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극장 체인 ‘AMC’를 향한 업계의 시선이 엇갈린다. 지난주 AMC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도한 ‘매매 공방’ 한가운데에 놓이면서 주가 폭등의 수혜를 입었다. 파산 위기까지 몰린 자금 실정에 숨통이 트인 셈이지만 상황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스트리밍 업계가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은 만큼 AMC의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산 위기 몰렸던 ‘AMC’, 미 증시 뒤흔든 매매 공방에서 살아나


최근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이하 AMC)는 개인 투자자와 헤지펀드 사이에 벌어진 매매 공방 속에 놓였다. 미국 인기 커뮤니티인 ‘레딧’의 개인투자자 다수가 공매도 세력을 응징하겠다며 일명 ‘한물 간’ 주식을 대량 매수했기 때문이다. 컴퓨터·비디오게임 판매 업체인 게임스톱 등 주로 오프라인 사업에 초점이 맞춰진 기업들이 주된 목표였는데, 스트리밍과 온라인 영화 산업에 적응하지 못한 AMC도 매집 리스트에 올랐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러시에 주가는 폭등했다. 지난달 15일, AMC는 2.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27일에는 19.9달러를 기록했는데, 2주 사이에 무려 840%가 오른 것이다. 로빈후드 등 주식거래 플랫폼들의 거래 제한 조처로 과열 양상은 피했지만 1일에도 11.8달러로 마감했다. 업계는 이같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매수를 이어간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의견이 커뮤니티 내 중론인 까닭이다.

전 세계 최대의 극장 체인인 AMC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자사 직원 3만5000명에게 휴직 명령을 내렸고, 15개국의 1만700여 상영관을 폐쇄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부채가 7억달러(약 7800억원)나 늘었는데, 이는 AMC의 한 해 수익과 맞먹는 수치다. 25일(현지시간), AMC의 아담 애론 최고경영자(CEO)는 “누구도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이를 위한 우리가 보유한 현금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전례 없는 매매공방이 자금난을 겪는 AMC의 숨통을 틔워준 셈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살펴보면, AMC 측은 매수 ‘광풍’이 불어닥친 27일(현지시간) 신주 5000만 주를 모두 판매했다고 알렸다. 주가 폭등 사태가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웨드부시 증권의 마이클 패터 애널리스트는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AMC가 계속해서 자금 확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리밍 시대에 내몰린 AMC, 주가 폭등에도 웃지 못해


다만, 위기를 모면한 상황에도 활짝 웃지 못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온라인 상영을 앞세워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대거 등장한 터라, 팬데믹 이후에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우, 지난해 2월까지도 넷플릭스와 아마존, 애플이 전부인 상황이었다. 이제는 디즈니 플러스를 시작으로 에이치비오 맥스(HBO Max), 피코크(Peacock), 파라마운트플러스(Paramount+) 등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기업들이 너도나도 스트리밍에 뛰어들고 있다. 가뜩이나 경쟁이 격화한 콘텐츠 플랫폼 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성장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셈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대거 등장한 현상은 상영 경로가 그만큼 다변화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디즈니는 지난해 ‘소울’과 ‘뮬란’의 오프라인 개봉을 포기하고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에서 해당 작품들을 공개한 바 있다. 워너 브로스는 올해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 HBO Max와 오프라인에서 동시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온라인 서비스에 충분한 수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영화를 감상하도록 훈련받은 대중은 극장으로 쉽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MC가 쓴웃음을 짓는 이유는 또 있다. 오프라인 상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극장과 콘텐츠 업계 간의 ‘지각 변동’이 일어난 까닭이다. 지난해 7월, 유니버설 픽처스와 신작 영화의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을 90일에서 17일로 단축 계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니버설은 개봉이 17일이 지난 영화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온라인으로 상영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극장이 주도권을 쥐고 온라인 상영 기일을 지정하던 업계의 암묵적인 규칙이 깨졌다는 평가다.


이같은 배경에도 ‘극장 패싱’에 대한 AMC의 우려가 있다. 유니버설 픽쳐스는 지난해 3월 애니메이션 ‘트롤:월드투어’의 온라인 개봉을 확정 지은 바 있다. 초창기 AMC는 유니버설에 상영 금지 조처까지 언급하며 반발했지만 ‘트롤’이 출시 3주 만에 1억달러(약 1118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자 온라인 수익 일부를 가져가는 조건으로 방침을 바꿨다. 오프라인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은 AMC가 굴복한 셈이다. 미국의 유명 증권매체 모틀리 풀은 “이제는 영화 산업의 구조가 바꼈다”면서 “스트리밍 서비스는 할리우드의 힘의 균형을 극장에서 더 멀리 이동시켰고 전통적인 극장의 독점적 권위는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전망 밝지 못한 ‘AMC’, 솟아날 구멍 있나?


AMC가 이번 매매공방에 놓인 것은 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우선 극장 체인의 쇠퇴는 충분히 예견된 추세였다. 미국 영화 협회(MPA)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극장 수입은 425억달러(약 47조 5700억원)로 사상 최고치였다. 그러나 당시의 호황은 ‘어벤저스’와 ‘스타워즈’ 등 제작비가 큰 영화에만 집중됐고, 그 해 130억달러(약 15조원)를 벌어들인 디즈니의 공이 컸다. 겉으로는 영화 산업의 성장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덩치 큰 할리우드 제작사의 실적이었다는 뜻이다.

스트리밍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증명한 장면이기도 하다. 2019년 1억 550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구독자가 2억 명을 넘겼다. 2019년 말 론칭한 디즈니 플러스는 1년 만에 900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유치했으며, 2024년에는 최대 2억6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미국 극장 수요는 2019년 114억 달러에서 2020년 22억 달러로 80% 감소했는데, 이같은 수치는 1980년대에 나타난 극장 수요와 비슷하다. 플릭스 브류하우스의 알렌 레건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 이후에는 최대 25%의 영구적인 관객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축소된 형태지만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계속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CNBC의 보도를 살펴보면, 디즈니 관계자들은 개봉작의 배포 경로를 넓히겠다면서도 ‘블랙 위도우’나 ‘정글 크루즈’ 같은 영화는 극장에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환경에 특화된 콘텐츠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MKM 파트너스의 에릭 핸들러 애널리스트는 “잃어버린 극장 수입을 모두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비즈니스 모델에서의 변화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극장은 여전히 남는다”고 했다.

결국 이런 수요에 발맞춰 AMC가 전면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할리우드 업계 자문을 맡는 로버트 살코위치는 지난달 포브스 기고에서 “극장은 사회적인 활동을 위한 잠재적인 ‘허브’”라면서 “아직까지 아울렛으로서 보여줄 면모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극장 환경에서 벗어나 다목적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콘텐츠 업계와의 협업으로 수익 구조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 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AMC는 유니버설 픽쳐스의 극장 개봉 기한을 단축해 준 대신, 온라인 수익의 일부를 챙겼다. 업계 2위인 리갈 시네마에게 “잘못된 시점에 적절하지 못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스트리밍 수익을 흡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AMC의 아담 애론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극장 산업에 곧 변화가 온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그것을 수익으로 재변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호준 인턴 기자> nadahoju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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