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경기도자율주행센터장의 인터뷰는 [판교에는 자율주행차를 위한 놀이터가 있다] 기사에 연결되는 내용입니다.

나 혼자 살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별로 없다. 세상을 바꿀 신기술이라고 하더라도, 기술 혼자 똑똑해 봤자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사람의 삶에 이롭다”는 것을 증명해내야 한다. 설득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그 기술을 써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기술은 이런 테스트를 거치기 위해 더 큰 노력과 비용이 든다. 자율주행차가 그렇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운전하는 차가 현실 적용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도로에 데이터 수집을 위한 인프라가 깔려야 하고, 이 정보들을 살펴 적절히 처리해 쓸 수 있는 관제 플랫폼도 필요하다.

이런 실험이 경기도 판교에서 일어나고 있다. 판교 제로시티는 일반 차량과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이 같은 도로를 쓴다. 현실의 도로에 자율주행차가 돌아다니는 사례는 드물다. 이런 경험이 앞으로 자율주행차 기술발전과 도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9일 경기도자율주행센터를 총괄하는 김재환 센터장을 만나 물었다. 그는  2015년부터  판교 제로시티 기획을 주도해 온 인물로, 지난해 센터가 개소하면서 첫 센터장으로 부임했다.

김재환 경기도자율주행센터장.

 

판교에 자율주행을 위한 실증단지가 기획되고 운영된 지 5년이 지났다. 그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나

먼저, 판교 제로시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직 학생이던 2005년부터 시작해서 융기원에 입사한 이후까지 쭉 자율주행과 관련한 일을 해왔다. 자율주행차를 열심히 만들었지만 “얘가 정말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자율주행차는 혼자 다니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일반 차량과 함께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생존해야 한다. 도시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변화의 범위를 확대해 생각하던 와중, 2015년에 태어난 것이 판교 제로시티다. 여기는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놀이터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고 차량이 움직이는 리얼 월드 안에 자율주행차를 투입해 상용화에 가까운 걸 만들어보고자 했다.

제로시티는 자율주행을 하는 연구진이나 기업들에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다. 센터가 직접 차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가 연구자로서 자율주행을 하면서 느꼈던 한계를 최소화해 기업을 지원해주는 공공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경기도자율주행센터는 기업들의 자율주행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지원 조직이라고 보면 된다.

생태계에 스타트업을 비롯해 여러 기업이 들어와 테스트하고 실증한다. 그 과정에서 기술을 많이 봤을 텐데 현재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기술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제일 듣기 싫은 질문이 바로 ‘수준’에 대한 것이다(웃음). 자율주행에 대한 레벨을 임시로 나눠놨는데 레벨1과 2의 단계(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운전을 보조하는 정도)는 일반 양산차 업체들에서 만들고 있다. 그런데 레벨3부터는 주 대상이 자율주행 차량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특히 레벨4는 자동차의 개념이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를 만드는 단계라고 본다. 자동차 회사보다는 IT 계열 쪽에서 하는 일이다. 이 레벨4에 대한 부분을 얼마나 잘하고 있느냐를 보려면 우리나라에 얼마만큼 관련 서비스가 있느냐를 봐야 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보이는 게 없다. 제로셔틀을 2017년에 만들 때만 해도, 앞으로 이런 시도가 계속 나올 거라고 봤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도 일반 도로를 달리는 레벨4의 차량이 상시 운행되지 않는다. 외국에는 그런 시범 서비스가 상시로 있다. 기술 수준으로 비교하는 것보다는 얼마만큼 우리가 레벨4의 차량을 볼 수 있느냐를 생각해봐야 한다.

또 하나는, 다른 나라 기업들과 경쟁이다. 예를 들어서 구글 한 곳을 봐도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이 300대가 넘는다. 300대의 경험치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와 몇 대 안 되는 국내의 차량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수준 차는 어마어마하다. 물론, 우리나라가 잘 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인프라가 그렇다.

인프라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건가?

