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 보는 빌드2016 ①윈도우 플랫폼

지난 3월30일부터 4월 1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 회의 빌드2016이 열렸습니다. 작년 빌드2015에서는 홀로렌즈부터, 유니버설 윈도우, 클라우드, 머신러닝 등 수많은 주제를 그야 말로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바람에 정신을 쏙 빼놓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올해 빌드는 파격적인 행보보다도 지난해 그렸던 큰 그림을 구체화하고 실제 이 기술들이 어떻게 쓰이게 될지 짚어보는 행사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키노트에서 깜짝 쇼를 원했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곰곰이 씹어볼수록 달라지고 있는 MS의 방향성을 확신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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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키노트 발표 내용을 돌아봅시다. 첫날 키노트의 주제는 크게 윈도우 플랫폼과 커뮤니케이션,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키노트는 이를 가다듬고 실제 개발자들의 언어로 다시 풀어내는 게 빌드의 발표 방식이기도 합니다.

또 다시 ‘하나의 윈도우’, 운영체제 대신 플랫폼

‘유니버설 윈도우 플랫폼’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UWP(Universal Windows Platform)라고 줄여서 쓰기도 합니다. 말 그래도 통합된 윈도우 플랫폼이라는 겁니다. 이미 지난해 윈도우10으로 윈도우는 PC만을 위한 운영체제가 아니라 스마트폰, 임베디드 기기, 게임기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단 윈도우10은 올 여름에 또 한번 업데이트됩니다. 정기 업데이트인데 아마도 TH3(Threshold3)가 될 걸로 보입니다. 일단 새 윈도우에서 눈에 띄는 건 펜을 쓰는 ‘윈도우 잉크’입니다. 워드 화면 위에 쓴 글을 펜으로 슥슥 문질러서 삭제하거나, 가상의 자를 대고 긋는 시연을 했습니다. 사실 가상 눈금자는 다른 기기나 응용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부분이기 때문에 그리 새로운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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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펜과 관련된 API들이 공개돼서 자연스럽게 앱들에 펜 요소를 넣을 수 있습니다. 복잡한 코딩이 아니라 API를 호출하는 코드 몇 줄만 넣으면 간단하게 앱에 펜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아참, 이번 키노트는 지난해에 비해 중간에 코드를 보여주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각 기능들을 구현하는 게 복잡한 코드를 쓰지 않아도 API로 간단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요소들보다 더 중요한 건 ‘윈도우 운영체제’가 ‘윈도우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UWP는 이미 지난해 윈도우10이 발표되면서부터 나와 있던 개념입니다. 윈도우는 기기의 특성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이든 끌어 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윈도우를 맡고 있는 테리 마이어슨 수석 부사장은 “윈도우는 오픈 플랫폼이고, 생태계 시스템이다.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파트너들이 나올 수 있고, 사실 윈도우의 역사는 늘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MS가 이렇게 모든 것을 오픈하고 받아들이는 게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확실한 건 지난해부터 이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실제로도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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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는 개발자의 고향”

재미있는 문구가 하나 나왔습니다. ‘Windows is home for developer’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MS는 지난해에 이어 윈도우 앱 개발과 관련된 API를 한 무더기 쏟아 놓았습니다. 1천개의 새로운 API를 공개했고, 곧 비주얼 스튜디오 업데이트를 통해 배포될 예정입니다.

