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의사결정을 맡겼다. ‘신뢰할 수 없음’이 전제되는 보고와 결재 등의 프로세스를 하나씩 없앴고, 개별 팀원이라도 맡은 일에 관한 한 토스팀을 대표하는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졌다.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 ‘다다다다 전략’이고 이를 시행하는 팀은 ‘토스X’다. 속도가 중요한 스타트업 특성상 사업을 천천히 하나씩 시도할 여유가 없으니 모두 다 빠르게 실험하자는 뜻이다. 토스X는 여러 개의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만들고 영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토스X는 비즈니스 오너가(BO)가 3~4개의 아이템을 동시에 맡는 것이 다반사였고, 1년 동안 41개의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렇게 비대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개설 서비스(주계좌플러스), 대출맞춤추천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  

물론, 이후에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연이은 채용 실패는 줄퇴사로 이어졌고 팀원들의 불안을 키웠다. 휴가가 무제한이며 출퇴근이 자율이라고 했지만 야근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여기에 직원들이 100명을 넘기자 회사의 분위기는 처음과 완전히 달라졌다. 

“회사에 오랜 다닌 사람들의 의견이 더 존중받고 비교적 최근에 입사한 팀원들은 발언권이 제한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됐다. 이런 분위기는 토스의 그 유명한 ‘스트라이크 제도’가 방아쇠를 당겼다. 3개월 수습 평가 후 탈락하는 제도로, 처음으로 스트라이크를 받은 직원이 회사를 떠나자 회사 분위기는 급속도로 안 좋아졌다. 


물론, 이 과정에서 초기멤버들과 주축 서비스를 만든 직원들이 회사를 나가기도 했다. 또 한때는 토스에도 어쩔수 없이 권력관계와 위계질서가 생기는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중간중간 이상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책에서는 이때가 토스의 문화가 가장 어두운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소재는 대체로 ‘이승건이 이랬다더라’하는 뒷말 또는 ‘이승건은 이럴거야’하는 추측이었다. 공대생이던 최준호가 아르바이트생처럼 가볍게 첫 출근했던 2015년의 토스와는 사뭇 달라진 광경이었다…(중략)…이제는 말하는 사람만 계속 하는 분위기가 됐다. 공론장에서 이승건의 말이나 결정에 반대하는 의견은 줄었다.”

결국 이승건 대표는 전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오해를 해소하려 노력했고, 이후 토스는 스트라이크 제도를 손질했다. 또 C레벨을 해체하고 헤드 혹은 리더로 변경했다. 실무자가 언제나 최종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스타트업이 설립 초기 수평적인 조직구조를 신봉하다가도 규모가 커지면 효율을 명분으로 관리체계와 위계질서를 만든다. 하지만 이승건은 정반대의 길을 계속 걸어가 보기로 했다.”

토스증권을 설립할 때도 이승건은 직원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증권사 설립을 원했던 이 대표와는 달리, 직원들 누구도 이 대표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이 대표가 직접 금융위원회를 찾아가 긍정의 메시지를 받아내고 나서야 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이승건 대표는 직원 수가 1400명이 넘었을 때 평가와 보상제도를 개편했다. 입사 후 3개월 수습기간에 절반이 탈락한다, 남들 눈치에 등 떠밀려 일한다는 등 개인의 삶을 더 희생하는 사람이 회사를 더 사랑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때다. 스트라이크(3개월 수습 평가후 탈락) 제도를 없애고 금요일 오후 2시에 퇴근하는 제도와 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무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추가 지급하는 비포괄임금제로 전환하면서 지금까지 이 문화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직원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 토스가 개최한 송년의 밤 행사에서 이 대표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그런 문화를 통해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을 이렇게 사랑하면 충만한 사랑이 위대한 제품을 만들 수 있구나라는 것이 상식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다. 몸집은 커지는데 의사결정을 하기가 어려운 스타트업 대표나 조직의 리더라면,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볼 만 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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