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채용] 오렌지플래닛 찾았더니, 창업요? 일단 말립니다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전 산업군이 채용 빙하기를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대표적 수혜업종인 정보기술(IT)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요 IT 기업들이 올해 보수적 인력 운용 기조를 밝혔습니다.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다 돌연 중단하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대기업 인재 쏠림에 스타트업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런 때일수록, 구인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정보가 중요합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창립 7주년을 맞아 IT 채용 시장을 구인·구직 양면에서 살펴보는 [요즘채용]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채용 전문가와 현직 종사자가 전하는 일자리 시장 진단과 취·창업 노하우, 기술로 인한 시장 변화 그리고 흥미가 당길만한 직업 정보를 담아냅니다. <편집자 주>
- 청년 취창업요? 끝판 고수들에게 물었습니다
- 오렌지플래닛 찾았더니, 창업요? 일단 말립니다
- ‘창업하지 말라’더니 이 후끈한 분위기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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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때문에 일자리 사라진다? 과장된 공포”
창업가들에게 ‘주변인이 창업한다면 어떡하겠나’ 물어보면, 백이면 백 ‘일단 말린다’ 또는 ‘무조건 하지말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답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그냥 취업할걸’이라고 한탄하는 바이라인네트워크 두 대표의 발언을 분명히(?) 들은 바 있다.
좀 더 파고들고 싶었다. 본지 독자 중에도 창업을 고민하며 헤매는 이들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지난 10여년간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플래닛 창업재단에 몸담아온 서상봉 센터장과 입주사 2곳 대표를 추천받아, 재차 캐물었다. 도대체 어떤 어려움이 있냐고.
성공 확률은 0%대…에너지 남다르고 멘탈 강해야
“합리적 선택은 직장 다니는 게 맞아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을 꿈꾼다면 성공할 확률이 0.0000~% 정도로 거의 없습니다. 중소기업벤처부 통계로 보면 국내 유니콘은 22곳입니다. 유니콘까지 아니더라도 창업가가 보통 한 번에 성공한 케이스가 거의 없어요. 실패도 해본 분들이 여러 번 도전합니다. 센터를 운영하다보니 잘 안돼서 우는 친구들도 있고, 나가서 빚잔치를 하는 친구도 있고 다양합니다.”
현재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플래닛 창업재단은 서울(역삼)과 부산, 전주에 창업센터를 두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누적 2379팀 지원을 받아 323팀을 선발·지원했다. 올해까지 지원 팀을 합하면 340여곳이다. 누적 투자유치는 6016억원(253건)을, 동문 기업가치는 2.6조원을 훌쩍 넘겼다. ‘뱅크샐러드’, ‘클라썸’, ‘빅픽처인터랙티브’ 등 다수의 유명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창업자, 대표자가 제일 중요합니다. 실력이 있어야 하고, 같이 할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있어야 해요. 비전을 만들어 같이 할 만한 동기부여가 돼야 좋은 팀이 꾸려집니다. 좋은 팀이 꾸려져야 비즈니스 플랜도 구체화되고, 펀딩도 되고, 사업을 이끌 수 있는 기본 자산들이 만들어집니다. 그런 게 없다면 쉽지 않아요.”
서상봉 센터장은 스마일게이트 창업센터를 기획·준비했고, 개소 때부터 지금까지 센터를 이끌며 수많은 팀을 면접하고 선발·지원했다. 그들 바로 옆에서 성공과 실패를 봐왔다. 걸어 다니는 스타트업 빅데이터인 셈이다. 창업 이후 어려움을 겪는 기업가들의 공통점을 꼽아달라 주문했다.
“에너지가 약하고 쉽게 지치는 창업가들이 있더라고요. 창업보다는 취업해서 기업에 있으면 월급도 많이 받으며 잘할 것 같은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그 고생할 것을 미리 안다면, 다들 사업을 안 할 거예요. 천당 지옥을 오간다고 할까요. 잘 안되는 대표들을 보면 정신이 괴로우니, 피부가 다 일어나더라고요. 망망대해에 떠 있는 느낌인데, 대기업에서 비슷한 모델로 언제 치고 나올지, 돈을 구했다가는 또 거절당하지, 사람은 떠나지, 그런 가운데 버티려면 정신적인 근육이랄까요. 그런 근육 자체가 두꺼워야 합니다. 지구력이 있어야 하고요.”
