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채용] ‘차무식 인생은 없다’ 원티드랩의 AI 승부수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전 산업군이 채용 빙하기를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대표적 수혜업종인 정보기술(IT)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요 IT 기업들이 올해 보수적 인력 운용 기조를 밝혔습니다.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다 돌연 중단하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대기업 인재 쏠림에 스타트업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런 때일수록, 구인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정보가 중요합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창립 7주년을 맞아 IT 채용 시장을 구인·구직 양면에서 살펴보는 [요즘채용]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채용 전문가와 현직 종사자가 전하는 일자리 시장 진단과 취·창업 노하우, 기술로 인한 시장 변화 그리고 흥미가 당길만한 직업 정보를 담아냅니다. <편집자 주>

  1. 청년 취창업요? 끝판 고수들에게 물었습니다
  2. 오렌지플래닛 찾았더니, 창업요? 일단 말립니다
  3. ‘창업하지 말라’더니 이 후끈한 분위기 어쩔~
  4. ‘차무식 인생은 없다’ 원티드랩의 AI 승부수
  5. 기업과 구직자, 서로 ‘맞팔’하는 시대
  6. ‘AI가 더 객관적’ 면접관 컨디션에 휘둘릴 일 없어요
  7. ‘구직자-기업-교육기관의 희비쌍곡선’ 전문가 해법은?
  8. “지역 특성 인재 양성해야…혜택은 더 강화”
  9.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면 문송하지 않습니다
  10. ‘메이브’ 춤선 무엇? 가상 걸그룹 창조자를 만났습니다
  11. “AI 때문에 일자리 사라진다? 과장된 공포”

카지노 드라마 주인공 차무식은 야만의 시대에 살았다. 무책임했던 새 담임 선생님으로 인해 원하던 대학교와 학과에 들어가지 못했다. 의도치 않은 하향 지원이었다. 옆에서 누군가 조언해 주고 자신에게도 정보가 있었다면, 그래서 원했던 진로를 택했다면 과연 어떤 삶이 펼쳐졌을까.

채용플랫폼 ‘원티드(Wanted)’로 유명한 원티드랩의 이복기 대표<사진>를 만난 뒤 인터뷰를 복기하다, 문득 차무식이 떠올랐다. 대학 입시만큼, 오히려 더 중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 취업에서 획기적 길라잡이 모델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인생 내비게이터가 될 만한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커리어맵’ 서비스다. 인터뷰하면서 왜 진작 나오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멘토링 새 지평 연다…‘커리어맵’ 다음달 출시

이복기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성공한 창업가다. 취업은 물론 창업 관련 멘토링 요청도 많다. 그도 개인적 경험을 나누는 것을 즐긴다. 그러다 멘토링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후배들 찾아오고 동료들이 와서 멘토링을 하면, 제가 한계를 많이 느끼더라고요. 뻔한 얘기와 용기를 주는 것, 그다음에 이력서를 고쳐주고 여기 한 번 가보세요 조언을 해주는 것. 이게 다 개인기이거든요. 제가 알고 있는 영역에서만 해결이 되는 거죠. 그런데 원티드 안에 경력 데이터와 커리어 데이터가 많이 모여있어요. 이걸 연결했습니다.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데이터를 다 연결해서 ‘커리어맵’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이러한 경로를 거치면 AI 개발자로, 또 다른 경험을 쌓으면 프론트엔드 리드로 발전할 수도 있고, 이런 궤적을 따라가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되기도 하는 이른바 ‘인생 테크트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내 커리어를 넣으면 커리어맵이 펼치지는거죠. CTO도 될 수 있고, 안타깝지만 치킨집해야겠네 아니면 컴퓨터학원 원장도 있어요라는 것을 데이터 기반으로 굉장히 체계적 통계적으로 보여줍니다. 각각 스테이지에서 연봉이 얼마 정도 추정이 되고, 전직한 경우 다시 어느 쪽으로 전직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UX(사용자경험)를 심플하게 만들었습니다. AI 멘토가 붙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저보다 더욱 잘 설명해줄 겁니다. 그런 다음에 이러한 경로로 가려면 어떤 기업의 어떤 포지션을, 또 어떤 교육과 세미나를 받는 게 좋은지, 이런 것들도 다 맞춤형으로 다 제공될 겁니다.”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사진=회사 제공)

이용자에겐 무료로…기업 구인도 혁신

원티드랩은 이용자에게 커리어맵을 무료 서비스할 방침이다. 직업 연관 교육 세미나 등은 유료다. 파트너들과 수익을 공유할 수 있다. 구직을 원하는 이용자뿐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커리어맵은 혁신이다.

“기업도 입체적으로 후보자를 검토할 수 있겠죠. 어떤 스타트업이 고성장을 했다면, 그때 성장을 했을 때 그 팀과 사람을 찾고, 또 몇년도에 그 역할을 했던 사람을 찾아줘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찾는구나해서 커리어맵에서 후보군도 보여주고 정말 다양하게 추천이 가능해지는거죠.”

이 대표에 따르면 국외엔 이 같은 서비스가 없다. 구직자가 커리어 검색 결과를 보고 유추하게 만드는 정도의 서비스는 있지만, 커리어맵처럼 구직자의 성장 가능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서비스는 지금껏 없었다는 설명이다.

“원티드랩이 2015년도에 채용 보상금이나 채용당 과금 모델을 만들어 시장 내 표준화가 된 것처럼, 커리어맵도 나오게 되면 똑같지는 않아도 그런 식의 UX가 탄생할 겁니다. 사람들의 커리어를 더 체계적이고 데이터적으로 분석해주고 더 좋은 선택을 하게 만드는 UX는 분명히 탄생할 겁니다.”

