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적금도 게임이다, 카카오뱅크

성공한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현재의 성공을 가능케 한 결정적 순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기업은 중요한 결정적 순간을 맞이합니다. 이 순간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그저 평탄한 길만 걸어온 기업은 없습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창간 8주년을 맞아 창간 기획 시리즈 <결정적 순간>을 연재합니다. 국내 대표 테크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결정적 순간을 돌아봄으로 해서 많은 스타트업과 창업가, 테크 기업이 그와 같은 결정적 순간에 성공의 길을 선택하길 기대합니다.
<연재 순서>
 

카카오뱅크는 매우 흥미로운 은행이다. 출범일 기준으로만 본다면 ‘인터넷 전문은행 2호’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체로 카카오뱅크를 ‘1호 인터넷 전문은행’처럼 여긴다.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은 이들이 쓴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상품을 만든다. 

사실 예금이나 적금은, 필요하지만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당장 돈 쓰고 싶은 욕구를 참고 꾸준히 저축해야 해서다. 카카오뱅크는 이 지루한 예적금 붓기를 재미있는 게임의 과정으로 변화시켰다. 뭘로? 26주 적금으로. 일주일마다 저축액이 두 배로 올라가고, 매주 적금 붓기에 성공할 때마다 내가 선택한 귀여운 캐릭터가 즐겁게 춤추며 반긴다. 26주 차까지 점차 어려워지는 미션(금액이 올라가서)을 모두 성공하고 나면, 평소보다 많은 이자로 보상한다. 전형적인 게임의 과정이다.

저축을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다

카카오뱅크는 생기자 마자 ‘금융권 메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단, ‘1등 ‘타이틀을 여러개 갖고 있다. 인터넷은행 중 제일 먼저 흑자전환을 했고 가장 많은 고객 수를 확보했다. 26주적금이나 모임통장, 저금통 등 독특하고 재밌는 상품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전통 은행에서도 모임통장과 단기적금 상품 등을 내놓고 있어, 카카오뱅크가 금융권 혁신의 아이콘으로 대표된다. 

이럴 수 있었던 이유는 카카오뱅크가 출범 초기부터 스스로를 은행이 아닌 IT기업이라고 정의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에 없던, 흥미로운 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 시작은 ‘26주적금’ 상품이다. 26주적금은 6개월 짜리 적금상품으로, 당시 1년을 기본 단위로 하던 전통 은행의 적금상품과 달리 짧은 기간과 적은 금액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를 뒀다. 적금 성공의 짜릿한 경험을 누리기 위한 조건을 최소한으로 했다.

카카오뱅크에게 26주적금 상품은 인터넷은행으로서의 상품 차별화를 가져다 준 첫 상품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카카오뱅크는 26주적금 상품을 계기로 모임통장, 저금통, 최애적금 등 재밌는 상품을 쏟아냈다. 그때마다 시장의 반응도 좋았다. <바이라인 네트워크>는 26주적금 상품출시를 카카오뱅크의 결정적 순간으로 봤다. 그래서 카카오뱅크가 26주적금을 내놓을 당시의 상황을 들어봤다.

카카오뱅크가 26주적금 상품을 고안하게 된 것은 출범 약 6개월 만이다. 당시 대출, 예금 등 기본 상품군만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상품 출시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 다만, 출범하지 얼마 안 된 인터넷은행으로서 ‘특별함’이 필요했다. 단순히 신상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상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내부 공감대가 형성됐다. 신상품으로 수신상품을 결정하게 된 것은 금융 상품의 기본이 저축, 그 중에서도 통장에 돈이 스쳐가는(?) 예금이 아닌, 돈을 쌓아두는 적금으로 하자는 의견이 모아지면서다. 

수신 상품을 총괄하고 있던 김영림 카카오뱅크 수신캠프 서비스오너(SO)는 카카오뱅크만의 적금상품을 고안하기 위해 시장조사에 나섰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재테크를 하고, 저축을 하는지 살펴봤다. 조사를 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1년(52주) 단위의 적금상품을 이용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사례도 발견했다. 몇몇 사람들은 자신이 1년 동안 적금을 붓는 현황을 엑셀로 만들어 확인하고, 이를 커뮤니티와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이런 기록은 단발성이 아닌, 연 단위의 오랜 기간에 걸친 것으로 김 SO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이라인 네트워크>와 인터뷰하는 김영림 카카오뱅크 수신캠프 서비스오너(SO)의 모습.

김영림 SO는 “(이런 사용자들에게) 52주적금 상품이 불편해보였고 귀찮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걸 잘 풀어볼 수 없을지 고민을 했다”며 “사람들이 (적금을 잘 붓는다는) 성취감에 굉장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SO는 사람들이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면서 저축의 성공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상품의 가입 ‘기간’이었다. 기존 1년 단위 적금 기간이 길다고 보고 기간을 최대한 줄여보기로 했다. 당시 관련 법에 따라 최소한으로 설정할 수 있는 적금상품 기간은 6개월이었고, 김 SO는 이를 ‘26주’라는 이름으로 풀었다. 

