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회자됐다. 투자가 말랐다는 얘기다. 벤처투자업계(VC)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 증가에 대체로 보수적 투자를 집행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오픈서베이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에 대한 인식이 예년보다 안 좋아졌다. 자금 확보, 인재 채용에서의 경직된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오픈서베이와 함께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0’을 배포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현실 인식과 미래 전망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공유했다. 특히 창업자들의 응답이 인상적이었는데, 올해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한 이들은 “벤처캐피털의 미온적 지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내년 전망은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성공한 스타트업이 등장하며 사회적 인식이 좋아졌고, 정부와 VC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파트너가 다양해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올해 보수적 투자 집행, 내년은 나아질 것”


왼쪽부터 모더레이터를 맡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기대 이사, 토론 패널로 참여한 고려대학교 김광현 교수,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 로켓펀치 조민희 대표.

이날 발표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 동향 관련 패널 토론이 이뤄졌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이기대 이사가 모더레이터를 맡았고,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 김광현 고려대학교 교수가 질문에 답했다.

플로어에서는 주로 코로나19 이후 투자 상황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에게는 코로나 사태 이후 초기 스타트업들이 VC에 주로 어떤 걸 요구하는지를 물었다. 카카오벤처스는 초기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로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스타트업들 입장에서는 정부 자금이나 엑셀러레이터가 많으므로, 왜 자신들이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하는지 설득을 해달라는 요구를 많이 한다”며 “VC가 우군으로서 토론의 대상이 되길 바라는 창업자가 많은데, 코로나19 이후 의사결정의 어려움, 자금이 마를 가능성 등 갑작스런 상황에 도움이 될 파트너를 찾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전보다 투자가 적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도 올해 스타트업의 자금 수혈이 어렵다는 점을 수긍하며 “모험자본이 상대적으로 안전자본으로 바뀌고 있고, 주식시장이 활황이라 그쪽으로 돈이 넘어가기도 했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관련해 정신아 대표도 상황을 분석했다. 실제로 스타트업들이 자금이 말랐다고 느꼈을 확률이 큰데, 자금이 극초기 기업이나 혹은 안정성이 보장된 후기 기업에만 몰렸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국내에서는 스타트업이 프리A 부터 A나 B 시리즈 투자 규모에 굉장히 많이 분포되어 있어서 이 부문의 자금 투자가 부족해 체감적으로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부터는 투자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봤다. 올해는 국내 VC 중 100개 이상이 투자를 위한 자금 모집을 진행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금을 모으고 있는 과정에는 투자 집행을 하기 어려웠는데, 자금 모집을 마쳐 총알을 장전한 VC들이 앞으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제는 투자가 올라가는게 커질 것이고 내년에는 나아질 것”이라며 “후기 기업에 투자 경쟁이 심해지면서 기업의 밸류가 너무 높아질 경우 투자 자본은 아직은 밸류가 낮지만 향후 성장할 기업으로 자금을 넣게 될 것이므로, 초기와 후기에 몰렸던 자금이 물이 흐르는 것처럼 중간으로 흘러와 만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도 발표, ‘재택근무’ 만족도는?


오픈서베이 이창민 매니저가 리포트 발표를 맡았다.

한편 이날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오픈서베이와 함께 발간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0’의 주요 내용도 발표했다. 주요 테마는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 조사다. 지난 9월 18일부터 28일까지 11일간 오픈서베이를 통해 진행한 설문에 창업자 166명, 대기업 재작자 500명, IT 및 지식 서비스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00명이 참여했다. 관련 내용 중 흥미로운 몇 부분을 발췌해 공유한다. 전체 리포트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재택근무 만족도

코로나19 이후 스타트업 재직자와 대기업 재직자의 재택근무 경험 비율은 비슷했지만, 재택근무 양상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스타트업 재직자들은 대기업과 달리 ‘언제든 필요하면 재택’이 가능하다고 응답했으며, 자율적으로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재택근무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대기업 재직자와 비교했을 때 약간 긍정적이었다. 다만, 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우에는 재택근무의 효율성과 관련해 효율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18.9%로 낮은 편으로 재직자들과 대조를 이뤘다.

응답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인 부분은 재택근무에서 겪는 어려움이었다. 특히 대기업 재직자는 재택근무 시 ‘대면/ 실시간 보고/회의/결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로 인해 40.6%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변한 반면, 스타트업 재직자의 경우 19.6%만이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스타트업이 가진 자율적인 조직문화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타트업 재직자들의 38.4%가 스타트업 재직에 가장 만족하는 점으로 ‘자율적/수평적 조직 문화’를 꼽았다. 스타트업 취업을 고려하는 취업준비생의 39.1%, 대기업 재직자 중 스타트업 이직 고려자의 26.1%가 스타트업 취직/이직 이유로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선택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완전한 재택 근무에 대한 선호가 높진 않았는데 관련해 이창민 오픈서베이 매니저는 “선택지가 없는 경직성 보다야 자율적인 선택을 선호하는것”이라고 해석했다.

∎누구의 조언을 신뢰하나


흥미롭게도, 스타트업 재직자와 대기업 재직자가 업무 관련해 조언을 구하는 이가 달랐다. 스타트업 재직자들은 동종업계 종사자나 경력자, 실무자(8.8%)에 가장 많이 조언을 구했다. 직장 상사나 선배, 팀장의 순위(2.0%)는 14위로 꼴찌였다. 심지어 교수나 은사님보다 낮았다. 반대로 대기업 재직자들은 친구나 친척, 선후배 등 주변지인(10.2%)에게 가장 많이 조언을 구한다고 답했고, 직장 상사나 선배 팀장도 6위로 4.2%를 차지했다.

∎스타트업 취업, 꺼리는 이유

고용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스타트업 취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는 결과도 나왔다. 대기업 종사자가 ‘창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비율(42.4%), 스타트업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17.6%)은 모두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으며, 낮은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났다. 대기업 재직자들은 스타트업을 ‘혁신적이며 창의적(33.2%)’라고 보고 있지만, 스타트업의 ‘불안정한/불투명한’ 이미지가 작년 6.2%에서 올해 22.6%로 크게 증가해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함을 읽을 수 있었다고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측은 설명했다. 취업준비생들의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취업 고려율 역시 작년에 비해 다소 감소했으며,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45.1%로 가장 높게 나왔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이와 관련해 김광현 고려대학교 교수는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반작용으로 창업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지 않았나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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