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탑이 무슨 회사길래

게임스탑은 매장에서 게임을 파는 점포 프랜차이즈다. 그러나 점차 게임이 디지털 다운로드 형태로 판매되자 영향력이나 매출이 줄어들고 있었다. 게임은 물론 실물 수요가 있다. 게임 타이틀은 중고로 재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스탑은 게임을 가져오면 크레딧으로 전환해주는 사업도 한다. 알라딘 서점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결합한 형태다. 그러나 PS5, Xbox 등의 주요 콘솔이 디지털 다운로드만 가능한 옵션을 내놓고, PC 게임 플랫폼 스팀이 파격적인 연쇄 할인으로 성장한 만큼 점차 실물 게임 타이틀 수요가 줄어들 것만은 확실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3월부터 5월까지 3500여개의 매장 문을 닫아야만 해서 매출 하락 폭이 큰 상태였다.

따라서 게임스탑 역시 앞으로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신규 게임 콘솔도 등장했고, 이커머스계의젊은 피인 츄이닷컴의 라이언 코언((Ryan Cohen)이 이사진으로 합류하는 등의 이유로 게임스탑 주가는 소폭 상승 중이었다. 이것이 2020년 11월까지의 일이다.

닌텐도 wii가 발매될 때의 게임스탑 줄서기 광경(출처=dicoplio)

공매도 과열

영화 <빅 쇼트> 공매도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이해를 위해 보기 좋다

공매도는 ‘숏 세일’로 부르는 주식 판매 형태다. 더 줄여서 ‘숏’으로도 부른다. 영화 <빅 쇼트>의 숏이 공매도를 의미한다. 기존 거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미래의 주식을 산다는 것이다. 복잡하지만 ‘주가가 떨어지는 데 걸고 구매한다’고 보면 된다. 빌려서 우선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다. 예를 들어 현재 A 주식 한주당 가격이 1000원인데 주가가 나중에 100원이 될 것 같다면, 1000원에 주식을 빌려서 팔고(팔았으니 1000원을 번 상태다) 주가가 100원이 되면 주식을 사서 100원을 갚는다. 이때 판 값인 1000원을 그대로 갖고 있고 100원짜리 주식을 사서 갚았으므로 차익은 900원이 남는다. 이런 식으로 내려갈 주식에 베팅하는 것이 공매도다. 공매도는 현금 유동성을 강화한다는 강점이 있지만 여기서는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도록 한다.
게임스탑의 경우 앞서 11월 이후 주가가 약간 상승한 상태였다. 특히 라이언 코언이 자신의 벤처캐피털을 통해 게임스탑의 지분을 13% 사들이며 이사회에 참여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가세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인기 커뮤니티인 레딧에 서브 토론방 월스트릿벳츠(/wallstreetbets, 이하 WSB)를 만들고 집단 매수를 하기 시작했다. 주식은 물론 콜옵션(매입 선택권)까지 사들였다. 콜옵션이란 공매도와 반대로 나중에 오르면 사겠다는 권리를 사는 것이다. 다만 안 사도 된다. 대신 계약금을 낸다. 공매도가 안 내려도 팔아도 되는 것처럼, 콜 옵션도 올라도 안 살 수 있다. 다만 계약금을 환불받지는 못한다.

현재도 승리의 기쁨이 가득한 레딧 WSB

기존에도 게임스탑 주가 공매도는 이뤄지고 있었지만, 주가가 20달러를 넘는 시점에서 많은 헤지펀드가 대량 공매도에 나선다. 시트론리서치(Citron Research)나 멜빈캐피털(Melvin Capital) 등이 주로 참여했다. 헤지펀드는 사모펀드의 일종이지만 사모펀드가 기업가치나 상장, 매각 등을 통해 돈을 버는 반면 헤지펀드들은 주로 유동성인 높은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즉, 공매도하기 딱 좋은 펀드가 헤지펀드다. 헤지펀드 역시 개인투자자의 투자금 모음이긴 하나 개인투자자(개미)들과 다르게 많은 금액을 유동할 수 있는 100명 미만의 투자가가 모인다. 즉, 개인을 모아 기관처럼 움직인다.