AI 혁신 기반은 ‘합격 데이터’

원티드가 기존 채용플랫폼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유 중 하나가 ‘합격 데이터’다. 채용 완료 시점 3개월 이후까지 다니고 있는지를 추적해 데이터를 확보했다. 합격 이후 성과관리 등 경쟁 플랫폼 대비 깊숙한 커리어 데이터도 차곡차곡 늘려가는 중이다.

“원티드는 사실 2017년부터 AI 기반으로 움직여왔습니다. 이력서와 기업, 포지션 데이터를 매칭해서 이 매칭이 합격이 되는지 그동안 쭉 학습을 해왔고요. 그게 300만건 정도 쌓여있고, 이 데이터로 AI 모델이 다양한 사람과 포지션을 조합하면서 스스로 강화학습을 한 것이 약 2억건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까 지금 AI 모델이 엄청나게 거대해지고 정확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데요. 결국 이 기업이 이런 포지션을 뽑을 때 어떤 경력과 전문성을 요구하는지 AI가 찾아내 맞춤 키워드를 하나하나 뽑아냅니다. 결국엔 유니크한 빅데이터가 제일 중요하죠. 그래서 원티드로 매칭해 합격하신 분들이 연 2만명 정도인데요. 그중 5% 정도가 회사를 (다시) 나옵니다. 뽑았는데 실패 확률이 5%라는 건은 굉장히 낮다고 볼 수 있거든요.”

‘원티드랩 9년’ 인력 순환까지도 데이터화

이복기 대표는 ‘데이터와 숫자’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른바 데이터의 힘이다. 이제 업력이 9년이 되면서 누적 데이터의 힘이 더욱 강력해졌다. 한 구직자가 원티드를 여러 번 이용하면서 쌓인 데이터로 직업의 순환까지도 보게 된 것이다. 커리어맵의 원천이 된 부분이기도 하다.

“‘채용이 돼야만 돈을 받는 모델을 만들거야’라고 그 당시엔 이게 얼마나 힘들지도 모르고(웃음) 그렇게 한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고요. 이제 저희가 9년 정도 됐잖아요. 그러다 보니 구직자분들의 순환이 보입니다. 한 번 이직하고 그다음에 원티드를 세 번 네 번 이용하는 식이거든요. 이런 분들의 평가도 쌓이게 되고 기업들도 이 사람을 뽑아서 만족했는지, 다른 포지션으로 확장하는지, 유사한 사람을 계속 뽑으려하는지 우리 원티드에 만족하는지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도 ‘HR SaaS(인적관리 서비스형소프트웨어)’ 등을 붙여서 저희가 데이터로 확인합니다.”

원티드 홈페이지 갈무리

보상금 때문? ‘구직자 퍼스트’ 통했다

원티드랩이 후발 채용플랫폼으로 시작해 2021년 기업공개(IPO)를 성공한 밑바탕엔 ‘유저(구직자) 퍼스트’ 전략이 있다. 물론 보상금을 주는 전략도 통했고, 큰 그림에서 보면 구직자가 원하는 응답률을 높였던 것이 주효했다.

“일반 채용포털 대비해 (구직자에게) 기업 응답을 2주 내 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응답률 대시보드를 운영합니다. 우리 기준에 미달하게 되거나 너무 응답률이 낮으면 퇴출합니다. 기업이 갑인 입장에서 광고비를 주니까 기업의 편의를 봐줘야 된다 이런 식으로 그동안 플랫폼들이 준비해왔다면, 원티드는 ‘유저 퍼스트’입니다. 무조건 2주, 아무리 늦어도 2주 내엔 얘기를 해줘야 한다는 거죠. 이제 채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들은 48시간 정도 안엔 다 대답을 해주려고 하거근요. 최근엔 저희가 ‘24시간 챌린지’라고 지원 서류에 대해 24시간 안에 통과됐는지 아닌지를 응답해줄 수 있는 기업을 모았습니다. 또 그 기업들을 홍보해드리고요.”

‘글로벌 가능성 검토’ 일본 투자 선회에 인도 등 눈길

원티드랩은 2016년 일본에 자회사를 설립해 일찍이 현지 채용 시장에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일본 특유의 문화를 맞닥뜨리면서 직접 사업보다는 투자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일본은 가깝지만 먼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보상금 축하금 이런 걸 얘기할 때, ‘내가 감히 누구를 추천합니까’하면서 문화적으로 힘들어하고 어려운 게 있더라고요. 게다가 아직도 일본 상장 기업 중엔 손글씨로 이력서를 써야 하는 그런 아날로그적인 문화도 있고요. 장기적으로 디지털로 넘어갈 수밖에 없겠지만, 제 생각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저희랑 잘 맞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를 통해 원티드의 노하우와 기술을 전수해서 우리가 잘해왔던 것들을 거기에 있는 분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으로 이제 투자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은 영어권 서비스를 하면서 하나하나 가능성을 검토하는 중이다. 여러 국가 중 인도가 눈에 띈다. 영어권 이용자 중 인도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 인구가 중국을 앞질렀잖아요. 가장 많은 유저들이 지금 활동을 하고 있고요. AI 매칭 기술이라든지 커리어맵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인도나 싱가포르 등 그리고 결국엔 미국에 가야 하겠죠. 현재 한국에서 만든 글로벌 프로덕트를 전 세계 대상으로 뿌리면서 테스트하고 있고, 그중 유저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곳들에 먼저 서비스 초기를 만들고, 자신이 있다하면 지사나 자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il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