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투명’ 외치던 이스포츠 협회… 선발 과정에서 잡음 들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국가대표 차출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들리고 있다. 공정한 국가대표 선정을 강조했던 협회의 말과는 다른 방향으로 선발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6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9월 개최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연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차출 과정에서의 불투명성은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균 항저우아시안게임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팀 감독은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 잘못된 행정에 저항한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26일 철회하기도 했다. 협회는 “계속된 설득과 재고 요청으로 김정균 감독이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며 “감독 본인의 직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공정’ 강조한 협회… 김정균 롤 감독 “차출 과정에서 소외됐다”

협회의 잡음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지난 11일 협회는 리그오브레전드 종목 국가대표 예비명단 10인을 공개하며 최종 선발을 위해 17일부터 23일까지 광주광역시에서 소집훈련과 국가대표 평가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협회의 계획에는 볼멘소리가 잇따랐다. 4월 3일 진행된 국내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리그 ‘2022년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무리한 일정이라는 비판이 들려왔다. 김 감독 또한 훈련과 평가전 일정에 대해 협회의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그럼에도 협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국가대표 예비 명단 (자료 제공: 한국e스포츠협회)

평가전은 결국 연기됐다.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 조치에 중국 팀의 국내 입국이 어려워졌고, 해외 팀들이 ‘2022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MSI)’를 앞두고 국내 체류 시간을 늘리기엔 부담이 컸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평가전이 연기됨에 따라 소집 훈련 또한 3일차 일정을 마치고 조기 종료하게 됐다.

일방적인 일정 추진 외에도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의 잡음이 있었다.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 차출 과정에서 감독이 선수 선발에 어떠한 권한도 위임받지 못하는 등의 선수 선발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21일 기자회견에서 김정균 감독은 “선발전의 데이터를 분석한 후 협회 측에 전달하는 역할만 맡았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대표팀 지도자가 선수들을 발탁하는 기존 스포츠 종목의 선발 과정과는 다르게 선수 선발부터 최종 발탁까지 모두 협회와 소위원회의 결정대로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게임매체 ‘윈’은 “김정균의 사임 선언은 협회가 국가대표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저항이자 내부 구조 문제에 대한 반발”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협회는 잘못을 인정했다. 협회 관계자는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 평가전 및 훈련 계획은 감독 및 소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에 협회가 미리 수립한 일정에 따라 진행됐다”며 “그 과정에서 감독과 소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미흡함이 있었던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 “LoL 소위원회 위원들은 선수 및 지도자 선발방식 논의, 선수 및 지도자 선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왔으며, 협회와 비밀유지 서약을 작성했기에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도 “합숙훈련 강행에 대한 김정균 감독의 강력한 우려 표명에도 일정 조율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과 평가전을 연기하게 된 점에 대해서 반성과 유감의 뜻의 전한다”고 사과했다.

국가대표 선발, 현 상황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정식 종목 8개, 시범 종목 2개 총 10개의 게임이 아시안게임에 등장할 예정이다. 세부 종목으로선 ▲아레나 오브 발러(아시안 게임 버전)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피파 ▲하스스톤 ▲스트리트파이터5 ▲왕자영요 ▲도타2 ▲몽삼국2가 채택됐다.

그 중 우리나라는 ▲아레나 오브 발러 ▲도타 2 ▲몽삼국 2를 제외한 다섯 개의 정식 종목에 국가대표를 파견할 계획이다. 세 종목 또한 당초 국가대표 파견을 추진하려 했으나, 선수 및 지도자 후보군 기반이 약해 안정적인 국가대표 구성이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는 협회의 설명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대표팀 차출을 통해 구성되며 피파, 하스스톤, 스트리트 파이터V는 선발전으로 진행된다. 국가대표 선발 일정은 아시아e스포츠 연맹과 대한체육회의 일정에 따라 결정됐다.

최종 국가대표 명단 제출은 아시아e스포츠 연맹의 규칙에 따라 5월 말에서 6월 초에 이뤄질 예정이다. 명단은 경기력향상위원회와 한국e스포츠협회장의 승인을 받은 후, 10일 간의 공식 이의신청 기간을 거친 후 대한체육회에 제출된다. 다만 아시안게임 일정이 미뤄지면서 이 또한 무기한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 게임 ‘피파온라인4’ 종목 국가대표로 선정된 두 선수는 아시안게임 경기력향상위원회와 한국e스포츠협회장의 승인을 거쳐 최종 선발될 예정이다. (자료제공 : 한국e스포츠협회)

현재 국가대표 최종 선발이 이뤄진 종목은 피파온라인4, 하스스톤, 스트리트 파이터V다. 예비 명단이 공개된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 10명,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26명이다. 이 중 리그오브레전드는 총 6명을 최종 선발하며,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5명을 최종 선수로 확정할 예정이다.

협회 측은 예비 명단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선수단 구성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중요했고, 개인기량이 우수한 선수들에 대해 실전에서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합숙훈련과 평가전 과정이 있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모드 바뀐 아시안게임 배그, 괜찮을까?

한편 아시안게임 조직 위원회가 대회 내 ‘대인 사격금지’ 라는 규율을 만들면서 FPS 배틀로얄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전개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배틀그라운드 제작사인 크래프톤은 이를 위한 플레이 모드를 따로 개발했으며, 12일 배틀그라운드 소위위원회 위원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해당 모드에서는 4명이 한 팀으로 운전 및 사격 실력을 겨루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대표팀 선발 기준으로선 소위원회의 아시안게임 버전 테스트 결과를 통해 마련된 ▲전체 킬 ▲데미지 ▲헤드샷 지표가 중점적으로 고려됐다.  소위원회는 경기결과, 선수 개인 기량 평가 등 종합검토 후 최종 5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 선발이 아직까지는 그렇게 안정적이진 않은 상황”이라며 “선수들이 해당 모드를 플레이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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