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맥주나 식혜 부산물로 대체 밀가루를 만든다니. 귀가 솔깃했다. 술을 만드는 데 폐기 원료가 그렇게 많이 나온다는 걸 몰랐는데, 만약 알았다면 나는 금주를 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는 못했겠지. 취재를 다니면서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되는 기업은 많이 봤지만, “고맙다”고 느껴지는 곳은 드물었다.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데모데이에서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의 발표를 듣고 나서 든 생각은 우선 “고맙다”였다.

2019년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맥주와 식혜 부산물의 양은 12만톤이다. 국민 한 명당 57그릇의 국수를 먹을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양이다. 스타트업 리하베스트는 맥주 부산물로 대체 밀가루를 만든다. 회사 이름인 리하베스트는 ‘re’와 ‘harvest’의 합성어다. 직역하면 ‘재추수, 재수확’ 을 뜻한다. 그간 폐기되어왔던 음식 원료 부산물을 재가공해 영양가 있는 새 먹거리로 바꿔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주로 맥주와 식혜 부산물을 수거해 대체 밀가루인 ‘리너지 가루’를 만든다. 기업이 골머리를 앓는 폐기물을 가져다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밀가루 대비 생산원가는 절반이다. 그러나 식이섬유는 스물한배, 단백질은 두 배 더 많이 들어갔다. 영양만 놓고 보면 밀가루보다 월등하다는 것이 이 회사 측 설명이다.

주로 식품업계의 컨설팅을 해오던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는 어떤 나라에서는 음식이 남아도는데 또 어떤 곳에서는 굶주리는 사람이 있다는 괴리감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버려지는 음식 부산물로 영양가 있는 먹거리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제조 부산물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을 파트너로 삼았다. 리하베스트의 가장 큰 국내 파트너는 맥주 시장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OB맥주다. 보다 신뢰있는 제조 공정을 위해 반도체 기술을 도입해 공장을 만들었다는 것도 리하베스트에 흥미로운 부분이다.

민명준 대표를 지난 14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창업허브센터에서 만났다. 자리에 앉아 리하베스트가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을 듣던 내게 그가 작은 봉투 하나를 건넸다. “한 번 먹어보라, 맛이 괜찮다”는 말이 덧붙었다. 봉투 안에 든 리너지바(대체 밀가루인 리너지 가루로 만든 과자)를 뜯으며, 잘 나가던 컨설턴트가 왜 푸드 업사이클 사업에 뛰어들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고민하는지를 물었다.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

스파크랩 데모데이에서 피칭이 인상 깊었다. 맥주나 식혜를 만들 때 나오는 찌꺼기로 음식을 만들다니. 이 찌꺼기를 이라고 표현하던데

박, 또는 맥주 지게미라고들 이야기한다. 이 업계에서 쓰는 용어다. 맥주를 만드는 곳에서는 이 박을 처분하기 어렵다. 처리 비용도 많이 든다. 생산되는 먹거리 중 3분의 1은 버려지는데 이중 절반이 제조공정에서 나온다. 그런데 세계 인구  10명 중 한명은 만성적 영양실조다.

창업 전 원래 직업은 컨설턴트였다

맞다. 그렇지만 ‘컨설팅’에도 산업 분야라는 게 있는데, 주로 F&B(음식과 음료) 쪽을 많이 했다. SPC나 다농, 타이슨 푸드 같은 곳들을 대상으로 전략 컨설팅을 주로 했다. 반도체 부문도 컨설팅을 했고.

 컨설팅을 하면서 버려지는 음식 폐기물과 기아라는 양 극단의 문제를 파악했다. 그 계기가 있다면?