예를 들어서 인프라에는 법이나 제도, 규제 같은 것도 포함이 된다. 우리나라가 법 제도에서는 빠르게 진행을 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도 있고, 국토부에서 하는 시범 운행지구나 자율주행 상용화 촉진법 등을 통해 빠르게 대응을 하고 있다.

또, 통신 인프라도 중요하다. 자율주행차가 혼자 모든 걸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통신을 통해 교통신호를 알려주고 돌발 상황을 감지해 차량으로 전달하는 등 이런 부분에서 인프라가 필요하다. 관제센터 전용 데이터 센터도 그렇고, 이런 인프라는 기술력도 앞서 있고 실제 구현하는 부분도 지자체들이 많이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 생태계에서 제로시티의 역할은 무엇인가?

여기서 충분히 기술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오픈 플랫폼 기반으로 만들어서, 하나의 센터가 구축됐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가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실증’을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는, 여기서 얻은 결과를 다른 지역에서 적용하기 위해 검증을 한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역마다 지형이 다르고 나라마다 법 제도나 규제도 다르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가 다른 환경에서도 쓸모가 있을까?

판교에서는 신호 정보를 카메라로 인식하지 않고 통신으로 준다 그런데 다른 지자체나 외국에서는 그런 게 없어서 못 할 수도 있다. 인프라나 도로 유형, 학습한 내용이 다르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데이터라는 부분을 학습할 체계를 만들어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판교에서 학습해 만들어낸 알고리즘을 똑같이 적용할 순 없겠지만 방법론적인 부분을 학습할 수 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검증된 프로세스에 맞춰 데이터를 수집하고 적용할 수 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스페인어를 빨리 배울 수 있는 것과 같은 사례일까?

그렇다. 많은 플레이어가 서로 부딪치며 정보 교류 경쟁을 하고 싸우면서 그 안에서 툴이 만들어지고 학습을 한다. 그렇게 되면 다른 데서도 다 적용이 가능하다. 아까 말했듯, 여기는 그런 플레이어들의 놀이터다.

놀이터의 판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플레이어가 들어와야 하는데

판교 제로시티에서는 외국 기업도 테스트할 수 있게 개방이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뛰어놀만한 플레이어가 많이 없다. 잘 생각해보면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이들만 플레이어인 것은 아니다. 그 차량에 도로 측면에서 다양한 정보를 보내줄 수 있느냐는 부분에서도 플레이어가 많이 있다. 그런 센서가 도로에 달려 있다면 자율주행차가 감지 못하는 여러 정보를 보내줄 수 있다.

경기도자율주행센터에서 효율적으로 테스트를 하고 협력도 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이런 여러 플레이어가 들어올 수 있다. 기업들이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여러 기술을 시작하려 할 때 진입장벽이 있다. 그런 진입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컨설팅해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말하는 걸까?

실제로 공공이라는 부분이 기업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기업을 위축시키는 일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서로 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정부기관, 정책을 만드는 이와 실제 필드에 있는 엔지니어, 기업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는데, 지금 저의 역할은 그 정책과 필드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정부 측에는 최대한 기업들의 니즈를 이야기하고, 기업에는 정부 간섭을 최소한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센터가 완충지 역할을 하면서 (산업을) 성장 시켜 나가려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제로시티가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좋지만, 지역 주민 입장에선 다를 수 있다. 첨단 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겠지만,  도로에 상시로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이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는데

자율주행이나 AI 같은 것은 사회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왜 우리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 “쟤네가 잘못해서 우리가 피해를 보면 어떻게 해?” 같은 내용이 있을 수 있고, “저 기술이 결국은 나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 “교통체증이 일어난다”와 같은 문제 제기가 있을 수도 있다.

다행히 판교가 IT 중심의 도시라 30대 젊은 층 인구가 많이 일한다. 창업이나 미래 기술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모여 있어 신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부분은 있다. 제로셔틀을 운행했을 때 버스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일자리에 대한 이슈나, 교통 체증 발생과 관련한 민원을 듣는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사람들이 자율주행차를 더 많이 체험하고 경험해보도록 하기 위해서 제로셔틀을 운행하는 것이다.

