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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삼성 빅스비 개발자데이’에서 갤럭시 홈 미니의 새로운 기능을 발표했다. 사실 8~9월 베타테스터를 모집할 때 이미 홈페이지에 고지한 내용이지만 발표로는 처음이다. 이 기능은 리모컨을 쓰는 非스마트 가전도 스마트홈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통합 리모컨 기능에 음성인식 AI를 붙인 것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서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빅스비, 선풍기 좀 켜줘”

발표에서도 실사례로 선풍기를 들었다. 이유는 선풍기가 대표적인 저가·비스마트 제품이어서일 것이다. 선풍기는 특별히 스마트 제품일 필요가 없는 가전이다. 여기에 통합 리모컨을 붙이면 리모컨 하나로 선풍기나 TV, 에어컨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주로 숙박업소에서 쓰는 방법이다. 이곳에 음성인식을 붙이면 그 리모컨도 불필요해진다.

리모컨은 적외선 신호를 방출하고 가전이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호환성이 높기 때문에 리모컨을 잃어버려도 정품이 아닌 모델명을 확인 후 다른 리모컨을 사도 될 정도다.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IR 허브류 제품이다. 갤럭시 홈 미니는 4방향으로 적외선 신호를 쏜다.

그러나 이런 제품은 아주 예전부터 있었다. 로지텍이 인수 후 판매하는 하모니는 2013년 등장해 앱으로 통합 리모컨을 실행할 수 있게 했고, 아마존의 알렉사와 연동된 2016년부터는 스마트홈을 만들 때 필요한 제품이 된다. 원리는 갤럭시 홈 미니와 동일하다. 폰으로 신호를 주면 그 신호를 하모니 허브가 적외선 신호로 바꿔서 비스마트 제품에게 신호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생겼다

터치스크린 달린 리모컨도 따로 판다

구형 가전을 제외한 스마트 기기들은 동일한 API 위에서 돌아간다. 예를 들어 구글 홈 지원 기기는 구글 홈이나 구글 어시스턴트로만 동작시킬 수 있다. 아마존의 기기는 알렉사를 통해야만 불을 켜고 끄거나 온도제어를 할 수 있다. 삼성의 스마트씽스나 LG의 스마트씽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구매할 때 아래의 로고들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구매해야 한다.

이중 한 플랫폼을 정하면 그 플랫폼에 맞는 전구, 온도제어기, 공기청정기, 냉장고 등을 구매해 한꺼번에 제어할 수 있다. 따라서 북미나 유럽처럼 아마존이 활발하게 진출해있는 국가에서는 주로 알렉사 레디 제품을 사용한다. 구글 홈 역시 저렴한 스피커를 필두로 생태계를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중국에서는 샤오미가 각종 가전을 저렴하게 출시하며 생태계를 키워가고 있다. 샤오미 기기들은 대부분 스마트 가전의 형태로 출시되며, Mi Home 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샤오미 미지아 제품은 어디선가 본 모습이다

하모니 허브는 이 생태계에 비스마트 가전을 편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선풍기, 구형 에어컨, 구형 TV, 콘센트 등을 포함할 수 있다. 비스마트 제품이 아니라 타사 플랫폼을 지원하는 스마트 제품도 리모컨만 사용한다면 제어할 수 있다. 갤럭시 홈 미니도 마찬가지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온 집안을 스마트홈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집에서 리모컨을 한번에 눌러 TV가 한번에 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는 걸 떠올려보자. 어떤 제품들은 리모컨을 여러 번 눌러야 작동한다. 이것이 적외선 신호의 한계다. 또한, 리모컨의 적외선 신호는 양방향이 아닌 단방향이다. 따라서 구형 TV가 켜졌는지를 리모컨이 알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하모니 허브나 갤럭시 홈 미니도 알 수 없다. 집 안에 있다면 리모컨을 누르듯 여러 번 누르거나 음성명령을 내리면 되지만 더운 날 집으로 돌아가며 집 밖에서 “에어컨 미리 켜줘” 같은 명령을 내린다면 실제로 켜졌는지 아닌지는 알기 어렵다.

이런 단점에도 통합 리모컨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자체는 매력적이다. 하모니 허브의 유일한 문제는 50달러가 넘는 가격이다. 게다가 이 제품은 스마트홈 기기로 쓰려면 구글 홈이나 아마존 에코 등의 스피커도 함께 구매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 사용자들은 엄청난 기능이 필요 없다면 중소기업에서 만든 저가 리모컨 허브를 주로 구매해 사용한다.

갤럭시 홈 미니의 강점은 스피커에 IR 리모컨 허브가 달려있는 것이다. 갤럭시 홈 미니는 구글 홈 미니(49달러)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가격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10만원 미만으로 출시된다면 구글 홈 미니의 성능에 하모니 허브까지 달린 셈이니 저렴한 제품이 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직까지 활발하다고는 할 수 없는 국내 스마트홈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갤럭시 홈 미니가 아닌 네이버 클로바 등의 연동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면 다른 저가 스마트 허브를 구매하면 된다. 중국어를 극복할 수 있다면 샤오미의 2만원대 제품도 있다. 스마트홈 연동 기능 없이 통합 리모컨만 앱으로 대체할 수 있는 링커 같은 제품도 있다. 갤럭시 홈 미니의 출시 시기는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