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크래프톤 “인도에서도,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성공한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현재의 성공을 가능케 한 결정적 순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기업은 중요한 결정적 순간을 맞이합니다. 이 순간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그저 평탄한 길만 걸어온 기업은 없습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창간 8주년을 맞아 창간 기획 시리즈 <결정적 순간>을 연재합니다. 국내 대표 테크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결정적 순간을 돌아봄으로 해서 많은 스타트업과 창업가, 테크 기업이 그와 같은 결정적 순간에 성공의 길을 선택하길 기대합니다.
<연재 순서>
① 네이버, 커머스 사업을 위한 꽃을 피우다
② 곰인 줄 알았던 사자 한 마리, 카카오를 뒤흔들다
③ 10년 전, 쿠팡은 어떻게 49일만에 로켓배송을 내놓게 됐나
④ 토스 건물 외벽에 “해냈고, 할 수 있고, 해낼 것”이라고 쓰인 순간
⑤ 숙박 예약하던 야놀자는 어떻게 글로벌을 꿈꾸게 됐나
⑥ 크래프톤, “인도에서도,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⑦ 배달의민족, 1등도 절박해야 살아남는다
⑧ 돈 못벌던 카카오택시, ‘가맹’으로 상황을 뒤집다
⑨ 물이 들어오면 고민 말고 노를 저어라, 업비트
⑩ 당근이 이메일을 버리고 지역 인증을 도입했을 때
⑪ 갑자기 춘천으로 이사간 소프트웨어 기업, 더존비즈온
2021년 7월,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가 인도에 상륙했다. 배그는 당시에도 이미 전세계적으로 흥행을 거둔 게임이었지만,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은 의미가 남달랐다. 배그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나올 때였기 때문이다. 배그를 잇는 성공작을 내놓지 못하던 크래프톤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스물스물 올라왔다. 하지만 인도에서의 성공은 이런 의구심을 없애버렸다. 중국을 넘어서는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에서의 성공은 크래프톤을 새롭게 각성시킨 계기가 됐다.
크래프톤(옛 블루홀)은 세계적 흥행작인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로 스타덤에 오른 게임 기업이다. 무협으로 따지면 불세출의 영웅(배그)이 나타나 강호 무림(국내 및 아시아)은 물론 파란 눈의 색목인들이 사는 서안(서구권)까지 일순간 평정했다고 볼만한 정도다.
게임 업계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고성장 시기를 거쳐 성장세가 한풀 꺾이거나 역성장으로 접어들 때도, 크래프톤은 거침없는 우상향을 그리면서 오랜 기간 공고했던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라는 게임 빅3 구도를 깨뜨리기도 했다. 회사는 작년 연결 기준 실적으로 매출 1조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이 거둔 미개척지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은 한국 게임 산업 역사책에 반드시 기록해야 할 사건이다. 게임 선진 시장이 위치한 북미·유럽 등 웨스턴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둔 것에 이어 제3세계인 인도에서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으니, 한국 게임 기업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모바일인도(BGMI)’는 인도 누적 이용자수 1억명 돌파, 현지 앱마켓 매출 1위, 인도 역사 최초로 TV 이스포츠 생중계, 전체 시청자 수 2억명 돌파 등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기록 갱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찍이 인도에 눈길…저사양 버전 대응
“크래프톤이 인도를 제대로 주목한 건 2018년부터입니다. 2018년 4월 장병규 의장(블루홀 창업자)님이 인도를 개인 출장으로 처음 방문했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2018년 3월 글로벌 론칭을 했죠. 게임 시장으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인도, 중동 같은 곳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인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크래프톤 인도 진출의 산증인 손현일 인도법인 대표<사진>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장 의장이 제시한 인도라는 큰 방향성이 결과적으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배그 라이트 버전’ 출시라는 전략적 결정도 성공을 이끌었다. 저사양 PC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게 사양을 낮춘 버전이다. 배그 모바일 성공의 기반이 됐다.
