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가을잔치 ‘애플워치 시리즈2’, ‘아이폰7’ 공개
애플이 가을 신제품을 발표했다. 애플이 다음 한 해를 위한 제품을 내놓는 자리로 이번에는 애플워치와 아이폰이 중심에 있었고,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함께 소개됐다. 먼저 가을 이벤트의 주인공인 하드웨어 이야기부터 짚어보자.
처음 소개된 제품은 애플워치다. 애플워치가 처음 발표된 것도 벌써 2년 전이다. 첫 애플워치는 아이폰6와 함께 등장했는데, 이때는 아이폰이 더 먼저 발표됐고, 그 뒤를 이어 애플페이와 애플워치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애플워치가 먼저 나왔다.
애플워치, 수영장에서도 OK
새 애플워치는 애플워치2가 아니라 ‘애플워치 시리즈2’다. 자연스레 이전 제품은 ‘애플워치 시리즈1’이 됐다. 디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겉으로만 봐서는 구분이 쉽지 않다. 스피커 부분에만 약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밴드 액세서리도 그대로 쓸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방수다. 애플은 애플워치 시리즈2의 첫 소개 영상부터 애플워치를 차고 수영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전 시리즈1의 경우 생활 방수는 되지만 수영을 할 때는 고장의 우려가 있었다. 이 때문에 사실 수영 관련 앱들이 있었지만 앱스토어에 등록되지 않았던 일이 있었는데 애플워치 시리즈2는 아예 기본 설계부터 바꿔서 물과 먼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특히 애플이 방수에 신경 쓴 부분은 스피커다. 시리즈1은 스피커 부분이 완전히 방수처리가 되지 않아 이 부분으로 물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었는데 시리즈2는 물이 들어가도 툭툭 털어내면 된다. 애플은 오랫동안 물에 거칠에 넣고 빼는 동작을 테스트했는데 안정성에 문제가 없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또한 수영에 대한 운동 분석 프로그램도 들어간다.
기본적인 기기 성능도 좋아졌다. 기본 처리는 2세대 프로세서인 ‘S2’가 맡는다. 듀얼코어 프로세서로 시리즈1의 S1보다 성능이 50%정도 좋아졌고, GPU는 2배 가량 더 빨라졌다. 특히 애플워치의 워치OS3이 발표되면서 개발자들에게 씬킷과 스프라이트킷이 공개됐고, 이를 이용해 초당 60프레임의 애니메이션을 그릴 수 있게 된 점과 연결지을 수 있다. 훨씬 다양한 화면을 기대할 수 있는 하드웨어 기반이 갖춰진 셈이다.
GPS도 기본으로 들어갔다. 이로서 아이폰과 관계 없이 애플워치만으로도 운동 경로와 운동량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디스플레이도 더 밝아졌다. 1천nit로 일반적인 디스플레이보다 2~3배 밝다. 강한 햇빛 아래에서도 화면을 볼 수 있다.
38mm와 42mm 두 가지 제품이 나오고 재질도 스테인리스 스틸과 알루미늄이 나온다. 골드나 핑크 골드는 따로 소개되지 않았고, 대신 세라믹 소재 제품이 등장했다. 세라믹은 가공이 쉽지 않지만 강도가 좋고 가벼운 소재로 꼽힌다. 대신 값이 비싸다. 42mm 기준으로 세라믹에 스포트 밴드가 달린 제품은 1299달러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알루미늄은 시리즈1의 기존 가격과 똑같이 599달러, 399달러다. 38mm는 조금씩 저렴해서 스틸이 549달러, 알루미늄이 369달러다. 38mm 세라믹은 1249달러다. 시리즈1은 100달러씩 값을 내렸다.
아이폰7, 방수·스테레오 스피커 등 가려운 부분들 해소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아이폰7이었다. 워낙 소문이 많긴 했는데 소문의 상당 부분이 맞아 떨어졌다. 일단 이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아이폰7’, 그리고 ‘아이폰7플러스’다.