어차피 다가올 미래인데 내가 경험을 직접 해보지 않고 무조건 반대할 것이냐, 아니면 경험을 해보고 또 다른 것을 구상해볼 수 있게 하느냐의 차이가 사회적 수용성을 만든다. 이 수용성을 높여가기 위해서라도 일반인도 탑승 시켜 자율주행차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드리려 한다. 또, 일자리를 잃는다기보다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다. 제로셔틀 운영이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센터 운영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판교 제로시티를 만든 본질 자체가 자율주행을 하고 싶어 하는 많은 기업에 진입장벽을 낮춰 산업 생태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내가 스타트업을 하고 자율주행을 하려 하는데 법 제도도 모르고 인프라도, 플랫폼도, 데이터센터도 아무것도 없다. 그러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경쟁력도 없다.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을 오픈 플랫폼으로 센터가 만들어 준다는 측면에서 ‘비용 제로’라는 부분이 있다.

또, 다양한 규제가 있는데 아직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이라 이에 맞는 법 제도가 없고,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누가 이걸 어디에다 말해야 할지 잘 모르는데 센터에서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여러 규제를 개선해나가자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규제 제로’다.

그다음은 근본적인 거다. 자율주행차가 많이 운영되면 ‘사고 제로’를 시킬 수 있고, 또 환경 측면에서 ‘탄소 제로’가 가능하다.

그런 부분을 가지고 판교를 ‘제로 시티’로 만들려 한다. 본질적으로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데, 플레이어들이 잘 뛰어놀게 비용 제로, 규제 제로, 탄소 제로의 오픈 플랫폼을 가는 것이 철학에 대한 ‘how to’다. 여기에서 제로시티에 대한 설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센터도 그전에는 안 해봤던 일인데,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나?

제로셔틀을 만들면서 센터가 자동차 제작사로 등록을 해야 했다. 차량 제작을 하고 이 차량이 도로를 다니려고 하면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기존의 운전석에 대한 인증 절차와는 맞지 않았다(핸들이나 브레이크 등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돌고 돌고 돌다가 결국 국토부, 경찰청, 경기도 등 인허가 관련한 기관들이 모여 협의체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고, 특례로 만들어졌다. 이런 것들이 하나의 틀이 되어 법 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몰랐는데, 제로셔틀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것들이 법과 상충하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고 실시간 협의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협의체가 문제들을 앞서서 해소해줬다.

자율주행차는 변수가 적다. 시스템에 의해 운행되므로 규칙을 잘 지킨다. 하지만 사람들은 돌발 행동을 많이 하므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서,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가 오려면 시스템만 운전하는 시대가 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에 의한 사고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지만 자율주행차끼리만 있으면 사고가 없다?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고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발생할 때 일어난다. 그렇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경우도 있다. 시스템적으로 봤을 때는 내 자율주행차의 시스템 에러나 코딩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차량 간 통신 시스템이나 인프라와의 통신 등이 고도화되어야 한다. 또 종합 관제를 통해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고 종합적인 측면에서 협력해 사고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 하나만 똑똑해져서는 사고를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고를 막기 위한 데이터를 많이 모으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실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제로셔틀의 속도를 국토부가 25km로 제한을 뒀다. 일반 도로에서 달리긴 느린 속도 아닌가?

처음에는 사람들이 느리게 다닌다는 불만을 했다. 당연히 25km는 느린 속도이기는 하다

(관련해서 센터의 임경일 연구실장의 말을 추가한다. 별도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임 연구실장은 “핸들과 페달이 없다보니 만약의 상황에 대처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 속도 제한이 있고, 이는 더 많은 차가 나와 테스트를 하고 안전성이 입증되면 풀어나갈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남들이 빨리 달릴 때 천천히 달리 는게 오히려 더 무섭던데(웃음)

도로에는 포크레인도 다니고 지게차도 다닌다. 속도도 모두 다르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저 차는 저 속도로 달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자율주행에 있어서 레벨3까지는 기존 차량이랑 동일한 모습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레벨4부터는 모빌리티 서비스다. 특수한 목적을 갖고 있는 서비스 차량이고 서비스 플랫폼이다. 자동차로 볼 게 아니라 포크레인이랑 지게차 바라보듯 사람들은 인지한다.

