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지털 절벽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일본 정부가 스스로 우려하고 있는 ‘디지털 절벽'(digital cliff)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일본 경제통상산업성(METI)은 지난 2018년 ‘DX 보고서’에서 정보기술(IT) 인재 부족 등으로 일본 기업들이 디지털 절벽에 직면, 2025년 이후 연간 12조엔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NYT는 그러나 아직도 팩스를 보내고 도장(인감)을 찍는 전통적인 서류 문화가 익숙한 일본 사회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X)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봤다. 그러면서 기술 인력이 필요한 일본이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은 일반 기업에서도 여성 임원이 적은 편인데 기술쪽으로 가면 여성 인력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편이다. 공대에 진학하는 여학생들도 적다.

지난 6월 유네스코가 냈던 4차 산업 혁명(Industry 4.0)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노동 시장에서 여성은 소수. 미국에선 여성이 전문직 종사자의 57%를 차지했지만 컴퓨터 전문가로 분야를 옮기면 여성은 25%밖에 안된다. 유럽연합(EU)에서도 여성의 디지털 직종 종사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일본은 “IT 분야의 일반 기술자가 30만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면서도 여성 노동력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자동화가 저숙련 일자리를 차지하면서 세계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손해를 보는 것으로 우려됐고, 여성들이 점점 더 수요가 높은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데이터 공학 분야에서 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적다고도 했다.

NYT는 “일본 사회가 기술은 확실하게 남성 영역이란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에 상황 개선 여부가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가정에서나 미디어에서 이런 선입견은 강화되고 있는 상황. 부모들은 딸들이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되면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식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하시모토 다카코 치바상과대학(千葉商科大学) 부총장은 NYT에 “일본에는 여성을 기술 분야로 끌어 들이려는 정부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며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들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길 원하면 필요한 기술을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과학이나 공학을 공부하려는 여학생들에게 특별 장학금을 주는 방안도 얘기하고 있다고. 하시모토 부총장은 “정부가 디지털화와 양성평등을 연관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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