여기에서 이 키노트의 첫번째 하이라이트가 나옵니다. 우분투의 BASH 쉘을 윈도우에 품었습니다. 가상 머신이 아니라 윈도우에 네이티브로 들어가 있습니다. 윈도우는 자체 쉘을 따로 써 왔는데 이제 리눅스 쉘을 그대로 품었습니다. 드라이브를 비롯한 하드웨어에 직접 접근할 수도 있고, .sh도 구동할 수 있습니다. 이미 MS는 지난해 레드햇과 손잡고 애저 위에서 리눅스 지원을 시작한 바 있는데, 윈도우 자체도 리눅스를 끌어 안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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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이 아닙니다. 지난해 빌드에서 발표했던 타 플랫폼의 앱 전환도 더 적극적으로 이뤄집니다. 윈32 응용 프로그램을 별도의 코딩 없이 exe 실행 파일 그 자체로 윈도우 앱으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타일UI나 터치 같은 요소들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나의 코드로 여러 플랫폼의 앱을 함께 개발할 수 있는 개발도구 ‘자마린’은 MS에 인수된 뒤 더 적극적으로 움직입니다. 자마린은 일단 비주얼 스튜디오에 통합됩니다. 그리고 비주얼 스튜디오를 쓰고 있다면 자마린은 이제 무료로 쓸 수 있습니다.

다이렉트X12는 게임 플랫폼을 통합합니다. PC와 X박스 원의 게임 환경이 합쳐지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다이렉트X12 기반의 게임을 하나 만들면 PC와 X박스 원 양쪽에서 돌릴 수 있게 됩니다. 이 뿐 아니라 UWP 기반의 앱은 X박스 원에서도 돌리고, 코드 몇 줄만 손보면 키보드와 마우스 대신 게임 콘트롤러로 조작할 수 있게 됩니다. PC와 게임기 사이의 경계가 더 흐릿해지고, X박스는 콘솔 게임기가 아니라 거실용 플랫폼이 되는 셈입니다. 이건 그 동안 MS가 거실에 윈도우 PC를 놓고자 했던 전략과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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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다가온 홀로렌즈

또 하나의 유니버설 윈도우 플랫폼인 홀로렌즈는 잠깐 언급됐습니다. 홀로렌즈는 드디어 3월30일부터 개발자 버전이 배송되기 시작합니다. MS는 개발자 도구와 에뮬레이터도 공개했습니다. MS는 둘째날 키노트를 통해 홀로렌즈의 개발도구를 간략하게 소개했는데, 앱 개발은 오브젝트를 끌어다 놓는 것으로 처리하는 부분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실제 시장에 나오는 홀로렌즈는 하드웨어적으로 지난해 발표됐던 시제품과 비슷한 듯 합니다. 저는 지난해 빌드2015 행사장에서 직접 홀로렌즈를 써본 경험이 있는데 최근까지 MWC 등에서 공개된 제품들을 보면 기기적으로 큰 변화는 없는 듯 합니다. 이미 지난해 제품 자체가 하드웨어적으로는 완성 단계였고, 지난 1년 동안 개발도구와 실제 시나리오를 발굴하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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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홀로렌즈의 시야는 VR기기처럼 눈 전체를 덮지는 못하는데 데모들을 보면 완성된 제품도 화면 크기 자체는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제 올해 안에 홀로렌즈는 산업 곳곳에서 눈에 띄는 사례들을 만들어낼 겁니다. 장담컨대, 깜짝 놀랄 준비를 하셔도 좋습니다.

지난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키노트에서 비중은 줄었지만 이제 홀로렌즈는 우리 곁에 한결 가까이 왔습니다. 실제로 빌드 행사장의 홀로렌즈 관련 세션에는 참석자들이 직접 홀로렌즈를 써보고, 관련 앱을 개발해볼 수 있게 개방됐습니다. 지난해 호텔방에서 한 명씩 아주 제한적으로 공개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제 홀로렌즈 자체가 완전히 열렸다는 인상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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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2016을 통해 조금 더 구체화 된 MS의 UWP 전략을 보면 윈도우는 말 그대로 오픈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의 형태나 응용프로그램의 종류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더 많은 환경을 개방하고, 끌어 안고 있습니다. 지난해보다 그 내용은 더 현실화됐고, 확실한 그림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그 큰 그림이 다 공개되지는 않은 듯 합니다. 사실은 아직도 사티아 나델라 CEO가 이끄는 MS의 변화는 진행중이라고 봐도 좋겠습니다.

글.바이라인 네트워크
<최호섭 기자> 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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