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0시,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자율주행통합관제센터(이하 센터)에 들어서자 경찰의 협조공문이 눈에 띄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일당의 덜미를 잡기 위해 센터의 CCTV 화면을 확보하길 원했다. 센터의 이진민 과장은 “판교 전역에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의 원활한 운행을 위해 고화질 CCTV를 달아놓았는데, 카메라 화질이 좋아 경찰에서 종종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센터를 찾은 것은 내달 열리는 ‘판교자율주행모빌리티쇼(PAMS)’를 앞두고서다. 지금까지 이뤄낸 기술 발전의 꽃을 일반에 공개하기 위한 것이 ‘쇼’라면 그에 앞서 자율주행 기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센터는 판교에서 자율주행과 관련한 기술을 검증하고픈 기업이나 연구진이 여러 테스트를 해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 도시형 자율주행차량 테스트베드를 센터는 ‘판교 제로시티’라고 부른다.

경기도자율주행센터의 통합 관제플랫폼이 운영되는 관제센터 내부. 센터 직원들이 여기서 특정 이벤트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센터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산하 조직으로, 경기도의 재원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제로시티를 움직이는 동력은 센터의 통합관제플랫폼이다. 제로시티 곳곳에 설치된 141대의 고화질 CCTV와 IoT 센서 등을 통해 들어온 데이터를 이곳에서 모니터링하고 분석한다. 센터는 지난해 5월 정식으로 개소했지만, 제로시티의 인프라는 2015년부터 대략 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구축됐다. 센터는 이 인프라들이 원활히 구동되도록 관리하고, 제로시티에서 테스트를 하는 기업들이 잘 뛰어놀 수 있도록 일종의 기술 놀이터를 만들어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정경영 경기도자율주행센터 과장

 

“1·2판교 테크노밸리에 자율주행 인프라가 설치되어 있죠. 그 노선 위에서 차량이 운행을 테스트해요. 관제센터에서는 도로와 차량을 모니터링하면서 실제 지도상의 차량 위치와 현재 속도, 주요 이벤트 등을 확인합니다.”

센터의 성과확산본부에서 일하는 정경영 과장이 바라보는 대형 스크린 위로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의 영상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 영상들은 보행자와 자율주행도로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화면 왼쪽으로 빨간색 아이콘의 이벤트 알람이 떠 있다.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을 이곳에서는 이벤트라 부른다. 이런 이벤트가 발생하면 위험을 막기 위해 관련 정보를 차량에 전달하는 일을 센터에서 한다. 어떤 이벤트가 가장 많이 발생하느냐 묻자 정 과장이 “사람들의 무단횡단”이라고 답했다.

모두가 규칙을 지킨다면 자율주행의 도입은 예상보다 빨리 오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는 늘 변수가 있다. 왕복 4차선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자율주행차는 빨리 캐치해야 한다. 따라서 자율주행 연구의 핵심축 중 하나도 돌발상황에서의 안전도모다. 도로 위 차량 사고, 화물차에서 떨어지는 물건들, 공원에 이면 주차된 차량 등 어느 것 하나 예고된 것은 없다. 도로에 큰 예산을 들여 많은 카메라와 센서를 까는 이유다.

 

판교 곳곳에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을 위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가끔은 이 카메라로 확보한 영상으로 범인도 잡는다.

 

테스트 구간은 한적한 곳만 해당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비는 판교역을 포함, IT 기업이 들어서 있는 제1판교테크노밸리까지 포함한다.

 

자율주행은 많은 기업이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완성된 기술은 아니다. 따라서 수많은 논의와 실험이 진행 중이다. 센터 역시 입주 스타트업이나 실증 참여 기업에게 피드백을 받아 가며 인프라를 보완한다.

그 과정에서 아직은 표준이 되지 않은 기술을 먼저 도입해 써보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신호정보 제공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CITS(Cooperative-Intelligent Transport System)기반의 웨이브 통신 표준이 많이 쓰였지만, 센터는 LTE 방식으로 데이터를 차량에 제공한다. 기존의 웨이브 방식은 수집한 데이터를 가까운 거리 내 있는 차량에 무작위로 뿌린다. 도로 위 안내방송과 같은 시스템이다. LTE 방식은 불필요한 리스트를 제외하고 해당 정보가 필요한 차량에만 데이터를 제공한다.