제품 발표를 맡은 필립 실러 수석 부사장은 단도직입적으로 10가지의 특징을 이야기했다. 애플은 지난 6월 WWDC에서도 iOS10을 소개하면서 10가지를 강조했는데 거의 같은 형태의 발표가 이어진 셈이다.
첫번째는 디자인이다. 아이폰7은 2년 주기의 넘버링 제품이기 때문에 디자인에 변경이 생긴다. 아이폰6와 어느 정도 비슷한 이미지가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 마감 구조가 달라졌다. 또한 색을 결정하는 피니시에도 변화가 생겼다. 검은색이 강조돼서 골드, 실버, 로즈골드에 블랙, 그리고 하이그로시로 마감된 제트블랙으로 모두 다섯가지 마감이 나온다.
애초 루머로도 유광 디자인이 있었는데, 어떤 소재가 쓰일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제트 블랙 피니시 역시 알루미늄으로 가공한다. 작은 구슬로 표면을 다듬는 비드블래스트 기술로 가공하긴 했는데 애플은 여기에 별도의 마감 과정을 통해서 알루미늄으로 스테인리스 스틸처럼 광택을 만들어냈다.
두번째는 홈버튼이다. 일단 아이폰7의 홈버튼은 물리적인 버튼은 아니다. 하지만 누르는 것을 감지하고, 눌렸다는 신호도 준다. 그러니까 맥북과 맥북 프로에 들어간 포스터치와 비슷한 방식이다. 센서와 탭틱 엔진이 들어가서 가상의 버튼을 만드는 셈이다.
세번째는 방진, 방수다. 아이폰7은 IP67 기반의 방수가 이뤄진다. 이 정도면 물과 먼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물을 완전히 막아주는 IP68이 아닌 건 아쉽지만 IP67만 해도 갑자기 닥치는 소나기나 침수 사고에 대한 우려를 거의 없앨 수 있다.
네번째는 카메라다. 애플이 가장 힘주어 설명한 부분 중 하나다. 일단 기본 카메라 성능은 더 좋아졌다. 4.7인치 아이폰7에도 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술이 들어간다. 렌즈 밝기는 f1.8이다. 렌즈는 6매가 들어가고 트루톤 플래시도 LED 수를 2개에서 4개로 늘려 기존보다 50%가량 더 밝힐 수 있다.
이미지 프로세서도 강화했다. 별도의 이미지 처리 프로세서가 들어가 있는데, 셔터를 누르는 순간 노출, 초점, 화이트밸런스, 톤 매핑, 노이즈 제거 등의 작업을 순식간에 처리한다. 이 프로세서는 25밀리초 안에 1천억개 이상의 사진 관련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다. 픽셀 수는 1200만 화소로 아이폰6S와 같다. 하지만 색 표현력이 넓어지면서 화질은 더 좋아졌다.
아이폰7플러스에는 추가로 카메라가 하나 더 들어간다. 하나는 광각, 다른 하나는 망원 렌즈다. 이 두 렌즈를 번갈아서 찍을 수도 있지만 둘을 동시에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줌 효과를 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스니크 피크(sneak peek)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두 개의 카메라로 피사체를 동시에 촬영한 뒤 사물을 분석해서 초점이 맞는 부분은 또렷하게 보여주고, 나머지 부분은 더 뿌옇게 보여주는 기술이다. 마치 DSLR 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 효과를 낸다. 이전에도 비슷한 기술을 보여주는 스마트폰과 카메라 앱이 있긴 했는데 동시에 촬영하지 않기 때문에 오차가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 아이폰7은 두 렌즈를 동시에 촬영하기 때문에 정확도도 좋고 효과도 자연스럽다. 한때 유명세를 탔던 니트로 카메라와 거의 비슷한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다섯번째는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는 이전보다 25% 밝아졌고, 색 표현 범위가 더 넓어졌다. 애플은 시네마 표준이라고 설명했는데 색이 더 풍성하게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오디오, 디지털 출력과 무선이 중심
여섯번째는 스피커다. 드디어 스테레오 스피커가 들어간다. 영상을 볼 때 한 쪽에서만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에 더 이상 답답해하지 않아도 된다. 소리도 두 배 커졌고,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어져서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린다.
