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겜알못 리뷰] 모두가 부지런한 쿠키들의 세계 ‘쿠키런:킹덤’

‘쿠키런:킹덤’ 한줄 평: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게임만 하고 있다.

‘쿠키런’은 스마트폰 게임의 시조새다. 아이폰이 한국에 강림하도 전인  2009년 6월에 선보인 ‘오븐브레이크’가 쿠키런 시리즈의 조상이다. 당차게도 오븐을 박차고 나와 뜀박질을 하던 그 귀여운 쿠키가 총 10개의 시리즈를 만들어내며 이렇게 롱런할 줄을, 그때 누가 알았을까. 쿠키런:킹덤은 쿠키런 IP로 나온 열번째 게임으로, 지난 21일 글로벌 동시 출시했다. 그리고 나온지 하루만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2위에 올랐다. 다시한번 느끼는 무서운 IP의 힘이다.

[box type=”bio”]쿠키런:킹덤은 어떤 게임?

게임 개발사 ‘데브시스터즈’가 이 회사 대표 IP인 쿠키런을 기반으로 만든 소셜 롤플레잉게임(RPG)이다. 기본적으로는 모바일 캐릭터(쿠키) 수집과 전략 전술 RPG에 타운 건설 요소를 합쳤다. 랜덤으로 쿠키를 뽑아 전사로 육성해 전투를 치르면서 동시에 마을도 만들어야 한다. 즉, 이용자가 할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쿠키런 IP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인 캐릭터의 귀염성에 더해 RPG 게임의 재미 요소를 녹였다.[/box]

겜알못의 입장에서 쿠키런:킹덤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게임이 만만해 보인다는 것이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뜻이다. 쿠키런 그거 애들이 하는 게임 아냐? 어려워봤자 쿠키런이지, 하는 건방진 마음이 들었다.  예상한대로 게임은 쉬웠다. 처음에는 말이다. 귀여운 쿠키들이 나와 달리다가 적과 만나 싸우는 형태라 꾸준히 쿠키들만 업그레이드 시켜주면 쉽게 쉽게 갈 것 같았다. 얼핏 유치하게도 느껴졌다. 캐릭터가 귀여우니 애들은 좋아하겠네, 라고 생각했는데.

과장 약간 보태서 나흘을 꼬박 쿠키런만 했다. 레벨이 벌써 29다. 약간의 현질(유료 상품 결제)을 하긴 했지만 소액이므로 시간과 정성으로 이룬 성과라해도 무리가 아니다. 뭐야, 나 왜 지금 진심이지? 심지어 지금, 쿠키들이 나를 무시하고 있단 생각마저 들었다. 마의 6-26 스테이지에서 막혀서 몇 시간 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왜 더 강해지지 못하냐며 쿠키들이 건방지게 비웃는다. 물론 망상이다.

어쩐지 계속 이기더라니.

언제부터 이 게임이 유치하단 생각이 사라졌는지를 돌이켜보니, 만듦새의 꼼꼼함에 감탄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쿠키런:킹덤은 최소 두 가지 이상의 게임이 뒤섞여 만들어졌는데 완전히 다른 두 요소가 따로 노는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잘 엮여 돌아간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수집형 RPG다. 카드를 수집해서 공격과 방어, 두 전투 덱을 구성해 적과 싸워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가 수집한 카드의 전투력을 계속해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적의 형태에 따라 덱의 구성을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나같은 겜알못도 계속 고민해가면서 덱 구성을 바꿔서 게임했다. 어떤 구성을 취하느냐에 따라 미묘하게 승률이 바뀐다는 걸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를 수집했지만,

 

실전에 투입되는 것은 다섯 쿠키다. 게임을 거듭하면서 덱의 구성을 계속 바꿨다.

 

쿠키들은 정해진 루트를 달리면서 끊임없이 나오는 적과 싸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전투만 잘한다고 해서 쿠키런:킹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쿠키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잘 건설해야 한다. 마을에서는 여러 상품을 생산하는데, 부지런하게 만들어다 팔아야 쿠키들의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별사탕을 구할 수 있다. 또 생산품 간의 관계도 긴밀하다. 목재를 만들어야 도끼를 만들 수 있고, 도끼가 있어야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식이다.

반대로, 전투에서 이기면 아주 큰 점수를 준다. 이 점수가 있어야 타운의 레벨을 쉽게 올릴 수 있다. 타운 건설 중에 중간중간 미션으로 전투에서 이기고 오라고 메시지를 준다. 양쪽 중 어느 하나의 콘텐츠만 해서는 게임을 길게 할 수 없다. 유저 입장에서는 두 가지 다른 장르의 게임을 왔다갔다 하면서 해야하기 때문에 따로 손이 놀 시간은 적다.

이것이 나의 타운. 여타 타운 건설 게임과 외양이 비슷하다. 다만, 여기서 만들어진 여러 재화는 쿠키 전투력을 올리는데 밀접하게 사용된다.

그리고 내가 정말 무릎을 탁 친 것은, 어느 하나 버릴 쿠키가 없게 게임을 설계했다는 점이다. 쿠키런 게임은 기본적으로 수집형 RPG다. 랜덤으로 캐릭터를 뽑아 최종 다섯명만 전투에 참여시킨다.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한 쿠키는 사실상 게임에 필요가 없는 존재다.

그런데 쿠키런:킹덤은 2군, 3군에 속한 쿠키들에게 일할 공간을 마련한다. 이들이 모두 일을 해야 상품이 제때 공급된다. 심지어 나중에는 생산시설이 늘어나면서 쿠키의 수가 모자라기 때문에 노동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위해 랜덤 뽑기를 해야 하는가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마저 하게 됐다. 물론, 그런 이유로 뽑기를 하지는 않았다.

