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채용] ‘창업하지 말라’더니 이 후끈한 분위기 어쩔~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전 산업군이 채용 빙하기를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대표적 수혜업종인 정보기술(IT)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요 IT 기업들이 올해 보수적 인력 운용 기조를 밝혔습니다.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다 돌연 중단하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대기업 인재 쏠림에 스타트업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런 때일수록, 구인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정보가 중요합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창립 7주년을 맞아 IT 채용 시장을 구인·구직 양면에서 살펴보는 [요즘채용]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채용 전문가와 현직 종사자가 전하는 일자리 시장 진단과 취·창업 노하우, 기술로 인한 시장 변화 그리고 흥미가 당길만한 직업 정보를 담아냅니다. <편집자 주>

“대학 후배들이 창업할지 많이 물어봅니다. 저는 첫 번째로 무조건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힘듦이 있는데 이게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힘들어요. 그냥 너무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풀고 싶은 문제가 있고, 네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할 지 이런 것들이 있다면, 도전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업가들이 사실 고집이 엄청나게 세요. 자기 솔루션을 검증하고 싶은 열망과 욕구가 크다면, 사실 창업밖에 선택지가 없을 거 같아요. 그런 분들은 말려도 창업하고요.”(심규현 렛서 대표)

“저는 1000번 정도는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진짜 해야 하는 이유가 있으면 그걸 다시 한번 물고 늘어져서 생각해봐도 해야겠다 싶으면, 그래도 바로 하지 말고 일단 책을 읽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선배들이 있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그 회사 인턴으로라도 들어가서 한번 옆에서 지켜보면서 결정하라고 조언합니다.”(이주봉 더데이원랩 대표)

아이러니하다. 전도유망한 오렌지플래닛 입주사 2곳 대표가 예비 창업가에게 조언하기에 앞서 적극적으로 말리는 상황이다. 특히 심규현 대표(24)가 “너무 힘듭니다”라고 말할 땐, 표정에 그러한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기도 했다.

렛서(LETSUR)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곳에서 스타트업 투자 지원을 받고,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플래닛에도 선발·지원받을 만큼, 여러 번 검증받은 기업이다. 서상봉 센터장이 말하는 기업가다운 에너지도 범상치 않다. 자기 세계가 뚜렷한 엔지니어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그는 속사포 랩을 하듯 발언을 이어갔다.

더데이원랩(DAY1LAB)은 이주봉 대표(34)가 두 번째 창업한 기업이다. 화학생물공학 박사과정 당시 창업팀에 합류해 어썸레이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어썸레이는 시장에 안착했고, 이후 본인의 기술 창업을 제안받아 지금의 회사를 세웠다.

이 대표는 안정감이 느껴지는 경영인처럼 보였다. 다소 여유가 있었다고 할까. 수상 경력이 화려해 타 스타트업 대비 탄탄대로를 걷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기자의 오판이었다. 이 대표 역시 어려웠던 기억을 떠올렸고 창업에 대해선 거듭 재고할 것을 당부했다.

‘창업도 진지하게’ 더데이원랩의 거룩한 포부

더데이원랩은 탄수화물, 단백질과 같은 천연고분자 소재를 활용해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팰렛 소재를 개발·납품하는 기업이다. 쉽게 말해 전 지구적 문제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창업했다. 나뭇잎이나 설탕과 같이 자연에 이미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 모니터 프레임, 병뚜껑, 휴대폰 케이스, 포장비닐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천연 신소재를 만든다.

그의 창업 계기는 독특하다. 20살이 되자 엔지니어인 아버지가 ‘네가 공학으로 세상에 기여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됐으면 한다’고 하신 말씀을 되새겼고, 그걸 꿈으로 이뤄가는 중이다. 지난 2021년 11월, 법인 설립하기까지 무려 10년 전부터 멤버를 모았다. 그렇게 공동 창업자 4명이 모였고, 차근차근 전진한 결과가 지금의 더데이원랩이다. 그 과정에서 국무총리상, 환경부 장관상 등 각종 창업경진대회에서 화려한 수상 성과를 냈다.