언제쯤 (교통지옥으로 유명한) 부산에서도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될 수 있을까?

그 ‘언제쯤’이라는 이야기는 자율주행차의 기술과 관련한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도) 자율주행차 혼자 다니면 가능하다. 교통 법규라는 것이 있으니까 룰을 지켜서 가면 된다. 문제는 서로 룰을 지키지 않을 때 발생한다. 사람들은 그 룰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니까(웃음). 그런 부분 때문에 사회의식이라는 부분이 함께 가야 한다. 기계만 똑똑하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돌발 상황을 100%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은 그런 돌발상황까지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율주행차를 그 기술발전 수준에 따라 레벨 1부터 5까지 나눈다. 제로셔틀은 레벨4다

레벨4라는 것은, 정의하기 나름이지만, 레벨5와 차이가 공간에 제한을 둔다는 것이다(제한된 공간에서만 운영하는 것이 레벨4다. 레벨5는 공간 제약 없는 완전자율주행차를 말한다). 결국 레벨4부터는 도시와 함께 만들어진다. 스마트 시티라는 부분이 종합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 안에서 운영될 때 생길 수 있는 많은 문제를 최소화 시키도록 제한적인 조건 하에서 운영되는 것이 레벨4다. 그런 측면에서 스마트 시티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하나의 스마트 시티를 뛰어넘어 다른 도시와 연결성을 만들어주는 모빌리티도 있어야 한다. 그들을 연결시키고 호환시켜주는 또 다른 표준이 있어야 한다.

어떤 표준을 말하는 걸까?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됐다. 내년 1월부터 7년간 1조1000억원 규모의 범부처 사업이 시작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총괄 주관 아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네개 부처가 참여한다. 여기에는 서비스와 차량 인프라가 다 포함이 된다. 예전부터 표준을 만들자는 얘기는 있어 왔지만, 이번에 표준을 만드는 것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표준이라는 것은 아무리 좋아도 쓰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애플이 iOS를 잘 만들었지만 표준이라고 하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iOS를 쓰고 싶은 사람은 iOS를, 안드로이드를 쓰고 싶은 사람은 안드로이드를 쓴다.

애플 iOS는 모바일 기기이고, 따라서 미치는 영향력도 개인에 국한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고, 이는 아주 많은 이들에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테슬라가 자율주행차를 앞서서 먼저 했기 때문에 상용화되어 퍼져 나갔다. 그러면 사람들은 거기에 맞춰 차량을 만들고 사용한다. 그게 표준이 아니어도 업계에 표준이 된다. 결국 표준이라는 부분이 아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완전히 맞출 수 없다. 또 어떤 것을 강제하면 제약 조건도 많아질 수 있다. 다만, 표준이 생기면 기업들에 좋은 것도 있는데 방향성이 잡힌다는 부분이다. 표준이 개발의 가이드가 될 수 있다. 방향성과 로드맵을 만든다는데서 표준의 장점이 있지만, 너무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그순간 표준이 제약이 된다. 러프하게 최소한의 것만 표준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인터뷰에 앞서 센터장이 말했지만, 현실 세계에서 자율주행을 해본 곳은 드물다. 그렇다면 제로시티를 운영한 경험치가 스마트 시티의 표준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희는 운영을 하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도로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CCTV를 설치하고, 보행자 동선을 볼 수 있는 인프라를 리얼 월드 안에 만들었다. 도로 위 보행자와 운전자에 피해가 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센터가 기업 입장만 대변할 수는 없다. CCTV나 IoT 기술을 통해서 보행자와 차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그에 대한 바른 대처와 사고가 난 이유 분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내 꿈은 그렇다. 서로 다른 기업이 제로시티에서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협업하게 될 것이다. 통신하는 사람, 차를 만드는 사람, 인프라를 하는 사람 등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들이다. 누군가가 틀을 만든다기보다 이들이 협업하면서 “이거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라고 실증한 것이 사용자가 점차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표준으로 제안되는 것을 희망하는 거다.

