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는 증권사를 인수할까, 안 할까?

토큰 증권(ST) 제도화가 임박한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압도적 1위 업체 두나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가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 ST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넘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비트라는 든든한 캐시카우(Cash Cow)를 등에 메고 또 다른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두나무를 둘러싼 소문

지난 2월부터 업계에선 두나무가 ST 등 증권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관련 사업을 위한 지분 투자 및 인수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두나무가 ST라는 유망 신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 사업을 전개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두나무는 이미 소셜 트레이딩 기반 주식 플랫폼 ‘증권플러스’와 비상장 주식 통합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의 증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다가, 최근 ST의 제도화가 이뤄져 관련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신사업 진출의 이유로 지목된다. ST라는 제도화된 산업을 통해 꾸준한 수익을 보장하는 산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SK증권, 이베스트증권 등의 중소형 증권사와의 접촉을 늘리며, 여러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형 토큰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향 (출처: 자본시장연구원)

ST는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화된 증권으로, 뮤직카우 등 조각투자 시장이 커지면서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현재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를 중심으로 관련 사업의 전개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토큰 증권 발행∙유통의 제도 기반 마련을 위한 전자증권∙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오는 6월 제출될 예정이며, 입법 논의에 따라 내년 말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ST 사업을 다루는 자본시장법의 규율 대상은 ‘증권’이기 때문에 가상자산 사업자는 관련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자본시장법상 규율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가상자산 사업자는 ST 사업을 전개할 자격이 없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자본시장법상 규제가 아닌, 현재 입법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규율을 따른다. 두나무가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관련 사업을 전개하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업계 “두나무 증권사 인수, 아직은 기다리는 모습”

두나무는 증권사 인수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소문을 일축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해진 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전반에서도 두나무가 당분간 증권사 인수 혹은 토큰 증권 사업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 해석한다.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람다256이 우회적으로 토큰 증권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힌 데다가, 증권사 인수로 금융당국의 눈밖에 나고싶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지난 9일 람다256은 ‘루니버스 STO 써밋’ 행사에서 ST 발행을 돕는 기술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플랫폼은 ST 사업을 전개하려는 자산보유사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하며, 오는 4월 말 출시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관계자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동향을 지켜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전통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관련 선례가 없기도 하고 자금세탁 등의 여러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당국이 신경 안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으로 전략 선회한 두나무?

일각에서는 두나무가 증권사 인수를 보류하고 ‘협력’ 차원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인수 전 선제적 조치로 증권사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앞서 언급한 증권사와 여러차례 만남을 가졌고 지분투자 혹은 인수를 진지하게 논의했으나 결국 결렬된 것으로 전해진다. 두나무는 인수 대신 협력∙파트너십 체계를 구축하자는 입장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두나무가 전략을 선회한 것을 두고 학계에선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라고 본다. 권혁준 순천향대 교수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혁신성’으로 인정받지 않는 이상 가상자산 거래소가 증권사를 인수하는 건 지금 상황에선 힘들다”며 “두나무 입장에선 증권사들과 ‘협력적 관계’를 먼저 구축하고 이후에 인수를 추진하는 등의 방법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입법되고 산업 규제가 지금보다 더 완화된다면, 두나무의 증권사 인수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용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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