“그 출장 이후에 장 의장님이 회사내에서 인도 얘기를 종종 꺼냈습니다. 당시에 PUBG: 배틀그라운드를 즐기기 위해 고사양 PC가 필요했던 문제를 해결하려고 배틀그라운드 라이트(Lite)를 개발해 론칭했고요(2019년1월 태국 closed beta 론칭으로 시작). 이 게임의 타깃 시장이 1차적으로는 동남아였지만 인도나 터키 같은 시장에서도 많은 유저들이 들어왔었습니다.”

잠재력 믿고 직진
“저도 2019년 7월 배틀그라운드 Lite 퍼블리싱 담당자분들과 첫 인도 출장을 갔었는데, 그 때 인도의 여러 게임 및 IT 회사, 통신사(Telco), VC 등을 만나게 되면서 아직 초기이긴 하지만 인도 게임 및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2022년 7월 BGMI 이전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라이선스 게임 배그 모바일이 인도에 들어와 있었다. 인도와 중국 간 국경 분쟁은 배그 모바일로 불똥이 튀었고, 중국 관련 앱 서비스의 강제적인 중지가 이뤄진다. 이때 크래프톤은 ‘직접 개발하고 서비스하자’라는 방침을 정했다. BGMI의 성공은 외교 갈등으로 인한 서비스 중지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딛고 이룬 성과다. 배그의 충성 이용자 기반을 재차 입증한 사례이기도 하다.
손 대표는 작년 9월 미디어들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중지 여파로)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가 ‘우리가 직접 서비스하자’해서 직접 퍼블리싱 사업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습니다. 투자 책임자일 때 인도에서 게임 퍼블리싱 외에 개발사와 콘텐츠 관련 기업, 플랫폼 기업들을 찾아보기도 한 것이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펍지(PUBG) 이름을 떼고 BGMI를 론칭했습니다.”

인도를 주목하라
“과거에는 인도 시장을 주목하는 기업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각 산업에서 선두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인도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과거 수년간 많은 글로벌/로컬 PE(Private Equity)나 VC(Venture Capital)가 인도 스타트업에 투자해 2023년에 탄생한 유니콘(Unicorn)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위를 차지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손 대표는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강조하면서도 전략적 접근을 주문했다.
“앞으로 매년 6~7%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이고 인구에서 젊은이 비중이 높다 보니 다양한 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IT산업 전체를 블루오션으로 보기보다는 세부 영역별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게임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글로벌 게임사의 진출이 저희를 포함해 몇 군데를 제외하면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로컬 기업의 규모도 아직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만큼 경험 있는 인재 확보가 어렵고 전체 시장의 매출 규모 또한 시장 전체 규모를 보면 한국에 비해서 차이가 큰 편입니다. 저희는 다행히 인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어 새로 시장에 접근하려는 경쟁자에 대비해서 여러가지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인도서 현지 게임협회 부회장 선임
크래프톤이 인도에서 성공하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외교적 사건을 피하고 지속 흥행을 위해선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우호적 시선이 중요했다.
“처음에는 PUBG: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라는 게임은 알지만 크래프톤이라는 회사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고, 게임이라는 산업 자체에 대해서 생소해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꾸준히 진심으로 저희만의 강점을 설명하고 인도 시장에서 제대로 뿌리내리려는 저희들의 진심을 어필해나가면서 점점 저희들에게 우호적인 시각들이 생겨나갔고 저희에게 도움을 주는 분들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손 대표는 얼마 전 인도디지털게임협회(Indian Digital Gaming Society, IDGS) 부회장에 선임됐다. IDGS는 현지 최대 경제단체인 인도산업연합(Confederation of Indian Industry, CII) 후원으로 설립한 디지털 게임 생태계 이해 관계자들이 모인 비영리 단체다. 현지 게임 시장에서 크래프톤 입지를 가늠할 수 있는 소식이다.
“인도 게임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해온 IDGS의 부회장으로 임명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인도 게임 커뮤니티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며 게임 생태계 발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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