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네이버, 커머스 사업을 위한 꽃을 피우다

성공한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현재의 성공을 가능케 한 결정적 순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기업은 중요한 결정적 순간을 맞이합니다. 이 순간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그저 평탄한 길만 걸어온 기업은 없습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창간 8주년을 맞아 창간 기획 시리즈 <결정적 순간>을 연재합니다. 국내 대표 테크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결정적 순간을 돌아봄으로 해서 많은 스타트업과 창업가, 테크 기업이 그와 같은 결정적 순간에 성공의 길을 선택하길 기대합니다.

<연재 순서>
네이버, 커머스 사업을 위한 꽃을 피우다
곰인 줄 알았던 사자 한 마리, 카카오를 뒤흔들다
③ 10년 전, 쿠팡은 어떻게 49일만에 로켓배송을 내놓게 됐나
④ 토스 건물 외벽에 “해냈고, 할 수 있고, 해낼 것”이라고 쓰인 순간
⑤ 숙박 예약하던 야놀자는 어떻게 글로벌을 꿈꾸게 됐나
크래프톤, “인도에서도,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배달의민족, 1등도 절박해야 살아남는다
돈 못벌던 카카오택시, ‘가맹’으로 상황을 뒤집다
물이 들어오면 고민 말고 노를 저어라, 업비트
당근이 이메일을 버리고 지역 인증을 도입했을 때


2016년 4월. 서울 광화문 프라자호텔 비즈니스센터 미팅룸. 네이버 김상헌 대표, 한성숙 서비스총괄 부사장, 채선주 대외 커뮤니케이션 총괄, 이윤숙 커머스 사업부문 이사, 최서희 커뮤니케이션그룹 부장이 마주 앉았다. 야심차게 준비하던 ‘스마트스토어’의 밑그림을 점검하고, 이를 대중에 알리기 위한 구체적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성숙 부사장의 보고가 끝난 후, 김상헌 대표가 입을 열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꽃’으로 하면 어떨까요?”
“꽃이요?”

한 부사장의 보고를 들으면서, 김상헌 대표는 얼마전 광화문 교보문고 외벽 걸개에서 본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을 떠올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얼마전부터 머릿속에 떠나지 않고 남아있던 구절이다. 

스마트스토어는 네이버의 체질 개선을 예고하는 사업이었다. 2015년에서 2016년은 인터넷 시장의 변혁기였다. 모바일이 성장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쟁적 사업자들이 늘어났다. 특히, 쿠팡이라는 플랫폼이 온라인 커머스라는 새로운 판을 짜면서 파괴적으로 검색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쇼핑을 위한 검색 유입은 네이버가 놓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영역이지만, 네이버는 독점 논란 때문에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검색 독점 네이버가 이커머스도 해?”라는 비판적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커머스에 진출하되 소상공인과 협업하면서, 소상공인을 위한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어, 독점 논란에 빠지지 않겠다는 계획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그래서 브랜드가 없는 소상공인들에게 이름(브랜드)을 갖게 하자는 게 우리가 하려는 스마트스토어의 본질이니까요. 사람들은 큰 플랫폼의  이름만 기억하는데, 소상공인도 자기 이름 걸고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뜻에서, ‘꽃’으로 이름 붙여 보면 어떨까 하는데요.”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 이해진 의장(네이버 창업자)과 방향을 조율하며 여러 방면에서 쏟아지는 아이디어의 날실과 씨실을 꿰던 한성숙 부사장도 김상헌 대표의 말이 귀에 꽂혔다. 네이버가 하려는 프로젝트를, ‘꽃’이라는 단어만큼 쉽게 소상공인에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 같았다. 함께 있던 채선주 총괄, 이윤숙 이사, 최서희 부장도 동의했다. 

이날 회의 이후, ‘프로젝트 꽃’은 급물살을 탔다. 이해진 의장과 한성숙 부사장이 사업의 큰 틀을 잡고, 김상헌 대표가 메시지의 방향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채선주 부사장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실에서 프로젝트 꽃을 상징하는 심볼 ‘푸른 장미’ 도안을 빠르게 만들어왔다. 자연에는 없는 푸른색의, 기술로 만들어낸 파란 장미의 꽃말은 ‘기적’.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었다.

