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나온 국회의원 후보들은, 그리고 후보를 낸 정당들은 IT 노동 환경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IT노조와 게임개발자연대가 21대 총선에 후보를 낸 정당들에 질문지를 보냈다. 초점은 산업이 아닌 사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IT 산업 진흥을 위한 공약은 많아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공약은 드물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질의서다. 이들의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녹색당이 답을 보내왔다. 미래통합당에서는 답이 없었으나 게임과 관련한 정책에 한하여 이동섭 의원실이 회신했다.

지난 10일 오후, IT노조와 사단법인 게임개발자연대가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개발자 혹은 IT 산업의 노동 정책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각 당이 보내온 답안을 살펴보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김환민 IT노조 위원장(게임개발자연대 대표), 유검우 IT노조 부위원장, 조윤성 IT노조 사무국장,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윤현식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 오영욱 게임 개발자, 전정환 변호사 등이 참석해 각 정당의 답변을 놓고 토론했다.

(왼쪽부터) 전정환 변호사, 오영욱 게임 개발자, 유검우 IT노조 부위원장, 김환민 IT노조 위원장(게임개발자연대 대표), 조윤성 IT노조 사무국장,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윤현식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


■ “현장을 보고 IT 노동 정책을 마련하라”

“새로운 노동 형태에 대한 고민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의 IT 노동자성 인정과 관련한 답변에 윤현식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IT노조는 각 당에 IT 파견근로자의 문제나 ‘반프리’와 같은 편법 고용 형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물었으나 돌아온 답변이 미흡하다고 봤다. 예컨대 ‘반프리’ 같은 문제는 지금껏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고용 현상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다단계 하도급을 최대한 줄이고, 최소한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서라도 직고용 비율을 준수하도록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을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직고용을 하되, 평소에는 파트타임으로 아주 적은 기본급만을 받고 프로젝트 투입시 따로 보상급여를 받는 ‘반프리’라는 고용 형태가 나타났다.

전정환 변호사는 반프리의 문제점을 “일상적인 업무와 특수 프로젝트가 명확히 구분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적으로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일을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업무를 상시적인 것과 프로젝트성으로 나눔으로써 고정 급여를 최소화하고 높은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의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들이 보내온 답안은 이러한 반프리의 문제를 짚어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프리와 관련한 총선 공약으로 퇴직금의 지원 범위를 1년에서 3개월로 단축하나거나, 혹은 임금분포공시제를 도입해 노동시장 내 공정한 임금체계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중요한 공약이지만, 반프리와 관련해서는 딱 맞는 해결책은 아니다. 정의당은 노동자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녹색당은 편법적인 이중계약 금지를 말해 한 발 나아간 모습을 보였지만 구체적 계획은 마련하지 못했다.

토론자들은 정당이 구체적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IT 노동환경 실태를 파악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유검우 IT노조 부위원장은 “아쉽게도 모든 답변이 IT 실태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작성되어 있다는 느낌”이라며 “행정편의를 맞추기 위해 반프리라는 굉장한 편법,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을 만드는 이가 현장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반프리와 같은 노동형태는 기업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IT 노동자 역시 높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기업에 먼저 반프리 고용 형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반프리와 같은 노동 형태가 퍼지게 돼 보편화가 될 경우 개인이 원하지 않아도 그러한 노동 형태를 강요받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조윤성 IT노조 사무국장은 “반프리는 세금절약이 되는 효과가 있어 IT회사에서 많이 원하지만 노동자가 계약할 때 먼저 제시하기도 한다”면서 “IT노동자들이 노동자성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데, 우리도 노동자라는 개념을 확실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질문이 갔나?

▲IT 파견근로자를 특수고용노동자로 지정하는 것 ▲반프리와 같은 새로운 고용형태에 대한 문제의식 여부 ▲주 52시간 제도의 편법 운영이나 허점에 대한 대책 ▲포괄임금제 폐지 ▲재량간주근로시간제 및 탄력근로제 논란 ▲노조 부재로 인한 사용자와 노동자 간 불평등 ▲플랫폼 노동 등

 

■ “개발자를 위한 게임 정책은 어디에 있나”

게임과 관련한 정책 부문에서는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대표와 오영욱 개발자가 이야기를 나눴다.  게임개발자연대는 각 정당에 현생 게임진흥법의 개정과 관련한 의견을 묻거나 셧다운제, 확률형 아이템 등 산업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특히 모바일 게임에서 현금성 확률형아이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게임제작자와 이용자간에 불평등한 정보제공이 문제”라고 원인을 짚었고 “업계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공개의 자율준수를 선행하게 되면 유저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해결책을 내놨다. 정의당의 경우는 “취득확률의 의무적 공개, 미성년자 결제한도액 설정 규범화”를, 녹색당은 “현금성 재화로 확률형아이템을 구입하게 하는 게임의 경우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강제 등의 실효성 있는 제제”를 이야기했다.

이와 관련,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민주당의 답변이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지적했고, 오영욱 개발자는 “정보제공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법으로 규제할 경우 노동에서의 반프리 문제처럼 법의 허점을 이용한 안 좋은 형태”로 변질되어 나타날 것을 우려했다.

한편, 게임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미래통합당 이동섭 의원실도 답변을 해왔다. 게임과 관련한 발언을 해온 의원실인 만큼, 비교적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답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전 세계적인 추세지만 해외 게임이 국내에 많이 유통되고 있는데 이들은 국내법이 적용이 되지 않아 국내 게임사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며 “따라서 법이 아닌 다른 제도와 정책을 통해 규제의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말미에는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지만, 게임과 관련해서는 개발자보다는 게임 산업을 위한 정책이 더 눈에 띄었다는 점도 아이러니한 것으로 언급됐다. 김환민 대표는 정의당의 경우 게임 회사 해고 노동자 출신 류호정 후보를 비례대표 1번으로 앞세웠기 때문에 개발자 측면의 의견을 내줄줄 알았는데 산업의 측면만 다뤄 아쉬웠다는 요지의 총평을 하기도 했다.

 

 어떤 질문이 갔나?

▲현행 게임진흥법의 개정 필요성에 대한 의견과 계획 ▲ 심의 비용에 따른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게임 집중화 문제, 인종·성별·문화권에 기인하는 혐오와 차별이 전체연령가 게임에 여과없이 노출되는 심의 시스템 ▲셧다운제 ▲확률형 아이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계획과 비전 등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