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율⋅고객사 모두 앞서는 TSMC 3나노, 삼성은?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가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지만, 대만 파운드리 TSMC에게 해당 시장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직 TSMC가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수율이나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삼성 파운드리보다 앞서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3나노만을 강조하기보다 전반적인 선단(Advanced)공정 수율을 개선해 고객사 이탈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TSMC는 지난 18일부터 3일간 중국 난징에서 개최한 ‘2022 세계 반도체 대회’에서 자사 3나노 공정 수율이 80%에 달한다고 밝혔다. TSMC 4나노 공정 수율이 70% 정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높은 수율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디지타임스 등 대만 매체는 애플, 인텔, 퀄컴, 미디어텍, 엔비디아 등 주요 팹리스가 TSMC 3나노 공정을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대만 매체는 TSMC에 유리한 방향으로 보도를 해 왔기 때문에 80%까지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럼에도 TSMC가 삼성 파운드리에 비해 수율이 높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5나노 이하 선단공정에 접어들면서 삼성 파운드리는 수율 문제에 직면해 애를 먹은 바 있다. 당시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4나노 공정에서 TSMC 수율은 70% 가량 됐던 반면, 삼성 파운드리 수율은 35%에 불과했다. 물론 삼성전자 내에서도 파운드리 결함을 해결하면서 수율을 어느 정도 끌어올렸으나, 여전히 수율 측면에서 TSMC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이 낮은 파운드리를 사용한 팹리스는 수익 측면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통상적으로 팹리스가 반도체를 낱개 단위가 아닌 웨이퍼 단위로 구매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웨이퍼에서 불량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지면 팹리스는 납품하고자 했던 물량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웨이퍼를 구매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비용을 들이게 된다. 많은 업계 관계자가 손실을 막기 위해 주요 팹리스가 수율이 더 잘 나오는 기업으로 파운드리를 바꿨다고 보고 있다.
주요 글로벌 팹리스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삼성 파운드리가 3나노 고객사를 대량으로 확보하기에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팹리스는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이 대부분인데, 3나노 파운드리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파일럿 라인(Pilot Line, 양산 전 신기술을 도입해 소량 생산하기 위해 가동하는 라인)을 가동하면서 삼성 파운드리가 3나노 웨이퍼를 많이 흘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게다가 3나노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보니 추가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는데, 이 비용 또한 결국 고객사가 부담하게 되면서 가격은 더 올라가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3나노 파운드리 가격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시장조사업체 IBS에 따르면, 3나노 공정을 통해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5억9000만달러(약 72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이 해당 라인을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 파운드리에 기대를 걸 수 있는 이유는 7나노 미만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7나노 미만의 선단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다. 앞서 언급한 국내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선단공정은 5나노이기 때문에, 디자인하우스도 해당 부문에 주력하고 있다”며 “3나노에서 TSMC에게 밀린다는 이야기가 나와도 삼성 파운드리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TSMC 생산라인 주문이 모두 차게 되면, 삼성 파운드리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도 있다. TSMC는 애플 물량을 우선 생산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다른 팹리스 주문이 밀리게 된다. 주문이 밀린 팹리스는 기한 안에 제품을 출하하기 위해 삼성 파운드리를 잠재적 파트너사로 삼을 수 있다.
한 글로벌 주요 팹리스 관계자는 “하나의 파운드리에만 반도체 생산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며 “팹리스 업계 전반에서 TSMC와 삼성 파운드리를 모두 사용하는 듀얼라인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결국 삼성전자는 선단공정 수율만 개선해도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3나노 양산을 최초로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고, 꼭 1위가 아니어도 선단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업계에서는 메리트가 있다”면서 “다만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수율을 개선해 고객사 이탈을 막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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