센터에서 인프라를 구축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오픈 플랫폼이다. 여기에는 자율주행 차량이나 부품을 테스트하고 싶거나 인프라를 만들어보고 싶거나 서비스를 만들고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은 사람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아무런 기술력이 없더라도 데이터만 갖고 연구하고 싶어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거다. 여기 환경 자체가 인프라의 유지 보수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기업들이 여기에서 실증을 하면 우리가 관제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검증 같은 걸 하면서 우리가 가진 것보다 좋은 솔루션이나 센서가 있다면 새롭게 고도화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바꿔 가려 한다. (특정 기술에) 종속되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여기도 뒤처지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 실증하면서 지자체가 기술을 구매하는 곳이 되고자 한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고도화되면 기업 말고 일반인 입장에서 어떤 이득이 있을 수 있나? 왜 이런 신기술을 도입해야 하나?

자율주행차는 여러 신기술 중 대표적인 것 하나일 뿐이다. 자율주행차의 주목적인 ‘사고 제로’라는 부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차량뿐만 아니라 인프라나 서비스도 고도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인프라 고도화 단계에서 일반 시민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다양해질 수 있다. 이미 자율주행을 위해 깔려 있는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할 때 비용이 덜 들게 된다. 또 태풍 등 여러 사고로 인한 도로나 차선의 변형 파손 등을 자율주행차들의 데이터로 감지할 수 있고 빠르게 행정처리가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행정 예산을 줄일 수 있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런 기술들이 도움이 된다.

센터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한다. 그런데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자본과 인력이 많은 대기업이 자율주행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세금 절약 측면에서 낫지 않나? 스타트업을 키우는데 돈도 더 많이 들어가는데, 굳이 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것 자체가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는 이들을 만들어내는 거다. 대기업은 의사결정이나 모든 가치판단에 있어 정말 순수하게 꿈이나 이상을 향해 가는 건 어렵다. 주변에서 많이 들은 얘기지만 대기업은 내부에서 신기술 투자를 요구하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경우 주가가 떨어질 수 있어서 도전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그런 도전은 스타트업이 해야 한다. 공공의 입장에서는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창의적이고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필요하다.

냉정하게, 지금 자율주행 생태계에서 아쉬운 점을 말해달라

자율주행 산업에 대한 생태계 조성이라는 목표는 다들 같다. 그런데 중앙정부에서는 부처별로, 또는 지자체별로 갈등이 있다. 각자의 성과로 가져가고 싶은 부분 때문이다. 예컨대 어느 지자체는 지역 내 첨단기업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므로 돈을 주는 대신 지역 내에서만 일을 하라고 한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나. 그런데 지원을 받아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종속된다. 그런 것들이 기업을 위축시킬 것이다. 판교에서 기술을 만들었다고 해서 서울에서 못하고, 세종이나 제주에서 못하는 게 아니다. 여기서 좋은 기술을 만들고 좋은 인프라를 검증해서 타지역에 가서도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외국에도 갈 수 있는 거고. 여기서 세금을 들여 시작했으니 다른 데 가면 안 된다는, 그런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단기적인 비전과 장기적인 비전은 무엇인가

단기적인 것은 자율주행과 관련한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많은 기업이 판교 제로시티를 적극 활용하게 해주자, 놀 수 있게 해주자는 거다. 여기서 많은 이들이 모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첫 번째 비전이다.

장기적인 부분은 결국 여기에서 그들이 놀면서 만들어낸 좋은 솔루션 기술, 센서들, 자율주행차들을 모아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라는 것이 상용화가 안 되어 있으므로 아직 비즈니스가 많이 없다.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팔 데가 없다.

어떤 것이 새로운 수요가 될 수 있을까?

이게 제일 큰 문제다. 여기서 많은 실증을 하고 그걸 통해서 공공이 좋은 솔루션을 검증해서 경기도가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 시티, 신도시를 만들 때 넣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