이 대표는 “제대로 소재 기술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해나가는 스타트업이 국내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글로벌로 확장해도 비슷하다”며 “소재 전문가가 되고 싶고, 그러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회사와 좋은 핏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몇천·몇억대 외주? 렛서 AI 고르세요

렛서는 인공지능(AI)을 개발 지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소규모 기업도 AI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저렴한 솔루션을 지원한다. 몇천만 몇억에 외주 맡길 필요 없이 AI 개발 도구를 원할 시 렛서 솔루션을 갖다 쓰라는 것이다.

회사가 작년 1월 ‘120만원(프로토타입 기준)이면 AI 개발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고 알리자, 시범제작(프로토타입) 단계에도 문의가 몰렸다. 심 대표는 “‘싼 가격에 AI를 공급해드리겠다’는 타이틀로 시장의 니즈를 빨리 찾은 거 같다”며 “상품화 전에도 많은 수요가 있어 빠르게 계약들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미리 개발한 AI를 50개 정도 구비해 놓고 원하는 기업들이 골라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형식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비 창업가들이 혹할 꿀팁은?

두 대표에게 예비 창업가나 이제 막 스타트업을 꾸린 이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더니, 몸으로 체득한 정보를 꺼냈다.

“창업을 시작하면, 오렌지플래닛도 있고 정부 지원도 있고 삼성에도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후회됐던 게, 한 번에 모든 카드를 다 써버렸다는 겁니다. 지금 오렌지플래닛 입주 공간이 엄청 좋은데, 이런 것도 팀이 2~3명일 때가 아니라 10명 넘어갈 때 우선순위를 갖추고 하는 게 좋겠죠. 어떤 지원사업부터 뭘 받아야겠다 고민이 필요합니다.”(심규현 대표)

“법인설립 전에 (창업경진대회) 상금을 3~4억원 정도 받았는데요. 이게 누적 상금액 제한이 있더라고요. 그런 것도 생각하시면 좋고, 한번 지원한다면 1기인 경우가 좋겠죠. 첫 수상한 회사를 응원해 주시거든요.(웃음) 대회는 한 해 몰아서 나가는 게 좋고요. 큰 기업에서 하는 것도 좋아요. 이 회사랑 뭘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수상하면 뭘 할 수 있겠다 그런 것도 생각하면 좋을 거라고 봅니다.”(이주봉 대표)

스타트업의 최대 고민인 인재 유치와 인적관리(HR)에 대한 조언도 내놨다.

“직군별로 원하는 캐릭터가 많이 달라,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명확해야 합니다. 공채를 할 땐 하는 일이 무엇인지 필요 역량이 무엇인지 최대한 자세하게 주려고 하고요. 인턴제도를 운영합니다. 정규직 전환되신 분도 있고요. 내가 여기에 조인하면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겠구나를 제시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인재들이 원하는 것 하나하나를 충족시키지는 않고요. 어떤 요청이 있으면 그걸 체계화합니다. 연 단위 행사를 열어서 그동안 한 것을 공유하고 그걸 통해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요청하고 모두에게 균등하게 돌아갈 수 있게 그런 체계를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스톡옵션도 제도화해서 제공하고 있고요.”(이 대표)

“회사에 20대 중후반이 전체 인원에서 80% 정도 됩니다. 그래서 20대 개개인이 해보기 어려운 것들, 오마카세를 먹거나 설날에 설로인 세트 선물도 드리고 저희가 열심히 돈 벌어서 그런 것을 나누는 문화가 가지고 있습니다. 연봉은 저희가 스마일게이트나 대기업보다는 잘 드릴 수 없기 때문에(웃음), 목표 의식 차원에서 저희 주당 가격을 모든 직원이 다 알고 있거든요. 본인의 스톡옵션 밸류가 얼마인지 눈에 보이거든요. 내부 팀원들이 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오너십을 갖고 일하게 됩니다. 정부에서도 스톡옵션 행사 시 5억까지는 세금을 감면하는 제도도 나오고 하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대기업보다 훨씬 더 많은 보상을 바라볼 수 있는 거 같습니다.”(심 대표)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il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