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자체 설계하는 현대, 목표는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의해 지난 5월 완성차 내수실적이 전년 동월 대비 15% 대폭 하락한 가운데, 현대모비스가 차량용 반도체 자체 설계에 팔을 걷고 나선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팹리스 및 디자인하우스와 협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부터 시작해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반도체(PMIC),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으로 기술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 자회사로, 현대자동차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들을 생산한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1분기에 “2021년 내 연구개발 부문 반도체 설계 시설을 신설하고, 미래형 자동차용 반도체 내재화를 위해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현대모비스가 국내 팹리스 및 디자인하우스 업체들과 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하고 나선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팹리스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되 생산은 파운드리에 위탁하는 형태의 반도체 기업을 말한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에서 제작한 설계도를 좀 더 파운드리용에 적합하게 새로 디자인해주는 기업을 말한다.
이처럼 현대자동차그룹은 새롭게 반도체 설계 시설을 신설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자동차는 그간 차량용 반도체의 98%를 해외에 의존했는데, 국산화가 진행되면 그에 따른 반도체 공급망도 개편될 전망이다.
물론 이미 NXP, 인피니언 등이 이미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현대모비스가 이들을 제치고 시장의 우위를 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이처럼 반도체 자립화와 공급망 개편을 꾀하는 가장 큰 목적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에 따르면, NXP,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전문기업에 맡기면 현재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업체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율주행을 생각하는 기업들은 자체 칩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실제로 미국 자동차 생산업체 테슬라는 2019년 자체 개발한 반도체 칩으로 자율주행 차량을 설계했다. 이후 폭스바겐도 자율주행용 고성능 칩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자율주행을 구현했으며, 애플도 자사 자율주행차 ‘애플카(Apple Car)’에 탑재되는 인공지능 칩을 TSMC와 공동 개발한다. 설계는 애플이 담당하고, 생산은 TSMC가 담당하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로 테슬라, 폭스바겐, 애플카와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반도체 자체설계를 계획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협업할 업체의 이름이 거론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텔레칩스, 실리콘웍스, 제주반도체 등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가 적지 않게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 특정 업체를 꼽아서 파트너십을 맺을 것이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모든 이들과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 내용에 대해 “답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증권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이 어느 정도 완화되려면 8~9월까지는 기다려야 하고, 이후에는 NXP, 인피니언 등 기업들의 물량도 8~90% 풀릴 것”이라고 추측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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