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공장 로봇을 감시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곳, 마키나락스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서 제조 현장에 들어서게 되면 누군가는 로봇이 각자 맡은 일을 잘 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 로봇이 한두대, 아니 수십대일 때는 그런 감시가 특별히 어려울 게 없다. 문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로봇이 수백, 수천대가 될 때다. 쟤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아니 사람이 다 어떻게 감시해?

마키나락스는 제조 현장에서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그 감시의 역할을 인공지능에 맡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 인공지능을 학습시켜서 공장 로봇들의 이상을 탐지하고, 더 효율적인 방식은 없는지를 찾아내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데이터가 생기면 인공지능이 그 정보를 습득하도록 재학습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그것이 마키나락스가 제공하는 ML옵스(Machine Learning Operations, MLOps)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사진)에게 제조 현장에서 ML옵스가 왜 필요한지 물었다. 그는 “최근에 AI가 미친듯이 빨리 발전하고 있는데 AI전문기업이 아닌 이상 그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결국은 기업들이 AI를 활용해서 자신들이 가진 고유의 문제를 풀려 할텐데, 그럴 때 ML옵스와 같은 AI 플랫폼 도입이 반드시 필요할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

마키나락스 어떤 회사?
“산업 현장의 문제 해결을 통해 사람이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는 비전과 “산업을 탈바꿈 할 수 있는 지능화 솔루션을 만든다”는 미션 아래 2017년 창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메모리사업부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한 윤성호 대표(CEO)는 제조 현장에서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면 ‘산업을 완전히 바꿀 수 있겠다’는 확신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크게는 두 가지 상품을 만드는데, 인공지능 모델을 현장에서 빨리 개발, 배포하고 운영하도록하는  플랫폼(ML옵스) ‘런웨이’와 제조 현장에서 일하는 로봇의 이상을 탐지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 특화 AI 솔루션 ‘MRX 시리즈’다.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 등에서 시드 투자를 했고, 이어 LG테크놀로지벤처스, 현대자동차, 어플라이드 벤처스, HB인베스트먼트, 한화, GS 등이 투자에 합류했다. 2023년 8월 기준 마키나락스의 누적투자액은 309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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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ML옵스가 뭔가? 데브옵스와는 어떻게 다른가?

ML옵스는 광의의 개념에서 AI 플랫폼이다. 데브옵스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툴이라면, ML옵스는 정말 인공지능을 위한 거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로 빚은 소프트웨어라 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딱 규칙(rule) 대로 움직이지만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다. 기존에 학습했던 것과 다른 데이터가 들어오게 되면, 또 다시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러려면 인공지능의 성능이나 데이터의 분포를 계속 모니터링 하는 일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인공지능의 모니터링과 업데이트가 일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 ML옵스다.

(** 데브옵스(DevOps): 개발(Develop)과 운영(Operation)을 통합하는 개발 방법론. 양측의 협업과 소통을 강화, 지속적인 통합과 배포로 빠른 시간 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ML옵스가 마키나락스의 주력 사업인가?

그렇다. 사업이 크게 두 가지다. ML옵스를 중심으로 하는 AI 플랫폼 공급 사업이 하나 있고,  AI 모델 개발과 솔루션 제공을 하는 사업도 있다. 특히 제조나 산업 영역에서 많이 쓰이는 이상 탐지나 제어 최적화와 관련한 모델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주로 어떤 영역에서 ML옵스가 쓰이나

분야를 가리지 않고 ML옵스가 쓰이지만, 마키나락스는 제조나 산업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딥러닝을 기반으로 이상 현상을 탐지한다. 예를 들면, 공장의 로봇이나 배터리 생산라인 등을 실시간 탐지해서 고장이 날 것 같거나 상태가 이상하다는 데이터가 감지되면 알려준다. 이걸 예지정비라고 하는데, 이런 예지정비나 혹은 공정 제어를 효율적으로 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

제조 현장마다 AI 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AI 플랫폼이나 인공지능 모델을 잘 쓸 수 있나?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을 예측하는 솔루션에 우리 기술이 들어간다 ML옵스라고 하는 AI 운영체계가 돌아가고 있고 그 위에 태양광 발전소의 발전량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이 돌아간다. 그런데 이곳의 사람들은 이 인공지능 모델을 직접 운영하길 원치 않는다. 단지, 발전량을 하루에 두 번씩 받아봤으면 좋겠다는 수요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현장의 전문가들이 최대한 쉽게, 짧은 트레이닝의 통해서 인공지능 모델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제품의 방향성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후공정 장비의 이상 탐지 솔루션을 살펴보면, 현업 담당자들이 보는 것은 대부분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모니터링의 결과들이다. 장비 설비 상태가 정상이다, 아니다를 확인하다가 만약 이상이 뜨면 그에 맞춰 조치를 취하는 거다. 그런데 더 나아가서, 만약 데이터가 예전과 달라져서 한 번 더 인공지능을 업데이트 해야 할 상황이 오면 엔지니어가 ML옵스 안으로 들어가서 인공지능이 새로운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수행해 볼 수 있는 걸 같이 제공한다.

