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채용] 기업과 구직자, 서로 ‘맞팔’하는 시대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전 산업군이 채용 빙하기를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대표적 수혜업종인 정보기술(IT)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요 IT 기업들이 올해 보수적 인력 운용 기조를 밝혔습니다.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다 돌연 중단하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대기업 인재 쏠림에 스타트업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런 때일수록, 구인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정보가 중요합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창립 7주년을 맞아 IT 채용 시장을 구인·구직 양면에서 살펴보는 [요즘채용]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채용 전문가와 현직 종사자가 전하는 일자리 시장 진단과 취·창업 노하우, 기술로 인한 시장 변화 그리고 흥미가 당길만한 직업 정보를 담아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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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구직 시장은 일종의 결혼정보 시장과 비슷하다. 좋은 기업과 좋은 구직자의 수는 언제나 한정됐고, 서로 간 파워 게임이 어느 정도 균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구직자들이 자신의 장점을 기업에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일방적으로 프로포즈(제안)했다면, 최근에는 기업들도 자신의 비전, 기업 문화, 복지 등의 장점을 구직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커리어 플랫폼 ‘로켓펀치’ 운영사 알리콘)
채용시장이 변했다. 과거에는 구직자가 기업을 일일이 찾아 다녔다면, 이제는 기업과 구직자가 서로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시대다. 이른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맞팔’ 관계인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의 채용방식에서 체감할 수 있다. 경제, 경영 환경이 변하면서 기업들은 과거처럼 신입사원을 대규모로 뽑아 자원을 투입하며 기다릴 시간이 없다. 약 2년 전부터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 공채의 종말’ 현상으로, 10대 그룹 중 7곳이 공채를 폐기하며 현실로 다가왔다.
이에 대해 로켓펀치 운영사 알리콘은 “구직시장 힘의 중심이 기업에서 구직자로 넘어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채용시장은 신입 공채 중심에서 경력직 수시 채용으로 변화했다. 커리어 플랫폼 리멤버는 “시장 상황에 맞게 그때 그때 부서별로 필요한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는 것이 더 적합한 기업 경영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력직 수시 채용은 주로 눈에 띄는 사람에게 제안을 하는 ‘스카우트(Scout) 제의’를 통해 이뤄진다. 스카우트 제의가 가장 활발한 곳은 IT업종이다. 리멤버에 따르면, 스카우트 제의가 많은 업종은 IT와 통신(24%), 금융(11%), 유통과 판매(9%), 화학(6%), 소비재 제조 및 판매(6%), 자문(5%), 제약 바이오(5%), 전자 통신 제조(3%), 광고(3%), 기계 장비(2%) 순으로 나타났다.
IT업종의 인기 비결은 소프트웨어(SW) 개발, 데이터, 인공지능(AI), 보안 등 IT 인력에 대한 수요가 상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을 가리지 않고 전 산업군에 걸쳐 디지털화가 이뤄진 것도 한 몫 한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채용 시장에서 구직와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로켓펀치와 리멤버는 구직자와 기업 모두 ‘브랜딩’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직자는 기업에게 자신이 얼마나 유능하고 필요한 인재인지를, 기업은 성장성이나 복지를 강조해 원하는 인재를 끌어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구직자, ‘퍼스널 브랜딩’ 잘 하는 자가 승자
브랜딩은 더 이상 기업의 마케팅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구직자에게도 마케팅이 필요한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알리콘은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퍼스널 브랜딩이 된 구직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커리어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켓펀치는 퍼스널 브랜딩을 ‘프로필 완성도’라는 지표로 환산해 정량화하고 있다. 이때 프로필 완성도는 구직자의 기본 인적사항에 업무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 등을 채우는 것을 말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구직자의 프로필 완성도 지표가 높아졌고, 로켓펀치 플랫폼 내 구직 과정에서도 프로필 완성도 지표와 채용 합격률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플랫폼에 자신의 이력과 경력을 채워 넣고 업무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나 활동경력 등을 첨부할수록 채용 합격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로켓펀치, 리멤버처럼 커리어 관리 플랫폼은 특정한 이력서 양식 등이 없어 구직자의 역량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소개할 수 있는데 장점이 있다. 최근엔 이런 능력이 단순히 경력, 자격증을 넘어 커리어 관련 활동, 글쓰기 같은 자체 활동, 링크드인 등에서의 평가 등 광범위하다.
