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가상자산도 증권” 판결…피해 대응책 마련 급선무

가상자산의 증권성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지난 7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3년 간 법정 다툼에서 리플이 판정승으로 결론나면서 가상자산이 증권성 논란이 잠식되는 듯 했으나 최근 미국에서 ‘가상자산은 증권‘이라는 기존과 대치되는 판결이 나오면서 시장이 혼돈스러운 모습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도 미국의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내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예고된 가운데, 증권성 판단의 기준과 그 의미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인이 증권으로 판단됨에 따라 초래될 투자자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아 우려를 사고 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충분한 투자자 보호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판별하는 기준이 나왔을 때 이에 따른 피해 대응책이 강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의 의미와 투자자 보호’ 보고서에서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성 판단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가상자산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제당국이 투자자 피해 구제 등과 관련해 제도적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라폼랩스와 설립자 권도형이 미 SE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제드 레이코프 판사는 “판매방식에 상관 없이 가상자산은 증권”이라며 “유사한 사건(리플-SEC 소송)에서의 이 지역의 다른 판사가 최근 채택한 접근 방식은 거부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또다시 ‘가상자산은 증권’이라는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중 증권성이 있다고 판정될 경우 자본시장법에 의해 한국거래소로 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코인은 자본시장법 내에서 감독돼야 하며, 주식과 같은 규제 아래 주식거래소에서 거래를 하게 된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있는 가상자산은 상장폐지되고 이는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재앙 수준으로 평가한다.

앞서 언급한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서는 증권성 판단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집중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투자계약증권이란 말 그대로 특정 사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그 사업의 결과애 따라 이익(또는 손해)를 나눠받는 계약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가상자산의 투자계약성 분석 기준인 ‘하위테스트’와 비슷한 증권성 기준을 판단하고 있다. 하위테스트는 미국 정부가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1933년 만든 기준으로 ▲금전의 투자 ▲공동사업 관계 ▲타인의 노력에 의존 ▲투자 수익의 합리적 기대라는 네 가지 요건으로 구성된다.

다만, 미국의 하위테스트는 ‘타인의 노력에 의존해 투자 수익을 기대한 것’만으로도 투자계약에 해당된 사례가 많았다면, 국내에서는 ‘공동 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권리’가 있을 때 투자계약증권으로 해당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한국 검찰은 테라-루나가 이 네 요건에 모두 부합한다며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렇게 국내에서도 증권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증권성 판단으로 인해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규제 당국의 노력이 부재한 상황이다. 지난 7월 국회의 문턱을 넘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정하고 있음에도 이 책임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당국의 권한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법원 뿐만 아니라 규제 당국도 손해배상 책임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서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 법에서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도 형사적 처벌만을 정하고 있고, 민사적 제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자봉 선임연구위원은 “불공정행위의 성격은 민사적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형사적 벌금은 투자자의 피해 구제 수단이 아니므로 형사적 처벌과 함께 민사적 제재를 함께 부과해 피해 구제를 이끌어야한다”고 비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첫 댓글

  1. 결국은 권도형은 테나,루나 때문에 미국에서도 상당한 처벌을 받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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