컨설팅 회사를 다니다보면 필연적으로 해외 출장이 많다. 개발도상국에 가면 음식물이 없어서 문제다. 그런데 우리나라나 프랑스, 미국 등에 가면 음식물 쓰레기가 많아서 문제더라. 그 괴리감이 있었다. 컨설팅을 하면서 F&B 기업의 총수들과 만나보면 그들 역시 그 괴리감을 느낀다고 하더라. 닭고기를 만드는 타이슨이라는 업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서는 닭고기가 없어서 못 먹는데 미국은 공급량의 20~45%를 그냥 버린다고 하더라. 국가별로 음식 자원에 대한 괴리가 있고 선순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기에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국가 내에서의 순환만 보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해외로 가는 걸 생각하고 있다. 식량난이라는 것 자체가 글로벌 스케일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국가 내에서도 비효울이 있다. 부산물이 정말로 많다. 리하베스트가 지금까지 42만톤의 부산물을 처리했는데, 그 양이 전체 음식 제조 부산물의 5%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은 맥주나 식혜를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을 취급한다. 그 범위를 더 넓혀갈 계획인가?

이미 확장을 하고 있다. 지금 재미있게 이야기 나오는 곳이 소주다.


갑자기 죄책감을 느낀다(웃음)

많이 드시나(웃음)? 맥주나 소주 부산물을 업사이클링을 한다고 하면 “너네가 사회악일 수 있는 알코올을 부흥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술이라는 것이 사회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한다면, 그 요소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것은 좋은 거라고 보고, 다만 그걸 하는 과정에서의 탄소 발자국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한다.

업사이클링의 효용은 어디에 있을까?

기존에는 맥주 부산물을 그대로 사료로 썼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 기술을 더해서 영양성분을 최대한 이끌어내 굉장히 몸에 좋은 원료로 만들어냈다. 실제로 아시아 최초로 푸드 업사이클 협회에 소속되면서 기술도 검증을 받았다.

업사이클 푸드 식품이 주로 타깃으로 하는 시장이 있나?

밀레니얼이 우선적인 타깃이다. 공공선에 관심이 많은 세대라서다. 불편하더라도 플라스틱을 대체할 빨대를 가지고 다니는 분들이 많다. 또, (사회적 가치가 있다면) 약간의 가격 차이가 나는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 이들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왼쪽부터) 맥주의 원료인 보리, 맥주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맥주 지게미(박), 그리고 이를 재탄생시킨 리너지 가루.

 

이 리너지 가루의 활용 사례로 만들어진 ‘리너지 바’.

그렇게 나온 것이 리너지바인가?

그렇다. 하지만 사실은 이런 B2C 제품은 리너지 가루의 활용 사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저희는 원료 회사다. 다만,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처음 나온 가루이다보니 이것이 어떻게 활용가능할지를 우리가 먼저 보여주는 거다.

일종의 샘플이다

그런데 너무 많이 팔려서 좀 피곤하다(웃음). 계속 가능성을 보여드리는 거다. 에너지바도 가능하고, 최근에는 그래놀라도 나왔다. 피자 제품도 있고, 시리얼을 만드는 회사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현지에서 일도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창업해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있나?

기술이 뛰어나고 제품을 빨리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기술은 무엇이었나?

반도체다. 특이하게 들릴 수 있겠다(웃음).


반도체 기업 컨설팅을 한 이력이 여기에서 쓰이는 건가

남규봉 CTO가 삼성이 1군협력사인 원익IPS 출신이다. 휴대폰 디스플레이 제조의 전처리 공정이 저희 공정과 되게 비슷하다. 세척, 건조, 분쇄다. 저희가 반도체 기술을 적용해서 제조 공장을 만들었다. 기존에는 부산물이나 원료를 180도에서 한두시간 동안 가열한 후 갈아서 사용했다면, 저희는 부산물 상태를 보고 실시간으로 얼마만큼의 온도를 적용해 얼마만큼 갈지를 판단하는 기술을 만들었다.

흥미롭다. 반도체를 다뤘던 이들이라 공정에 대한 이해가 높고 그 기술을 여기에 적용했다는 이야기인데. 그 아이디어를 제품에 적용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나?

