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W2023] “모든 장벽을 깬다”…첫 번째 ‘e스포츠 올림픽’에서는 무슨 일이?
프랑스 시내와 교외를 가로지르는 자전거 코스. 쉴 새 없이 페달을 돌리는 선수들. 갈수록 일그러지는 표정과 쉴 새 없이 흐르는 땀. 고개를 숙이는 이와 환호하는 승자. 서로를 다독이는 우정까지…
흙먼지 날리는 사이클 대회 이야기가 아니다. IT 기술을 통해 스포츠의 매력을 그대로 옮겨온 대회 이야기다. 싱가포르 한복판에서 열린 e스포츠 올림픽은 승부를 넘어 모두가 승자가 되는 축제의 장이었다.
지난 22일부터 열린 ‘올림픽 e-스포츠 위크(OEW) 2023’ 는 싱가포르 중심가의 대형 컨벤션 센터를 빌려 개최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도해 e스포츠 경기로만 구성한 첫 오프라인 대회다. 올림픽하면 떠오르는 야외 경기장이나 넓은 운동장은 없지만 IT 기술의 도움으로 실제와 같이 구현한 인기 스포츠들이 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대회장에 입장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게임 업체들의 부스였다. 코엑스 전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한 가지 달랐던 건 게임에 집중한 사람들의 밝은 표정이었다. 노를 젓는 카약 게임이나 화면 속 캐릭터를 따라 춤추는 댄스 게임. 골프 시뮬레이터, 레이싱 게임, 추억의 아케이드 게임 등 수십가지 체험 부스가 참관객을 맞았다.
한 부스에서 노를 젓는 근육질의 남성이 눈에 띄었다. 위치만 실내로 바뀌었을 뿐 화면에 구현된 풍경은 실제 경기의 그것과 똑같았다. 얼굴에 흐르는 땀이 대형 화면의 빛을 받아 유독 반짝였다. 레이싱 게임도 마찬가지다. 실제 자동차 핸들의 압력까지 구현한 컨트롤러를 잡은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게임에 몰입했다.
실제 경기가 치러진 대회장에서는 연일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23일 치러진 사이클 결승전은 e스포츠의 모든 것을 압축해 놓은 백미였다. 사이클 시뮬레이터인 즈위프트(Zwift)를 활용해 자웅을 겨뤘다. 진짜 로드 사이클 대신 PC와 연결된 사이클 트레이너에 앉은 선수들은 경사도를 따라 무거워지는 페달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경쟁했다.
업치락 뒤치락하던 경기의 승자가 드디어 결정됐다. 결승선 500m 앞까지 3위로 달리다 막판 스퍼트로 역전승을 거둔 선수가 번쩍 손을 뻗어 기쁨을 만끽했다. 관객석에서도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승자와 패자 모두 밝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희열은 이날 경기장 안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현장에 마련된 좌석은 300여개. 하지만 이날 결승전은 300명을 넘어 전 세계의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됐다. 전 세계로 생중계한 덕에 수많은 e스포츠 팬들이 오롯이 현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중계 부스에서는 3명의 캐스터가 연신 대회 상황을 송출했고 올림픽 홈페이지에 접속한 사람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대회를 관람할 수 있었다.
성공적인 OEW 개최가 가능한 건 클라우드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파트너로 함께한 알리바바클라우드는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과 콘텐츠 제작에 힘을 보탰다. 또 가설 건축물 제작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엑스퍼트(Expert)’ 솔루션을 접목했다. 딥러닝을 통해 탄소 배출 데이터를 측정하고 최적화해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는 솔루션으로 이번 대회 운영에 힘을 보탰다.
알리바바클라우드는 자사 부스를 통해서도 기술 전반을 소개했다. 특히 알리바바클라우드는 시니어를 위한 건강 증진용 게임이나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툴 또한 지원해 게임 산업까지 지원한다. 가상현실(VR)을 활용한 탁구 게임을 비롯해 기업이 메타버스 공간을 쉽게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 ‘클라우드버스(Cloudverse)’ 등이 참관객을 맞았다.
IOC가 인정한 e스포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실제 스포츠였다면 신체 능력이나 지역 등 현실의 벽에 부딪혀 도전할 수 없지만, e스포츠 생태계에서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남녀노소 함께 어울리며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도 e스포츠의 매력이다.
IOC의 빈센트 페레이라(Vincent Pereira) e스포츠 부장은 “우리가 가진 모든 장벽을 깨는 것이 바로 e스포츠”라며 “새로운 유형의 스포츠 선수를 만들고, 기술의 발전을 이끌며 경계를 넒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어떻게 e스포츠의 질을 높이고 모든 사람에게 가치를 가져다주는 이벤트를 만들 수 있을 지 계속해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싱가포르=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