정말로 모두가 일을 한다. 게임 왼쪽에는 쿠키들의 현상태를 볼 수 있는 버튼이 있는데, 누가 활동 중이고 누가 활동중이지 않은지를 표시한다. 대체로 생산을 열심히 해야 다음 레벨 진입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잉여롭게 노는 쿠키는 없다. 소외된 이 없는 쿠키들의 세계.

나와 같은 겜알못을 위한 몇가지 팁. 구르면서 배운 내용이라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초반에 쿠키들의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경험치 별’이 많이 배포된다. 이때 고루고루 키우겠다고 많은 쿠키들을 동시에 레벨업하면 나중에 25레벨 넘어가면서 별사탕 기근에 시달리게 된다. 쿠키 레벨 올리기에 필요한 점수는 점점 높아지는데 별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니까, 아낄 수 있을 때 아끼면서 집중 육성할 쿠키에만 별을 투자하자. 분산투자는 주식에서나 써먹을 말이다.

세상에, 지금 누가 누구한테 조언하는 거지. 그래도 계속해보겠습니다.

더 세고 더 매력적인 쿠키를 얻으려면 랜덤 뽑기를 해야 하는데,

 

뽑으면 이렇게 건방진 쿠키들이 나온다.

 

2) 다음은 랜덤 쿠키다. 이 게임의 가장 큰 과금 요소다. 더 센 쿠키를 갖고 싶다는 욕망에 시다릴게 되는데 쿠키를 새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랜덤 뽑기가 유일하다. 랜던뽑기는 물론 유료다. 쿠키런:킹덤에서 화폐로 쓰이는 ‘크리스탈’을 지불해야 한다.

이 크리스탈은 게임 내에서 보상으로도 주어지지만 현금으로 구매해서 쓸수도 있다. 보상으로 주어지는 크리스탈은 늘 부족하게 마련이고, 현질의 유혹은 계속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지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초반에 주어지는 크리스탈을 적절하게 아껴서 필요한만큼의 쿠키만 뽑는게 낫다. 어차피 나중엔 별사탕이 모자라므로 쿠키가 많아봤자 타운에서 생산 노동에만 쓰지, 모두 성장시켜 전투에 쓰기도 어렵다.

잘 성장시킨 쿠키의 예. 일단 그렇다고 우긴다.

3) 쿠키만큼 보물도 중요하다. 보물은 전투의 공격과 방어력을 올려주는 아이템 같은 거다. 역시 랜덤 뽑기로 구매할 수 있다. 나는 처음에 보물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그런데 나중에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니 보물을 제대로 활용한 이들이 빠르게 레벨을 올렸다. 전투에서 이기려면 적당한 보물을 잘 뽑아 적절하게 덱에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전투가 끝나면 별점이 매겨지는데 3점 만점이다. 전투에 참여한 쿠키 중 하나라도 전사하면 별 세개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재도전이 가능하다. 어차피 레벨이 올라가면 서너판에 한번씩 꽉 막혀서 풀리지 않는 고구마 구간이 나온다. 갑자기 상대가 세지는 경우인데, 이때는 별사탕을 모을겸 이전에 낮은 점수로 통과한 전투를 다시 치르면 된다.

각 대륙의 스테이지를 모두 별 3개로 통과하면 게임 속 화폐인 크리스탈이 주어진다.

5) 배터리를 만땅 충전해야 한다.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발열도 있다. 스마트폰이 아주 뜨끈해져서 손난로로 제격이다.

겜알못 답지 않게 진지했다. 더 얘기하면 밑천이 드러날것 같아 여기까지만 한다. 참, 이 게임에는 PvP 모드가 있다. 킹덤아레나에서 나와 유사한 레벨을 가진 다른 유저와 싸우는 거다. 추천 이용자 중 한 명을 선택해서 싸우는데, 음하하. 많이 이겨서 골드 레벨이 됐다. 겜알못에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놀라운 쿠키런의 세계.

PvP 모드.

게임을 하다가 약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쿠키 3종을 실제로 구매해봤다. 쿠키계의 살아 있는 전설 버x링 쿠키와 단맛이 빠지면 아쉬우니까 초콜릿칩 쿠키, 그리고 왠지 건강해 보이는 오트밀쿠키를 사와 책상 위에 깔았다. 그리고 전투에서 질 때마다 한 입씩 아그작 깨물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나는 정말로 열심히 게임을 했고 나흘만에 레벨 29까지 올라갔다.

 

이렇게 게임을 열심히 한 결과,

 

나는 살이 쪘다. 리뷰 끝.

 

[그동안의 겜알못]
[겜알못 리뷰] 포린이도 지금 포트나이트 뛰어들 수 있을까?
[겜알못 리뷰] 누가 크아가 쉽다고 했나
[겜알못 리뷰] A3를 시작했다
[겜알못 리뷰] 서든어택의 갑작스러운 공격
[겜알못 리뷰] 누구냐, 내게 ‘동물의숲’이 힐링게임이라고 한 사람
[겜알못 리뷰] 한화의 개막전 완봉승 소식을 듣고 놀란 마음에
[겜알못 리뷰] 카트라이더, 트랙 위에서 외로움을 맛보다
[겜알못 리뷰] 리니지 제쳤다는 바람의나라, 나도 해봤다
[겜알못 리뷰] 경공으로 하늘을 날다 ‘미르4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첫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