정말 힘들었다. 2019년 말에 코로나가 스물스물 올라올 때 회사를 열었다. 그때는 공장 출입도 어려웠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식혜 공장과 협업할 수 있었고, 전략적 투자도 받았다. 그때부터 아홉달 정도 연구개발을 했다. 지난해 3월에 시제품이 나왔고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한 것이 8월이다. 오비맥주로부터 부산물을 무상으로 독점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제조 공정을 만드는 등의 에코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이디어가 확고하게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특히 식품 제조에 반도체 공정을 적용한다는 것이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푸드테크라고 하면 사람들이 굉장히 무시를 많이 한다. “이게 무슨 기술이냐”라는 이야기를 한다. 특히 정부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지원 사업이랑 연결하려면 AI(인공지능)나 빅데이터, 반도체 기술 이런 걸 주로 본다. 그러다 저희거를 보면 ‘낮은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데 실제로 저희 기술을 보면 굉장히 복잡하다. 비식품의 기술을 식품에 옮기면서 어떻게 수정을 해야 하나, 이런 시행착오를 실제로 240번 정도 거쳤다. CTO가 고생을 많이 했고, 결국 해냈다.

식품위생에 대한 규제가 셌을텐데

2019년 9월에 회사를 설립했는데 고맙게도 10월 쯤에 식약처가 저희를 알게 됐다. 당시 술지게미(부산물)가 이슈가 됐다. 부산물이 많이 나오는데 그냥 버려지니까 그 처리비용에 돈이 천문학적으로 들었다. 식약처에서 간담회를 했는데 저희가 참여해 부산물 처리 사례를 제시했다. 이후 샌드박스를 통해 규제가 완화되기도 했고, 관련 법제정도 있었다.

지금 단계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면?

가장 큰 것은 ‘소비자 인식 재고’다. (리하베스트의 제품이) 너무 새롭다. 해외 같은 경우는 푸드 업사이클이 이미 굉장히 활발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인식이 저조하다. 정부의 그린뉴딜에도 ‘푸드 테크 에너지’ 쪽이 없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큰 그림은 부산물보다 크게 본다. 음식물 쓰레기를 없애는 것 자체가 목표고, F&B 산업에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싶다.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것에 대비하면, 환경을 생각하면서 지속가능성이 있는 음식의 원료가 별로 없다. 그런 것들을 해결하고 싶다.

또, 지금 우리가 무얼 할 것인지 단기적으로 본다면 부산물 영역을 일단 확장을 할 예정이다. 사실은 저희가 보유한 맥주‧식혜 부산물의 양이, 국내 전체에서 생산되는 것의 57%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파트너인) OB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기 때문이다. 이것만 가지고도 월 400억~500억원의 잠재 시장 규모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들도 업사이클이 가능하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소주로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고 막걸리, 식초, 참기름 등도 보고 있다.

글로벌 진출의 형태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원료를 해외에 직접 파는 건 어려울 수 있다. 예컨대 일본에서 버려지는 맥주 부산물로 에너지 가루를 만들어 우리나리에 판다고 생각해보자.

거부감이 있을 수 있겠다

그렇다. 왜 남의 나라에서 나온 부산물을 먹어야해, 라는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또, 비용적인 면에서도 맞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설비와 기술에 뛰어난 강점이 있으니 특수목적법인으로 진출해서 해당 기술을 이전하고 운영 유지 보수 형태로 돈을 버는 것을 구상한다.

수요가 어느 정도 있을까?

굉장히 많다. (4월 중순에 있었던) 스파크랩 데모데이가 끝나고 나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맥주 회사인 ‘멀티빈땅’이나, 태국에서 타피오카를 만드는 ‘타이와’ 같은 회사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또, OB맥주의 모회사인 다국적기업 AB인베브에서의 수요도 굉장히 많다.

 

스포트라이트는 주로 첨단 기술 기업 위로 떨어진다. 그러나 인간이 지구에서 더 오래 먹고 살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더 장기적 관점에서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술에 가질 수 있는 고마움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때 더 커지는 것 아닐까. 민명준 대표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업사이클링이 필요한 또 다른 분야를 잠시나마 생각해봤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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