직접 플랫폼이나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할 여력이 없는 중소 규모의 제조 현장에서 이런 모델을 도입해 쓸 것 같았는데, 현실은 아직 대기업 중심으로 쓰이는 걸로 보인다

작은 기업들은 사실은 그렇게 직접 할 수 있는 역량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최대한 서비스를 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작은 기업 같은 경우, 아직은 대기업만큼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는 준비가 적은 경우가 많다. 준비라는 것이, 결국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도 있어야 하고,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중견 기업도 이제 막 AI를 도입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단계이므로, 아직은 대기업의 고객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에서 ML옵스 플랫폼을 직접 안 하고 외부의 것을 도입하는 가장 이유가 뭘까?

ML옵스 플랫폼 같은 경우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영역이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엑셀을 직접 만들어 쓰는 회사는 전 세계에 아무 곳도 없다.

와닿는 비유다

엑셀을 팔아서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닌데 엑셀에 엄청난 투자를 계속할 순 없다. 본연의 사업이 아닌 이상 시도해봐야 1~2년 쓰다가 버리는 시스템을 만들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를 쉽게 따라서 만들 수 있는 거라고 생각들을 하지만, 여러 고객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계속해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고 장점이다. ML옵스도 마찬가지다.

제조현장에서 ML옵스나 인공지능 모델이 필요한 이유는?

수백 대 로봇을 활용하고 있는 자동차 공장에서 마키나락스가 만든 인공지능 모델이 도입됐다. 그 현장에서 인공지능 모델이 모니터링하고 있는 로봇이 300대 이상이 된다. 기본적으로 이 로봇들의 움직임에서 이상을 탐지하는 것도 있지만, 그 뿐만 아니라 최적화되지 않은 동작을 하는 로봇을 골라내는 것이 필요하다. 300대 이상의 로봇을 사람이 일일이 눈으로 보면서 확인하기 어렵고, 인공지능이 이를 보면서 감시하고 있는 거다.

군집 로봇 제어 기술하고 비슷한 건가?

직접 제어를 하는 건 아니라서 제어 솔루션이라고 할 순 없지만, 결국 제어에도 모니터링은 필요하므로 군집 제어 솔루션과 연동해 기술을 제공할 수는 있다. 추가로 자동차 공장의 용접 로봇 같은 경우 로봇이 용접해야 하는 타점이 2000개 정도가 있다. 그걸 300대의 로봇이 나눠서 수행해야 하는데, 어떤 로봇이 어느 타점을 담당해야 하는지를 기존에는 사람이 다 계산해 도출해야 했다. 그런 걸 짜는데 짧게는 한달에서 두달까지도 걸렸는데 인공지능 모델을 도입하고나서는 그 동작을 도출하는 것을 48시간 안에  끝낼 수 있게 됐다. 거의 10배 이상 빨라진 거다.

예전에는 로봇이 있더라도 효율적인 환경은 아니었겠다

그렇다. 로봇을 사용하는 거 자체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던 거다. 

제조AI 매력적인 이유

“오펜하이머 때문에 친구들한테 워낙 많이 연락이 왔다”

웃으며 말하는 윤성호 대표는 물리학 박사 학위가 있다. 심지어 핵물리학 전공이다. 학교를 나와선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SK텔레콤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결과가 좋아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그때 윤 대표는 “내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는 어떤 프로젝트를 했나?

딥러닝 기술로 반도체 장비의 이상 탐지를 하는 프로젝트였다. 반응이 좋았고, 미국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일단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고, 또 인공지능이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데 제조업에서 데이터로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을 거라고 판단해서다.

 제조인가?

AI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이 하는 것과 결국은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잘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데 제조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부분도 있고 (그래서 아직 AI가 많이 도입이 안 되어 있어서) 업사이드 포텐셜이 엄청 크다.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빠르게 의사 결정을 했다. SK텔레콤에서 프로젝트를 마치고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실은 의사결정을 했다(웃음).