종합하자면, 구직자는 원하는 곳에 취업하고 싶다면 이력과 경력 등을 최대한 많이 채워넣고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리멤버는 “요즘 기업들은 스카우트 플랫폼에서 인재를 필터링하고 직접 검색해 제안을 보낸다”며 “필터와 검색에 걸릴만한 전문성, 업무 능력을 핵심 키워드로 어필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팁으로 리멤버는 “프로필을 상세하게 채우고 자주 업데이트할수록 (기업에게) 발견될 확률이 높아진다”며 “리멤버에서 이력서 정보를 상세하게 채워둘수록 스카우트 제안을 받는 확률이 함께 올라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스카우트에도 절벽이 있다. 모든 연차에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 업무 숙련도가 높고 인건비가 그리 많이 들지 않는 5~12년차에 주로 기회가 있다. 리멤버가 자체 플랫폼에서 지금까지 이뤄진 약 400만건의 스카우트 제안 건수를 분석한 결과, 기업에서 5~8년차(38.4%)와 9~12년차(29.4%) 경력직에 대한 선호도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최근에는 9~12년차 대비 5~8년차를 찾는 포지션이 늘고 있는데, 이는 기업의 인건비 절감 수요가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분석했다.
기업들이 여러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알리콘 측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은 신입사원 개개인에게 시간과 돈이라는 중요한 자원을 소모하려하지 않는다”며 “경력 지원자들은 자신의 직무 과정 속에서 해온 일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문제 해결 능력을 입증할 수 있으나, 신입 지원자들은 자신의 직무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구직자들은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능력을 직간접적으로 입증하려고 하며, 이는 퍼스널 브랜딩의 일환으로 불린다. 로켓펀치에서 신입 지원자 80% 이상이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다.
기업도 ‘평판관리’해야 인재가 몰린다
구직자는 채용을 위해 더 이상 기업의 채용 게시판만 들여다보지 않는다. 과거 구인구직 방식이 기업의 게시판 채용 공고에서 지금은 구직자가 원하는 직군과 조건의 기업에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양방향로 진화했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이 원하는 경력직 인재는 채용공고를 늘 들여다보지 않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 채용 공고를 내걸고 기다리는 방식은 더 이상 효율적인 채용 방식이 아니다. 직무에 적합하지 않은 지원자를 걸러내는 데만 해도 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지도가 없는 기업은 지원자가 부족하다. 기업들은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사에 적합한 인재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리멤버는 “원하는 후보자를 선별해 직접 스카우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며 “기업이 직접 후보자의 경력을 살펴보고 제안을 보내는 것은,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 좋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기업 또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설득이 필요하다. 최근 구직자들이 채용 시 주요하게 보는 것은 기업의 안정성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투자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기업들의 자금 확보가 어려워졌고 이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구직자들은 기업을 볼 때 비전, 성장성 뿐만 아니라 수익모델, 안정성을 주요 지표로 본다.
이제 막 사회로 나온 Z세대의 경우 여기에 더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주요하게 본다. Z세대 직장인들은 돈보다 커리어 성장에 대한 욕구가 크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리멤버가 한국능률컨설팅협회와 함께 상장기업 3년차 신입사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직 또는 퇴사 욕구가 생겼던 순간으로 ‘개인 커리어의 성장이 느껴지지 않을 때(25.1%)’가 1순위로 꼽혔다. 또 다른 부분이 만족스러울 때 포기할 수 있는 것으로 ‘연봉(28.7%)’이 꼽히기도 했다.
결국 기업들도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선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로켓펀치에 등록된 기업의 프로필 완성도 지표와 입사 지원률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자사 서비스, 비전, 성장속도, 기업문화 등을 적극적으로 알릴수록 지원자가 늘어난다.