1월 22일, 이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금액이 시가총액 최대치의 140%를 상회하는 것을 투자자들이 확인했다. 실제로는 유통주식의 58% 정도라고 알려져 있지만 공매도가 과도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자 개미들이 봉기했다. 이미 주가 급등 시점부터 어느 정도 봉기한 것이었지만 더 봉기했다. WSB는 게시판인 특성상 주가가 폭등하면 각종 그래프와 자랑글이 올라오게 된다. 특정 사용자는 WSB에 5만3000달러를 투자해 1100만달러를 벌었다는 이야기를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게시물을 본 개미 투자자들은 더 유입돼 주가는 12달러에서 160달러선까지 오르기도 한다. 헤지펀드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때라도 사실 공매도를 정리했으면 살려는 드릴게 상태였다.

개미들이 봉기한 이유는 여러가진데, 우선 공매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두가지 공매도 중 한가지만 개인이 할 수 있다. 또한, 공매도 특성상 자산 가격이 음수가 될 수 없으므로 기대 수익은 100%가 될 수 없지만 기대 손실은 무한대다. 따라서 금액을 크게 걸어야만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크게 걸고 크게 걷는 것만 가능해 주로 거액을 공매도할 수 있는 펀드들이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론상 기대 손실이 무한대라는 것은 거의 이뤄질 수는 없다. 게임스탑도 적정 주가가 5달러 정도라고 평가받고 있었으므로(오르기 전 주가는 그것보다 더 낮은 3달러 선이었다) 20달러에 공매도를 걸어도 15달러는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그 이론상 기대 손실 무한대를 개미들이 이뤄낸 것이다.

개미들의 분노

개미들은 항상 공매도를 주도하는 세력에게 불만이 있다. 예를 들어 B 주식이 1000원인데 공매도 세력(주로 헤지펀드)이 유입되면 기대심리의 위축으로 인해 주가가 바로 20~30%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의 상승’에만 걸 수 있는 개미들은 주가를 하락하게 만드는 기관이 달가울 리 없다. 또한,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은 바 있다. 한 레딧 유저는 “공매도 세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공매도해 큰 돈을 벌고 축배를 든 것을 보았다며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게임스탑 주식을 구매한다”  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미국 증시가 절망에 빠졌을 때 유일하게 돈을 번 것이 공매도 세력이었다. 영화 <빅 쇼트>의 주인공들이 그때 큰돈을 번 공매도 세력이다.


개미들은 하여튼 게임스탑 주식을 계속 사들였다. 그러자 갑자기 WSB 유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트윗을 올렸다. 바로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Gamestock의 오타인듯한 Gamestonk! 트윗으로 WSB와 개미들에게 불을 질렀다. 주가는 더 폭등해 240달러가 되었다.