한동안 커머스 사업에서 잇단 실패를 겪어오면서 내공을 쌓아온 이들이, 손발을 맞춰가면서 “이번엔 제대로”라는 마음으로 합심했다. 그리고 4월 말. 프로젝트 꽃은 “1억원 매출의 소상공인을 1500명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대중 앞에 공식화했다. 이듬해 네이버 수장 자리에 오른 한성숙 대표는 기자들에게 “매출 목표가 없다”고 말하면서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본질적인 일에 더 충실하겠다는 발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프로젝트 기획을 이끌어온 한성숙 부사장(오른쪽)과 프로젝트 꽃의 이름을 지었던 김상헌 대표

2024년 2월. 네이버는 역대 최대 수준의 연간 실적을 공개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총 9조6706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그중 2조5469억원을 커머스 사업부에서 벌어들였다. 3조5357억원 매출로 아직까지 네이버의 가장 큰 캐시카우가 되고 있는 서치(검색) 플랫폼 사업과 비견해도 커머스의 성장은 괄목할만하다.

물론, 꼭 매출이 아니더라도 네이버의 검색 경험 완성도를 위해서도 쇼핑은 중요한 부분이다. 쇼핑 키워드를 입력한 이용자들에게 검색 결과를 제공하고, 최종 구매까지 편리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야 사람들이 다음에 또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네이버의 검색광고 비즈니스도 계속해 힘을 받을 수 있다.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부문 성장의 바탕에는 스마트스토어가 있다.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을 띄울 당시, 성공을 견인할 요소로 “소상공인이 스마트스토어를 자기 홈페이지처럼 쉽게 쓸 수 있어야 할 것” “각 스토어가 운영자를 중심으로 꾸려져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할 것” “이용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쉽게 찾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 등의 원칙을 세웠다. 수많은 작은 브랜드의 성공사례가 쌓이고 사람들이 찾아야 결국에는 커머스 사업도, 네이버도 마찬가지로 존속할 수 있을 거라는 전략이 담긴 방향이었다.

프로젝트 꽃,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는 기대와 우려 속에 성장했다. 2018년 <바이라인네트워크>의 기사를 찾아보면, “소상공인은 네이버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창업초기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초기 창업자에게 네이버는 특급 도우미”라면서도 “문제는 독점이다. 플랫폼이 독점되면 그 안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는 협상력이 떨어진다. 독점자가 수수료를 올려도 막을 길이 없고, 모든 플레이어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싸워야 하니 경쟁이 더욱 심해진다”고 네이버가 소상공인의 적이 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관련기사: 네이버는 소상공인의 적인가, 친구인가]

지금은 어떨까. 빠른 정산 도입, 중소상공인(SME) 스케일업을 위한 새로운 성장 지원 프로그램 ‘SME 브랜드 런처’ 제공 등 스마트스토어 사업 확장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점에서 프로젝트 ‘꽃’과 스마트스토어는 네이버를 국내 이커머스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게 한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8월, 직원들과 함께 ‘프로젝트 꽃’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방향성 토론을 하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운데).

그러나 네이버는 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쿠팡의 압도적 성장, 중국 알리와 테무의 국내 시장 침투 등 커머스 시장이 더욱 치열해졌다. 최수연 네이버 현 대표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알리와 테무의 한국 진출은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기회이기 때문에 잘 대응해야 한다”면서 “스마트스토어·브랜드스토어는 좀더 차별화된 서비스나 혜택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네이버가 프로젝트 ‘꽃’을 전략 사업으로 택하고, 이를 기획하던 순간의 일을 묘사해 담았습니다. 또, 스마트스토어가 네이버에 현재 미치는 영향을 조망하려 했습니다. 기사에 나오는 인물들의 직급은 해당 시점의 직급을 사용했습니다. **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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