알리콘은 “요즘 구직자는 채용 정보 외에도 기업 자체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구직자가 스스로 평판관리를 하는 것처럼 기업의 평판관리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이 자체적인 채용 페이지를 구축하거나 노션에 기업 소개를 하는 것이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기가 어려운 만큼 채용을 줄이는 곳도 적지 않다. 스타트업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채용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반면, 초기 스타트업은 인재 모으기에 한창이다. 리멤버는 “기업공개(IPO)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면서 C레벨급 인재 수요는 과거 대비 줄어든 상황”이라며 “초기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여전히 채용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전했다.
구직자와 기업을 잇는 커리어 플랫폼
로켓펀치와 리멤버는 커리어 플랫폼이다. 구직자에게는 자신을 기업에게 노출해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게는 원하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다. 최근 커리어 플랫폼 이용률은 늘어나는 추세다.
리멤버의 경력직 스카우트 서비스는 등록된 구직자의 프로필 이력을 바탕으로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스카우트 제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다. 이런 스카우트 제안은 최근 월 20만건을 기록하고 있다. 커리어 플랫폼 구인구직 매칭률은 각 산업군 별 차이를 보인다. 리멤버에 따르면, 스카우트 노하우가 축적된 기업의 경우 60% 이상의 매칭율을 기록했다.
로켓펀치의 전체 구인구직 매칭률은 1.6%를 보이고 있다. 겉으로 봤을 때 적어보이는 수치이나, 회사 측은 산업 평균 대비 60% 높은 채용 합격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칭률은 개개인의 퍼스널 브랜딩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스카우트는 하나의 채용문화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기업의 규모를 가리지 않고 이뤄진다는 것이다. 리멤버에 따르면, 대기업(35%), 중견기업(30%), 중소기업(27%), 스타트업(8%)으로 고르게 나타났다. 앞으로 스카우트 기반의 채용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멤버는 구인구직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인수합병(M&A)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1년간 신입채용 플랫폼 자소설닷컴, 슈퍼루키와 헤드헌팅사 브리스캔영어쏘시에이츠를 인수한 것도 이 일환이다. 이후에도 필요한 사업확장을 위해 인수합병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로켓펀치를 운영하는 알리콘은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회사는 비즈니스 라운지을 만들고 사회초년생에게 네트워킹, 취업 정보 제공, 취업 컨설팅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채용 방식은 평형, 그러나 채용 규모는 당분간 축소될 것
앞으로 기업과 구직자의 채용이 점차 평형을 이뤄갈 것으로 전망된다. 즉, 채용에 있어 기업이 더 이상 갑이 아니라 서로가 필요에 의해 찾는 관계가 될 것이란 이야기다.
알리콘은 “기업과 구직자의 파워 게임이 균형을 이뤄가면서 각자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결국 최종적인 인재 전쟁의 승리는 자신을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기업과 구직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경력직 수시 채용, 스카우트 채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멤버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상황에 따라 조직에 딱 맞는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며 “스카우트 제안을 보내는 것이 기업 유형을 막론하고 보편화된 채용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본격적인 ‘대이직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이 활발한 사회적 분위기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리멤버에 따르면, 한 명의 구직자가 받은 평균 스카우트 제안은 약 10건으로 이를 방증한다. 이런 움직임은 젊은 연령층으로 갈수록 활발하게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동시에 경제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기업은 채용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측된다. 리멤버에서 올 초 500개 회사 인사관리(HR) 담당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 중 약 88%는 채용확대 계획이 없으며, 전년 대비 축소하겠다는 응답이 큰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축소’ 응답 기업 중 약 62%는 전년 대비 20% 이상의 채용 감축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기업 규모를 떠나 채용 감축 1순위 직무로 인사, 총무, 재무, 회계 등의 백오피스 직군이 꼽혔다.
정리하자면, 기업의 채용은 당분간 보수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필요한 직군을 위주로 적극적인 인재 탐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구직자는 기업에 눈에 띄게 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포함한 이력을 탄탄하게 준비해 각종 플랫폼에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기업, 구직자의 브랜딩과 적극적인 활동이 필수적이다.
알리콘은 “기업과 구직자의 파워 게임이 점차 균형을 이뤄가면서 서로서로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기업들간의 인재 쟁탈전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최종적인 인재 전쟁의 승자는 자신을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기업과 구직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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