로빈후드 Restriction

1월 28일, 개미들이 주로 사용하는 주식 거래 서비스(MTS)인 로빈훗을 비롯한 몇 서비스가 갑자기 주식을 구매하는 버튼을 없애버렸다. 로빈훗은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것처럼 편리한 주식 거래와 무료 수수료, 편리한 옵션(위의 콜옵션 같은 것) 거래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앱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증권 거래 앱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것이 증권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서킷 브레이커나 사이드카 등의 제도적 장치가 아닌 로빈훗의 자체적인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로빈훗의 앱 소개에는 현재 악플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로빈훗의 소유주에 있다. 로빈훗에는 여러 소유주가 있는데 그중에는 자산관리 업체 시타델(Citadel LLC)이 있다. 그리고, 시타델은 공매도로 인해 돈을 무수히 잃고 있던 멜빈캐피털에 추가 투자를 한 바 있다. 그러니까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시타델 헤지펀드가 로빈훗에 압력을 가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할 수 있다. 의적의 이름을 가진 로빈훗이 사실은 귀족에 고용된 용병이라는 소식에 개인투자자들은 더 불타올랐다. 즉, 원래 별로인 기관에 대한 미움이 더 커진 것이다. 전쟁에는 더 많은 병사(개인투자자)가 참여했다. 따라서 주가는 점점 더 올라 6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로빈훗 안에서만 650만명이 참전했으니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정부나 SEC의 제제가 아니었으므로 로빈훗 이외의 HTS들은 게임스탑 주식을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있었다. 이것이 또 분노의 포인트가 된다. 그러나 로빈훗에서 매수가 금지됐으므로 어찌 됐든 가격은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가가 아닌 이권이 걸려있는 기관이 주가를 조정한다는 점에서 ‘주식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재확인시켜준 사례로 개인 투자자들은 더 많은 구매를 했고 판단했다. 따라서 200달러 선으로 내려간 주가는 다시 370달러로 상승했다. 이후 서킷브레이커(주가가 급격하게 변동될 때 주식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잠깐동안 거래를 중단시키는 제도)가 발동돼 주가는 더욱 떨어진 120달러가 되었으나 주가는 다시 귀신같이 상승한다. 다시 400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헤지펀드들이 잃은 것

헤지펀드들은 이제 숏 스퀴즈를 감당해야 한다. 숏 스퀴즈는 공매도(숏)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공매도한 주식을 갚아야 한다. 공매도를 5달러에 걸었다면 현재 주가+5달러를 갚아야 하는 셈이다. 이 일로 인해 멜빈캐피털을 포함한 공매도 세력은 약 2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후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708억달러(약 79조원)의 손실을 봤다고 추산하기도 한다. 물론 주가 상승은 현재 진행형이므로 이 금액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결국 멜빈캐피털이나 시타델은 자산을 탕진했으므로 주가 폭등을 막을 방법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

로빈훗이 잃은 것

로빈훗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앱이었다. 그러나 이 서비스가 기관을 위해 움직였다는 정황이 포착되며 CNN이나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반 투자자의 편이다”같은 말을 했다가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로빈훗 서비스 자체의 신뢰성도 하락했고, 사법 절차를 밟을 가능성 역시 상당히 높다. CEO의 발언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은 다른 인기 앱인 WeBull, eTrade, Fidelity 등으로 이탈하고 있어 인기 앱으로의 지위도 위태롭다.

이제 시작이다

일부 헤지펀드나 로빈훗은 집단고소와 실형을 감수해야 한다. 주식 거래는 자유시장의 산물이라고 불려왔지만, 매수 버튼이 사라지거나 과도한 공매도가 걸린 것은 ‘주가를 조작하는 큰 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정치권 역시 나서고 있으므로, 이들은 청문회에 불려가고, 집단 고소의 위자료를 물어주고, 실형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임스탑의 일주일 주가 통칭 ‘wild week’. 무언가 조치가 있으면 내려가고 귀신같이 회복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분전한 이유

개인 투자자들이 들고 일어선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삼성전자나 애플, 넷플릭스 등의 거대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니즈가 파편화돼있지 않았다. 주식 수나 주가 모두 개인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을 만한 사건이었다.

또한, 미국에서는 금융가, 특히 공매도 기관에 대한 분노가 중산층에 만연하다는 분석이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에서 부모가 자산을 잃고 고통받은 것을 지켜본 2040세대가 레딧의 주 사용자층인 것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여론을 퍼뜨리기 쉬운 플랫폼, 개인이 거래하기 좋은 플랫폼을 개인들이 갖고 있었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된다. 이제는 자신이 역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명감도 일부 부여된 것으로 보인다.

WSB를 필두로 한 개인 투자자들과 헤지펀드의 싸움은 이미 끝이 났다. 그것도 개인투자자들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헤지펀드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손실액을 줄이고 가벼운 사법처리를 받는 것뿐이다. 이 사건은 추후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큰 사건이며, 역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훗날 또다시 기관과 개인이 대립한다면 사건의 이름은 ‘Gamestonk!’를 따라 만든 XXXStonk! 바이라인Stonk!와 같은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