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빅픽처, 이재운 지음, 미지biz 펴냄, 2019

넥스트레볼루션, 리처드 다베니 지음, 한정훈 옮김, 부·키 펴냄, 2018

 

삼성전자의 빅픽처(왼쪽)와 넥스트레볼루션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하고, 중국 기업이 급성장하는데도 삼성전자는 계속 잘 나갈 수 있을까?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탈중앙화 시대에, 중앙집중적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는 어떻게 대응할까? 빡센(?) 공급망 관리와 절대적인 팬을 확보한 애플과 비교해 삼성전자는 어떤 강점을 갖고 있을까?

<삼성전자의 빅픽처>는 IT전문지와 경제지에서 삼성전자를 오래 출입하며 경력을 쌓아온 이재운 기자가 바라본 삼성전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프롤로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초동 사옥에서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를 만난 일화부터 시작한다. 이건희 회장 이후의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과 전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 책의 강점은, 지금 삼성전자의 전력과 앞으로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기술을 비교적 알기 쉽게 썼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시대 서버 시장을 기반으로 더 성장할 반도체, 아직 세계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 LG에 뒤진 삼성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 마이크로 LED, 백색가전을 아우를 스마트씽스, 자동차용 전장 시장을 겨냥해 ‘하만카돈’을 인수한 후 보인 자율주행차로의 행보 등 삼성전자가 다루고 있는 주요 기술을 고루 살핀다.

저자는 삼성전자가 여러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제조에서의 수직계열화를 꼽는다. 앞으로 하이엔드 시장에서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텐데 “수직계열화로 발생하는 시너지는 수익성 측면에서 다른 제조사를 상대로 벌이는 치킨게임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모바일 프로세서(MP)까지 자체 개발해 생산이 가능한데다 품질 수준이 높고 마케팅 능력을 갖춘 것을 크게 쳤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미래 역시 수직계열화에 있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 인더스트리 4.0 시대는 모든 것을 IT 기반으로 만든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마저 수직 계열화하고 있다. 나아가 다른 소프트웨어 강자들마저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기반으로 협업하도록 만들고 있다.

 

물론, 독자입장에서 나는 이 책의 모든 부분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가령, “빅스비는 결국 AI 전면 경쟁 시대에 삼성전자를 이끌 구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글쎄?’에 더 가까운 심정이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로 삼성 월드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솔하겠다는 전략이지만, LG전자는 구글, 아마존, 네이버 등과 손잡고 오픈 생태계를 지향한다.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 책은 지금 삼성전자의 전력을 바탕으로 향후 경쟁력을 가늠하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143쪽짜리 문고본으로, 책이 얇아 들고다니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재운 기자가 제조사로서 삼성의 강점으로 수직계열화를 꼽았다면, 리처드 다베니는 그의 저서 <넥스트 레볼루션>에서 3D프린팅을 하드웨어 제조의 미래로 봤다. 플랫폼과 제조업의 미래를 뒤바꿀 전방위 디지털혁명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중심에 3D 프린팅이 있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텐데, 나는 주로 ‘모르는 쪽’에 속한다. 그래서 이 책이 소개한 3D 프린팅 기술이 신기했다. 내게 3D 프린팅 기술은 아직까지 플라스틱을 재료로 하는 작은 모형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3D 프린팅의 수준은, 예컨대 다음과 같다.

 

록히드마틴의 젊은 엔지니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록히드마틴이 3D프린팅을 이용하여 F35 전투기의 초경량, 고강도 동체를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복합 소재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BAAM(big area additive manufacturing), 즉 ‘광대역 적층 가공’이라는 기술을 통해 약 3개월 만에 전투기의 동체와 내부 전체를 프린트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기술을 이용하여 동일한 전투기를 제조하는 데 2~3년이 걸리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입니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제작 기간을 3주로 단축하는 것입니다.”

 

특히 ‘자빌’이라는 기업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은 분량 할애됐다. 심지어 저자는 자빌을 ‘제조업의 구글’로 묘사한다. 이 책에 따르면 자빌은, 글로벌로 세번째로 큰 계약 생산업체다. 폭스콘처럼 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한다.

저자가 자빌을 높이 사는 이유는, 이 회사가 최초의 거대한 산업 플랫폼 중 하나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B2B 커머스는 일반 B2C 커머스보다 고객의 요구가 훨씬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있는 어려운 시장인데, 자빌의 경우 이를 통합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플랫폼 구축과 3D 프린팅을 통한 제조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

지금까지는 세계에서 몇군데 안되는 큰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 배송했다면, 자빌로 대표되는 미래의 제조업은 고객의 다양한 오더를 실시간 받아 세계 곳곳의 소규모 3D 프린팅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 빠르고 정확하게 배송할 수 있게 한다는 이야기다. 다음은 저자가 소개한, 자빌의 글로벌 자동화 및 3D프린팅 담당 부사장 존 덜치노스의 이야기다.

 

오늘날 자빌은 전 세계에서 100개 이상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더욱 소규모화된 1000개에서 5000개에 이르는 공장을 최종 시장과 구매자들이 존재하는 곳에서 더욱더 가까운 위치에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고객 맞춤형 제품을 좀 더 폭넓게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것이 바로 3D프린팅이 제시하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 말로는 쉬워도 현실로는 당연히 어렵겠다. 한국의 3D프린팅 기술 현황은 어떨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