일곱번째는 논란의 오디오 부분이다. 아이폰7은 소문처럼 3.5mm 단자가 사라졌다. 필립 실러 부사장은 “라이트닝 단자를 통해 디지털 오디오 신호와 전원, 콘트롤까지 할 수 있다”며 더 이상 3.5mm 단자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9억 대의 라이트닝 단자 기반의 오디오 액세서리가 판매되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3.5mm 단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쉽다. 애플은 아이폰에 라이트닝 기반의 이어팟과 3.5mm 단자로 바꿔주는 젠더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여덟번째는 무선이다. 결국 이 부분 때문에 3.5mm 오디오 단자를 없앨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W1이라는 마이크로 콘트롤러를 발표했다. 이는 아이폰과 무선으로 오디오 신호를 보낼 수 있는 프로세서다. 애플은 이어팟을 기반으로 한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함께 공개했다.
에어팟은 이어팟처럼 생겼지만 모든 부분이 무선으로 처리된다. 옆면에는 보이진 않지만 센서가 있어서 전화를 받고 음량을 조절하고 시리를 부를 수 있다. 배터리는 한번 충전해서 5시간동안 연속으로 쓸 수 있는데, 케이스 자체가 충전기여서 넣어두면 자동으로 충전된다. 케이스까지 포함하면 24시간 동안 재생할 수 있다. 또한 에어팟과 아이폰7의 연결은 케이스를 아이폰 근처에 가져다대기만 하면 된다. 값은 159달러다.
애플은 이 W1칩을 통한 액세서리를 확장할 계획이다. 일단 비츠 오디오를 통해 3가지 헤드폰이 나올 계획이다. 다른 서드파티 이어폰, 헤드폰 업체들도 이 W1 칩을 통해 무선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홉번째는 우리와 관계 없지만 애플페이다. 일본의 펠리카(Felica) 기술을 도입해서 일본에서는 교통카드로도 쓸 수 있다. 일본 여행을 해봤다면 익숙할 ‘스이카’ 카드가 아이폰에 들어가는 것이다.
마지막은 프로세서다. 새 프로세서의 이름은 ‘A10 퓨전’이다. 퓨전이라고 이름 붙은 것은 아마도 빅리틀 구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A10 칩은 고성능 코어 2개, 저전력 코어 2개가 들어간 쿼드코어 프로세서다. 필요에 따라 저전력 프로세서와 고성능 프로세서를 오가며 쓸 수 있다.
기본 성능은 A9에 비해 40% 정도 높아졌다. 그래픽 성능은 A9에 비해 50% 높아졌고, 전력은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배터리도 아이폰7이 아이폰6S에 비해 2시간, 아이폰7플러스가 아이폰6S플러스보다 1시간 정도 더 오래 쓸 수 있다.
가장 반가운 것은 저장공간인데, 16GB가 사라졌고, 기본이 32GB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값이 100달러 올라갈 때마다 128GB, 256GB로 늘어난다. 마이크로 SD카드를 비롯한 저장공간에 대한 이슈는 이쯤 되면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아이폰7이 649달러부터 시작하고, 아이폰7플러스가 769달러부터 시작한다. 아이폰7플러스는 아이폰6S플러스에 비해 20달러 올랐다. 예약판매는 9월9일부터 시작하고, 16일부터 판매한다. 북미, 일본, 중국, 유럽 등 국가에서 먼저 팔고, 국내는 1차 리스트에 들어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