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은 아닙니다만] 창업자는 어디에서 영감과 에너지를 얻나

내 밥줄을 위협하는 책이 나왔다. 창업가 35명의 스토리를 묶은 인터뷰집 <스타트업 대표 35인에게 창업가 정신을 묻는다>다. 저자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도모하고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회원사 중 서른다섯 곳의 대표에게 ‘창업자 정신’을 물었다. 그 중 스물네 곳은 바이라인네트워크가 기사로 다룬 곳이기도 하니, 정말로 코스포가 내 경쟁자가 된 셈이다.

코스포는 창업자들에게 본질적인 질문, 그러니까 “창업을 하게 된 계기”라거나 “일하면서 생긴 사건, 사고와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은 배움” “어떤 것으로부터 영감과 에너지를 얻고 있는지” “당신이 생각하는 창업가 정신과 혁신” 등을 공통으로 묻는다. ‘창업가’라는 종족이 정말로 어떠한 성격을 띄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질문들이다.

창업자들은 어디에서 영감과 에너지를 얻을까. ‘책’을 읽는 것이라는 대답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뷰티 MCN ‘디밀’ 창업자 이헌주 대표는 “학생 때 부터 영감과 에너지를 얻는 가장 큰 방식은 책을 읽는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최근 3~5년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정보와 영감을 얻는 아티클을 많이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도 자신이 “창업가들의 기업 스토리나 창업 뒷 이야기와 관련한 책에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는데, 아마도 코스포는 같은 목적 아래서 서른다섯명 명의 창업자 인터뷰집을 냈을 것이다. 창업을 생각하거나, 혹은 지금 다른 창업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있는지를 궁금해하는 또 다른 창업자에게 건네는 선배들의 조언과 비슷하다.

창업자가 자신의 이야길 한 책이니만큼 스타트업에 대한 예찬도 크다. 예컨대 이승건 토스 대표는 “다른 무엇도 아닌 기업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고 말했고,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대기업은 절대로 못 하는 주변부의 사업을 일으켜서 결국 중심까지 끌고 가는 것은 스타트업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기존의 것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한 순간인데, 스타트업은 이런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작은 혁신의 씨앗”이라고 표현했다.

“당신 회사가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라는 질문이 있는데, 이는 회사를 설립하고 키워가는 과정에서 다른 이로부터 받은 도움을 공유해달라는 이야기다. 개인이 홀로 살아갈 수 없듯 기업도 마찬가지다. ‘승차공유’라는 서비스 모델 때문에 규제로 여러 고비를 넘겨왔던 코나투스 신기동 대표는 “모빌리티 업계 최초로 과기부의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로 선정된 덕분에 정식 서비스 개시가 가능했고, 이는 유관부처 공무원들의 적극 행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로부터 힘을 얻은 사례도 있다. 아이돌봄 서비스 ‘째깍악어’를 운영하는 김희정 커넥팅더닷츠 대표는 “‘약한 것’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면서 “째깍악어 덕분에 육아 휴직 후 복직하고 잘 적응했다거나 아이 낳고 5년 만에 부부가 치맥을 하며 갈등을 풀었다는 후기는 제가 더욱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책은 간략하게나마 창업자들이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고 사는지를 엿볼 수 있다. 간편 전자 계약 서비스 ‘모두싸인’의 이영준 대표는 “처음에 창업했을 때 솔직히 우리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 잘 안 되면 어떡하지 등 고민이 많았다”면서 “그런데 회사가 성장해 회사에서 제공하는 월급으로 가정이 유지되고 또 구성원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회사가 진정 회사가 됐구나! 를 실감할 때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10대들이 많이 쓰는 오디오 라이브 플랫폼 ‘스푼’을 만든 최혁재 대표는 앞서 먼저 창업했던 스마트폰 배터리 교체 서비스 ‘만땅’의 실패를 되짚으면서 “실패한 사람이라는 낙인으로 상처를 많이 받기도 했고,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남 탓이나 세상을 탓하기만 했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시작과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실패를 당당하게 인정하고 두번째 서비스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회고했다.

마지막 인터뷰이인 김종협 파라메타 대표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대하다 보니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고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팀원들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매 순간 행복을 느낀다.” 파라메타는 블록체인 풀스택 기술로 웹3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하는 기술회사다.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그림을 그려나갈 때 얻는 희열은, 그것이 성공하든 아니든 간에 기술회사를 창업한 이들이 지금 당장 가질 수 있는 하나의 특권이다.

<스타트업 대표 35인에게 창업가 정신을 묻는다>는 코스포가 쓰고 미메시스가 지난 5일 펴냈다. 종이책은 물론 전자책으로도 발간됐다. 종이책은 1만9800원, 전자책은 1만5900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