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의 새 먹거리 ‘스코프’는 어떤 기술?

루닛은 국내 대표적인 의료AI 스타트업이다. 폐나 유방 엑스레이 사진을 바탕으로 암 병변을 찾아낸다. 기술 특례로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그 루닛이 “종양 검체 조직에 위치한 3차 림프 구조(Tertiary Lymphoid Structure, 이하 TLS)를 AI로 분석해 치료 반응을 예측한 결과를 ‘세계폐암학회(WCLC 2023)’에서 발표한다”고 21일 밝혔다.

TLS는 만성적인 염증 반응에 의해 생기는 이소성(정상에서 벗어난 상태) 림프구 기관으로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 Environment) 내 면역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구성 요소 중 하나다. 루닛은 이 연구를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과대학, 어센션 세인트 프랜시스 병원링컨 의료정신건강센터와 함께 진행했는데, 이때 쓰인 도구가 병리 슬라이드 분석기 ‘루닛 스코프 TLS’다.

스코프는 무엇?

루닛의 새로운 먹거리다. 항암치료제에 대한 반응을 AI로 예측하는 플랫폼으로, 인공기능 기반 정밀치료를 위해 만들어졌다. 루닛은 원래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기반으로 암병변을 찾아내는 인공지능 진단 기술이 주력이었는데, 한 단계 더 나아가 면역세포의 형질을 AI를 통해 분석해 환자에 맞춤한 면역항암제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맞춤형 치료를 제안하는 것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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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루닛은 스코프라는 도구를 통해 세포의 존재 분포(Ontological distribution)를 보려고 한다. 그래서 값비싼 면역 항암제가 특정 환자한테 잘 들을지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데 스코프의 의의가 있다.

앞서 인터뷰에서 박승균 루닛 이사는 “면역세포가 암세포 주변에 있어야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면서 “이를 확인하려면 각각의 슬라이드를 살펴야 하는데 각 슬라이드 하나의 이미지가 10만 바이트가 될 정도로 매우 커서 사람이 모두 확인해 분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사람이 하기 어려운 부분을 딥러닝 기술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데이터 전체를 분석하면 면역세포의 분포를 통해 면역항암제가 투여 됐을 때 정말 효과가 있겠는지 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 스코프라는 기술이 태어난 아이디어다.

스코프의 의의

환자들은 특정 면역 항암제가 자신한테 맞을지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비싼 돈을 들여 투여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의료비용 지출이 심한 경우가 발발했다. 스코프는 암 환자의 면역세포 형질을 AI를 통해 분석해 해당 환자한테 현재 나와 있는 면역항암제 중 어떤 것이 더 맞을지를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스코프의 역할은 기존에 루닛이 진단에 주력했던 폐암이나 유방암에 한정되던 것은 아니다 루닛 측에 따르면 “현재 16종 암에 대해 연구단계”에 있다. 물론 스코프를 쓴다고 해서 모든 암환자가 100% 자신에 맞는 면역 항암제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루닛 측에  따르면 각 제약사가 임상연구를 했을 때, 해댱 약이 더 효율적으로 들을 수 있는 환자를 찾을 확률이 기존 대비 20% 정도 개선된 것이 현재 단계다.

루닛이라는 기업에도 스코프는 의의가 있다. 루닛에게 캐시카우는 여전히 암 진단에 있지만, 미래 더 큰 돈을 벌어오는 역할에는 스코프가 중심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암 진단을 위해서는 엑스레이 사진을 활용하는데, 국내에서는 엑스레이 촬영 자체가 보편화되어 있으므로 촬영 후 분석에 드는 단가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치료 예측을 위한 바이오마커 검사는 그 자체가 진단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다시 말해 수익성이 높다. 환자 입장에서는 값비싼 면역 항암제를 투여 받기 전에 이 약이 자신한테 맞는지 여부를 미리 알기 위해 바이오마커 검사를 하고 있다. 바이오마커 검사가 필수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수가 역시 적용되고 있어, 시장 저변도 넓다.

또, 영상 촬영물을 분석해 암 진단을 하는 곳에 비해서 바이오마커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경쟁사는 그 수가 적다는 것 역시 루닛에 유리한 부분이다.

이번에 스코프가 낸 성과

이 아이디어가 시간이 흘러 이번 공동 연구에서 성과를 냈다. 연구진은 종양과 인접한 부위에 존재하는 TLS가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예측한다는 최근 학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TLS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병리 슬라이드 분석기 ‘루닛 스코프 TLS’를 활용했다. 루닛 스코프 TLS는 18개의 암종을 포함한 1439장의 병리 H&E 슬라이드로부터 TLS의 특징을 학습한 AI 모델이다.

연구에서는 면역항암제인 면역관문억제제(ICI) 치료를 받은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85명을 대상으로 AI를 적용해 종양미세환경 내 TLS를 세분화하고 환자의 생존율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루닛 측에 따르면 연구진이 85명의 환자 가운데 TLS가 관찰된 25명(29.4%)과 관찰되지 않은 60명(70.6%)을 비교한 결과, AI가 검출한 25명의 TLS 포함 환자군에서 전체 생존율(OS)이 유의미하게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TLS 존재 여부는 기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반응 예측인자(바이오마커)로 알려진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독립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루닛 측은 이를 “인공지능 기반의 TLS 분석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새로운 치료반응 예측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현재 TLS가 글로벌 제약사에서 관심을 갖는 주요 I-O(Immuno Oncology, 면역항암제) 바이오마커란 점에서 향후 루닛 스코프를 적용해 AI 기반으로 TLS를 분석하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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