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인원, 신뢰회복할 수 있을까

코인원이 수난을 겪고 있다. 단독 상장한 퓨리에버코인이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뿐만 아니라 전(前) 직원이 다수의 코인 상장 과정에서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에 의해 공동상장폐지한 위믹스를 재상장하면서 시장에 혼돈을 줬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학생이 잘못하면 소년원, 투자자가 잘못하면 코인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뢰도가 떨어진 분위기다.

이에 코인원은 신뢰도 향상을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논란이 됐던 퓨리에버코인을 상장폐지하고, 최근 일어난 거래소 해킹 사건에 대비해 훈련을 시작했다. 코인 상장을 대가로 전(前) 직원이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공식 사과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흔들리게 됐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전한다”며 “동일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월 검찰은 가상자산 상장 청탁을 받은 코인원 전(前) 직원 A씨를 구속 기소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2020년부터 일부 가상자산 상장과 관련해 20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재판은 다음달 4일 열릴 예정이다.

코인원에만 이런 일이?

올해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코인 중 코인원의 코인이 15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거래소에 따르면 ▲업비트 5개 ▲빗썸 9개 ▲코인원 15개의 코인이 올해 상장폐지됐다. 이들 대부분이 K코인(한국 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닥사 공통으로 상장폐지한 페이코인, 오미세고, 세럼, 베이직을 제외해도 코인원에서 상장폐지한 코인의 개수가 가장 많다.

그만큼 코인원에는 단독상장한 K코인의 수가 많은데, 이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 조사에서 “지난해 말 단독상장된 가상자산의 34%는 시총 1억원 이하의 소규모 코인”이라며 “가격변동, 유동성 부족 등의 시장 위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점은 지난해 말 기준 단독상장한 가상자산의 가격변동성이 평균 72%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이 65%라는 점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인원의 단독상장-상장폐지율이 높은 것에 대해 ‘내부 체계 미흡’을 지적한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0년까지 내부 상장팀 직원이 스무개가 넘는 코인을 뒷돈을 받고 상장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건 거래소 내부 관리 및 감시 절차에 구멍이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상장지원 및 폐지를 관할하는 내부 상장팀이 현재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A씨의 주도에 의해 운영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코인원은 거래소 중 구체적으로 상장 지원 기준을 밝히고 있다고 자부한다. 코인원에 따르면, 거래소는 상장 심사 기준으로 ▲가상자산의 기술적 안정성 ▲사업의 지속 가능성 ▲지배구조의 투명도 ▲토큰 분배계획 ▲글로벌 시장성 ▲커뮤니티 ▲팀구성 ▲프로젝트 진척률 ▲자금세탁위험평가를 판단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상장 과정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공개된 상장기준이 너무 포괄적일 뿐더러 구체적인 관련 기준을 각 거래소들이 공유를 안 하고 있다보니 여러 법률적 이슈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코인원 측은 상장 지원 절차를 모두 공개하는 건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기조로 자세한 내용은 알리지 않고 있다.

재정상황도 흐림

코인원은 재정 상황도 좋지 않다. 코인원의 2022년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1735억원) 약 80% 감소한 3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10억원으로, 전년 11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에 비해 큰 폭의 손해를 보면서 적자전환했다. 당기 순손실은 124억원이다.

물론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전반적으로 침체 분위기였다는 것을 감안할 때 예상하지 못한 실적은 아니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의 시가 총액은 반년 만에 4조원이 증발했다. 지난해부터 코인원이 ▲카카오뱅크와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제휴 계약 ▲위믹스 재상장 등 사업 강화에 힘써왔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효과를 못 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코인원은 원화 입출금 은행을 기존 NH농협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전환한 바 있다. 코인원에 따르면 이를 통해 기존 고객층의 은행 전환율이 70%를 기록하는 등의 실적을 냈지만, 아직 실질적인 매출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협업 효과는 크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코인원이 지난해 카카오뱅크에게 제공한 수수료는 7200만원이다.

위믹스 재상장도 큰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위믹스의 코인원 재상장 당시 시장에서는 코인원의 실적에 도움을 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인원 내부에서도 위믹스 재상장이 실적이나 점유율 상승을 견인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인원, 위기 넘을 있을까?

코인원은 신뢰 구축,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코인원은 ▲외부 전문위원을 포함한 준법감시 위원회를 운영해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편 ▲자사 홈페이지에 거래지원 비리신고 채널을 신설 ▲불공정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준법감시 위원회를 통해 내부시스템을 보완하고 자동화된 시스템 및 시장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이끌어내는 등 시장조작세력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코인원은 사내 소통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 19일에는 내부 소통 강화를 위한 크루협의회 ‘스피커스’를 구성한다고 전했다. 스피커스는 내부 구성원들이 선출한 ‘오피니언 리더 크루’ 5명으로 구성되며, 원활한 의견 건의 및 청취를 위해 사내 메신저 내 조직문화 담당 부서가 운영하는 온라인 소통 채널 리스너스도 개설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안 좋은 가운데 5대 원화마켓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원까지 문제가 생기면 생태계가 더 좁아진다“며 ”그런 면에서 코인원의 신뢰회복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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