그 다음으로 주목한 것이 ‘금액’이었다. 부담감을 없애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저축 금액을 최소 단위로 설정했다. 기존 은행들의 적금 단위가 평균적으로 적게는 10만원 대였다면, 김 SO는 최초로 내야 하는 금액을 1000원, 2000원, 3000원 세 가지로 설정했다. 그런 다음 최소 금액을 매주 늘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예를 들어, 1000원으로 설정했다면 첫째 주에는 1000원, 둘째 주에는 2000원, 셋째 주에는 3000원을 저금하는 방식이다. 

김 SO는 기획안을 들고 자신 있게 회의실로 향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아이디어가 좋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26주적금 상품이 기본금리를 제공해 금리 경쟁력이 없는데다가, 소액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적금 상품에 처음 가입하는 고객에게만 초점을 맞췄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김 SO는 “고객에게 한 번이라도 성공할 수 있는 경험을 어떻게든 만들어주는 것이 포인트”라며 직원들을 설득했다. 

직원들의 동의를 얻은 끝에 26주적금이라는 테마가 만들어졌다. 남은 것은 뼈와 살을 붙이는 일이었다. 김 SO는 시장조사로 알게 된, 적금을 붓는 과정을 SNS에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사용자가 1주차, 2주차, 3주차 등 적금에 성공하는 과정을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사용자인터페이스(UI)였다. 김 SO는 어떻게 하면 카카오뱅크 앱에서 26주 동안 적금을 붓는 과정을 한 눈에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처음 떠올린 아이디어는 나무를 키우는 콘셉트였다. 씨앗으로 시작해 적금을 할수록 새싹을 틔우고, 나무로 성장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문제는 나무가 다 자라고 난 다음이었다. 26주적금 상품은 6개월에서 끝나는 상품이 아니라, 길게는 몇 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어서 연속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김 SO를 포함한 디자인팀은 매일 오후 두시에 회의를 진행했다. 담당 디자이너는 매일 100개의 시안을 가져왔고, 이를 토대로 직원들은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몇 백 장, 몇 천 장의 시안을 봐도 이렇다 할, 와닿는 시안이 없었다. 약 3주간 1000개가 넘는 시안을 보며 회의를 진행했지만 진척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담당 디자이너가 카카오프렌즈들이 모여 있는 시안을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김 SO는 당시를 회상하며 “26개의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와글와글 앉아있는 모습이 재밌어보였다”며 “직원들이 전원 동의하면서 이 시안을 고도화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했다. 

카카오뱅크 26주적금 서비스 화면 (자료=카카오뱅크)

몇 주간의 지난한 회의와 토론 끝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총 26개의 좌석에 앉아 있는 디자인으로 결정됐다. 사용자가 적금을 부을 때마다 카카오프렌즈가 랜덤으로 등장해 자리를 채우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상품 논의 6개월만인 지난 2018년 6월 오전 10시, 카카오뱅크의 26주적금 상품이 출시됐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김 SO가 상품 기획을 하면서 기대했던 사용자들의 반응이 그대로 재현됐다. 상품 출시 4시간 만에 가입 계좌 수는 3만좌를 기록했고, SNS에는 카카오뱅크의 26주적금 상품 가입 인증 게시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용자의 반응이 좋았던 만큼 기능 추가 요청도 많았다. 갈수록 금액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줄이는 형태의 제안도 있었다. 가령, 매주 저금해야 하는 돈이 처음에는 1000원으로 매주 1000원씩 늘어나는데, 반대로 첫날에 26주차에 내야 할 돈인 2만6000원을 시작으로, 그 다음주에는 2만5000원으로 1000원씩 낮아지는 역순 금액을 제안하는 사용자들도 있었다. 

이렇듯 26주적금은 카카오뱅크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상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카카오뱅크가 SNS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선호하는 상품으로 26주적금이 꼽혔다. 

26주적금 상품은 제휴사를 접목하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제휴의 첫 시작은 이마트였다. 26주동안 적금을 빠짐없이 부으면 이마트 할인쿠폰을 주는 내용이었다. 2주 동안 55만명의 고객이 상품에 가입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김 SO는 26주적금 제휴 상품에 대해 “고객에게 금리 외에 다른 혜택을 주고 싶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제휴사는 광고 효과를 누리고, 카카오뱅크는 고객과 제휴사를 잇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시너지가 난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이후 카카오뱅크는 이마트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기업 12곳과 제휴해 26주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결과적으로 26주적금 상품은 카카오뱅크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여해준 상품이다. 이후로 카카오뱅크의 수신캠프는 다양한 예금, 적금 상품을 내놨다. 김 SO는 “26주적금 상품 이후로 저금통, 저금통 제휴, 청소년을 위한 26일저금 상품 등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카카오뱅크는 26주적금 상품의 변신을 예고했다. 26주적금을 포함해 저금통, 모임통장 등 기존의 상품들과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상품의 고도화를 계획 중이다. 김 SO는 “도전과 성공의 맥락에서 레벨업을 할 수 있는, 카카오뱅크 안에서 전체적인 저축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큰 그림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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