프로젝트에 호평을 받고 창업을 했다. 그런데 막상 창업을 하니까 어떻던가? 생각처럼 순탄하게 흘러가던가?

아니다(웃음).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더라. 시장이 조금 더 빨리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제조가 좀 많이 더디더라. 그사이에 고생도 했다. 사실, 사업 초기에는 그냥 ‘이상 탐지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로 키워가려고 했는데, 회사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ML옵스, 그러니까 인공지능 플랫폼이라는 게 되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걸 결국엔 제조회사들도 다 필요로 할 거기 때문에, 회사의 방향성을 인공지능 플랫폼과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확대하면서 변화를 좀 겪었다.

ML옵스나 머신러닝 모델을  공급하는 회사가 많은가?

글로벌로는 굉장히 많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데이터로봇이나 데이터이쿠, IBM. 대표적으로 아마존 AWS도 비슷한 툴을 가지고 있다.

매우 쟁쟁한 경쟁자들이다. 마키나락스는 이런 경쟁 속에서 시장을 어느 정도 가져갈 있을 거라고 보나?

클라우드 시장만 보더라도 범용 솔루션을 만들던 회사들이 다 산업에 특화한 솔루션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결국 하나의 산업에 특화한 솔루션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깊은 데이터를 보고, 그 데이터를 활용해 도메인에 특화한 제품을 주니까 고객들이 거기서 얻는 가치가 더 큰 거다.

CRM 솔루션을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세일즈포스의 예가 적절하겠다. 이 분야 가장 독보적인 회사인데 최근에 제약이나 바이오 회사들 같은 경우 세일즈포스의 제품이 아니라 비바시스템즈라는 회사의 제품을 쓴다. 똑같은 CRM을 팔지만 비바시스템즈가 제약회사가 가진 니즈(요구사항)를 훨씬 더 많이 솔루션에 반영했다. 제약, 바이오만 하니까 그 산업의 특징을 잘 알아서다. 지금 제약 바이오 시장의 CRM 점유율을 80%까지 가져온 대표적 사례다.

이런 사례가 많은가?

인더스트리 클라우드라고 표현을 하는데, AI도 처음에는 범용 솔루션이 많이 도입되겠지만 결국에는 특정 산업 영역에 특화한 것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AI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 중 제조나 산업에 특화한 곳이 세계에 몇 군데나 있느냐고 물으면, 사실은 마키나락스가 되게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독보적이라고 말한 이유는?

레퍼런스다. B2B 고객들이 새로운 제품을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레퍼런스라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영업을 할 때도 그쪽 제조회사들이 “현대차가 썼느냐, SK가 썼느냐”와 같은 레퍼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의 제조기업들이 글로벌로 톱이므로 우리가 가진 (레퍼런스의) 로고를 딱 보여주면 미국에 있는 제조사들도 “저런 선도기업들이 마키나락스 걸 쓴단 말야?”라면서 검토를 시작한다.

글로벌 이미 진출하고 있는데

일단 미국은 창업하자 마자 바로 진출해 운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마키나락스의 고객이기도 하고 투자자기도 하다. 지금은 제품 영업을 위한 조직이 미국에 조직된 상태다. 제품이 고도화되면 미국 쪽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매출 어떻게 되나?

지난해 매출은 30억원 정도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매출을 이미 달성한 상태다.

요즘 무엇을 고민하나?

사실은 매출이다. 지금 ‘1호 영업사원’ 역할을 하고 있다(웃음). 시장이 지금 당장 확 열렸다기보다는, 앞으로 열릴 거라고 보고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ML옵스나 플랫폼에 대한 것을 고객 대상으로 교육을 시켜가면서 일하고 있다. 그런 것이 재미있긴 하지만 아직은 매출이 생각보다 더디게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워낙 빨리 변하고 있고, 특히나 AI 같은 경우 챗GPT 때문에 시장의 관심도가 엄청나게 높아졌으므로 보수적인 제조업에서도 결국은 다 AI를 도입하게 될 거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내년에 이제 상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회사의 두 가지 사업 방향 중 플랫폼을 만드는 쪽은 계속 고도화를 하고 저변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 운영하는 ML옵스 제품에 기능을 더 추가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ML옵스라는 범위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본다. 맞춤형 솔루션은 기업이 가진 고유의 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면서 계속해 AI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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