밥 먹을 때 보면 안다
서 센터장에게 창업가에게 조언할 만한 기업 문화를 물었다. 그는 밥 먹을 때, 기업 특유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선 창업자나 키맨들이 일하는 문화를 만듭니다. 보통 밥 먹을 때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분위기나 표정이 밝은 곳이 괜찮더라고요. 그렇게 웃다가 일할 땐 몰입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타운홀 미팅을 자주 가지고 자주 공유하고 이것도 좋은데, 억지로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서로 자연스럽게 으쌰으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정말 쉽지 않아요. 두 사람만 있어도 생각이 다른데 여러 명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젊은 창업가들이 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무 명이 넘어가는데 그러한 문화를 만들 수 있으면 대단하다고 보면 됩니다.”
초기 기업가들의 최대 고민은 ‘인재 확보’다. 오너십을 가진 인재를 원하지만, 브랜드가 미비한 기업들이 공개채용을 통해 그러한 인재를 뽑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창업센터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대표가 여러 곳에서 추천받을 수 있도록, 미리 움직여야 한다.
“10명 이하에서 필요한 사람들은 핵심 인재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공개 채용하면 원하는 사람이 지원하지 않아요. 초기 팀들은 대표가 아는 사람을 통해 추천받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눈높이를 맞출 수가 없어요. 보통 학교 네트워크를 많이 활용합니다. 초기 기업에 공개채용으로 들어왔다면, 진짜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대표들 눈높이가 장난이 아니거든요(웃음). 저희가 대표들을 도와드리고 여러 실험을 해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투자유치가 어려워) 스타트업 겨울엔 좋은 인력이 나오는데, 이럴 때 기회를 보고 확보하려면 평소에 교류해야 합니다. 뛰어난 사람을 구해도 당신과 안 맞아 삐걱거릴 수도 있고요. 나와 맞는 사람과 일해야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미리미리 인재풀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선배 창업가 멘토링 매년 늘려요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플래닛의 강점은 ‘성장단계별 지원’과 함게 ‘인베스트먼트와 협업 투자’가 있다. 역삼 창업센터 건물 내 오렌지플래닛과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가 위치해 한 몸처럼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기업 초기엔 공간 지원이나 재무·회계 지식재산권 인사 노무 법률 등 멘토링이 중심이라고 하면, 성장한 스타트업들은 경험 많은 선배 창업가들을 연결해 멘토링을 하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오렌지플래닛을) 졸업했던 선배 창업가들을 만나게 해주면, 먼저 경험했던 것을 들으며 더 와닿아 하고요. 그러한 멘토링 횟수가 매년 계속 올라가고 있거든요. 만족도가 되게 좋고 또 실리콘밸리 이런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좋아하고, 선배 창업가를 만나는 자체가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비즈니스 네트워킹이나 투자 기획도 연결하고요.”
글로벌 창업 네트워크 연결할 터
오렌지플래닛 창업재단은 세계 시장을 보고 있다. 창업가들의 목표가 글로벌 진출인 까닭이다. 일찍이 스마일게이트가 강점을 지닌 중국에 창업센터를 만들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일단 문을 닫은 상태다.
“글로벌 진출을 어떻게 도와주느냐를 숙제처럼 가지고 있습니다. IT 기업들은 밸류(기업가치)도 높고 시장도 크고 그러다 보니까, 미국에 제일 관심이 많은 거 같아요. 동남아도 보고 있고요. 중국과 일본 관심이 덜합니다. 지난 1월 미국 CES(세계가전전시회)와 실리콘밸리에 가서 한인 투자자 모임과 스타트업 관련 모임에 가서 여러 창업가를 만났습니다.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가 투자했던 몰로코(광고솔루션 유니콘)나 센드버드(대화형 솔루션 플랫폼 유니콘), 눔(식단관리 유니콘) 등 성공한 한국인 스타트업이 몇군데 나왔고 과거 대비 액티브하게 움직이는 게 있더라고요. 실리콘밸리에 유대인, 중국인, 인도인이 이끄는 커뮤니티가 있다고 하거든요. 이제 한국 커뮤니티도 좀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현지에서 공부했던 사람들이 성과를 내고요.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잘 연결하고 미국 시장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il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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