정 과장은 “웨이브 방식은 통신 거리가 짧아 인프라가 많이 들어가는데 LTE 방식은 통신 가능 거리가 길기 때문에 설치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며 “향후에는 5G 통신 기술을 도입, 초저지연 형태로 대량의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이 방식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제로셔틀. 원래는 센터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을 받아 승객을 태우는데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운행을 정지한 상태다. 10월 열리는 PAMS에서 제로셔틀이 다시 운행될 예정이다.

센터가 하는 또 다른 일 중 하나는 직접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해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일이다. 센터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께 자체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일반에 공개함으로써 센터가 가진 공적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제로셔틀’이 있다. 사람의 도움 없이 특정 구간에서 완전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레벨4 단계의 기술을 갖춘 미래차다.

제로셔틀은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출발점으로, 주요 IT 기업이 들어서 있는 제1테크노밸리를 탑승객을 태우고 돈다. 총 5.8km의 거리를 운행하는 동안 제로셔틀은 14번의 신호등을 통과하고 12번의 차선 변경, 6번의 터널(육교) 통과, 4번의 좌회전, 2번의 우회전을 겪는다. 물론 제로셔틀이 돌아다니는 이 도로는, 일반 자동차와 보행자가 뒤섞인 현실 세계다.

 

출처= 경기도자율주행센터 홈페이지. 제로셔틀 운행 노선도.

 

센터는 제로셔틀을 통해 자율주행과 관련한 여러 데이터를 모은다. 수집된 데이터를 공공 데이터 포털을 통해 입주 기업 외에 다른 자율주행 기업에도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도로 환경에 따라 자율주행차가 어떻게 운행해야 할지 사전 학습이 없으면 실증에 나서기 힘든데, 그 학습을 위한 기반 데이터를 공공의 목적에 맞게 풀어놓겠다는 목적이다.

임경일 경기도자율주행센터 연구실장은 “센터가 공공기관이다 보니 자율주행 알고리즘만 개발하고 기술을 확대한다는 목적이 아니라 자율주행 플랫폼이 얼마나 많은 이에게 기여를 할 수 있나를 고민한다”며 “제로셔틀 역시 비용 문제 때문에 일반 기업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인데 이를 센터에서 개발, 운영함으로써 기존에 몰랐던 여러 문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임경일 경기도자율주행센터 연구실장.

 

기술 실증을 위해 필드에 나가 테스트를 하다 보면 부담스러운 상황에도 종종 맞닥트린다. 가장 두려운 것은 역시 사고다. 그런데 의외로 이 사고 위험은 제로셔틀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민들로부터 발생하기도 한다. 제로셔틀 옆에 바짝 붙어서 카메라로 촬영하는 운전자도 있고, 셔틀이 제때 반응하는지 테스트한다며 갑자기 급정거를 하는 이도 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자율주행차가 유연하게 대응하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연구원들은 이런 이들이 큰 사고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한다.

이런 역경(?)을 감수하면서 연구진들이 도로로 나오는 이유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다. 임 연구실장에 따르면 “다양한 센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급정거는 어떤 상황에서 왜 일어났는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판단한다. 이런 데이터들이 모이면 향후 실제 사람이 사는 곳에 자율주행 도로를 도입하고픈 곳들이 판교를 벤치마킹하게 될 것이다. 차량 자체에 대한 기술은 미국이나 유럽 등이 앞설 수 있어도, 실증 데이터를 갖고 있는 곳은 드물기 때문에 인프라 표준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센터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임 실장은 “아직 자율주행 차량과 관련한 기술 표준이 확정된 것은 아니므로 뒤집을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기술 자체는 조금 못 미쳐도 사용처를 확실히 찾는다면 향후 서비스나 상용화 부분에서 우리가 먼저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테스트를 위한 차량이다. 미래차들은 기술에 대한 낯섦을 줄이기 위해 귀여운 외양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주행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자율주행이 일상에 자리 잡는다는 것은 곧 대중교통에 해당 기술이 접목되는 때를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새 기술은 기존의 일자리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자율주행 버스의 도입은 버스 운전기사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율주행 연구진들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경쟁이 아닌 공생관계로 인식될 수 있도록 준비단계부터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임 실장의 이야기다.

그는 “예를 들면 벽지 노선 같은 경우 비용 문제 때문에 민영 버스 회사에서 운영을 하기 어렵다. 그런 부분에 자율주행 플랫폼이 들어가면 해당 지역의 거주민들의 이동 문제도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고민은 4차산업혁명의 청사진이라고 볼 수 있는 스마트시티의 기획과도 연결되어 있다. 센터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것인지는, 아래 김재환 경기도자율주행센터장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연결 인터뷰: “판교 제로시티가 필요한 이유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