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은 약 50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채소나 과일부터 김치 같은 반찬, 각종 소스 등 흔히 음식점 운영에 필요한 모든 식·음료를 다룬다. 시장 규모가 크고, 수요도 꾸준한 만큼 몇몇 대기업도 진출해 있다. 특이한 점은 이 대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모두 10% 내외라는 것이다. 시장 플레이어의 절대다수가 지역 기반 중·소규모 영세 유통사들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이 유통사 중 다수는 여전히 수기에 의존해 업무 중이다.

마켓보로는 이 B2B 식자재 유통사들에게 IT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식자재 공급과 유통, 주문 과정을 디지털화할 수 있도록 웹·앱 SaaS를 제공한다. 또 유통사가 소매점 대상 이커머스에 진출할 수 있도록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창업 5년 만에 누적거래액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창업과 서비스 관련 이야기를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에게 직접 들어봤다.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

Q. 원래 식자재 유통 시장에 관심이 있었는지?

전혀 아니다. 개발자 출신이기에 2009년 아이폰 출시 즈음부터 각종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음악이나 동영상 관련 서비스를 만드는 등 6번의 연쇄 창업 경험이 있다.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로 앱스토어 1위도 해봤으나, 당시에는 스타트업이란 단어 자체가 생소했기에 투자도 활발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기업들의 모바일 앱을 의뢰받아가며 생존했다.

Q. 그렇다면 이 시장에 진출한 계기는?

당시 금융이나 O2O 서비스들을 다양하게 개발했는데, 그러던 중 알리페이가 한국에 진출한다. 이를 명동처럼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 내 상점주들이 어떻게 사용하게 할 것인가 개발 의뢰가 들어왔다. 하여 알리페이와 POS 등을 결합한 종합 서비스를 기획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점주들에게 알리페이는 ‘있으면 좋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닌’ 서비스였다. 그래서 물어봤다. 그럼 뭐가 필요하세요?

그랬더니 ‘식자재 관리를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 그리고 ‘양질의 식자재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여기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겠다 싶었다. 이때부터 현직 식자재 관련업 사장님들과 함께 논의해 서비스 개발과 시장 테스트를 진행했고, ‘이거다’ 싶어 모든 역량을 올인했다.

Q. 식자재 유통시장의 디지털화는 왜 더딘지?

기본적으로 식자재 유통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특정 지역 내 거래처들을 모아 주문 밀집도를 만든 뒤 소규모로 운영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유통사 하나하나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급자인 유통사 입장에서 디지털화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성장 규모가 정해진 상태에서 새로운 업무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없고, 구축한다 해도 다른 지역까지 진출해가며 세를 키울 수 있는 구조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당들은 식자재 구매 관련 데이터 공유에 매우 소극적이다. 시장 자체는 매우 공고하나, 주변 사장님들에게 관련 정보를 물어보기가 어렵다. 여전히 가격 비교 자체가 어려운 상태다. 그렇다고 식당 사장님이 매일 새벽마다 도매시장에 나가 직접 가격을 비교해가며 구매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관성에 따라 쭉 흘러온 시장이다.

Q. 마켓보로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먼저 ‘마켓봄’ 서비스가 있다. 프랜차이즈를 포함해 기존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전화, 문자, 카톡 등으로 식자재를 주문해왔다. 당연히 관련 데이터 기록은 수기로 진행됐고, 매달 이뤄지는 정산 역시 이를 바탕으로 했다. 이런 형태는 식당과 식자재 유통사 양쪽에게 매우 비효율적이다. 오주문도 생기고, 외상 결제로 발생한 미수금 금액이 서로 맞지 않기도 한다. 이에 마켓봄은 유통사를 중심으로 거래처인 자영업자들이 PC와 모바일에서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식자재 유통사 운영 솔루션 ‘마켓봄’

마켓봄은 일종의 폐쇄몰이다. 유통사는 월 단위 SaaS로 마켓봄을 사용할 수 있다. 유통사는 거래처를 대상으로 자사 마켓봄 페이지와 함께 아이디/패스워드를 지정해 제공한다. 거래처인 식당은 이 페이지에 로그인해 필요한 식자재를 발주하는 방식이다. 발주는 흔히 온라인 쇼핑을 하듯 진행할 수 있다. 거래 데이터가 모두 기록되기에 투명한 정산이 가능하다. 신용카드 결제도 마켓봄 내에서 가능해 특히 식당에게 편리하다.

Q. 도매와도 연결이 되는지?

그렇다. 유통사는 마켓봄을 통해 식당과 도매사 양쪽의 거래처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식당으로부터 들어오는 주문들을 처리하는 한편, 마켓봄으로 식자재 도매사를 연결한 뒤 발주할 수 있다. 즉, 마켓봄은 도매사-유통사-식당으로 이어지는 B2B 식자재 유통 시장 전체를 아우른다. 특히 도매시장은 아직도 현금결제를 기반으로 영수증은 수기 처리하는데, 마켓봄을 POS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가락동 도매시장 약 2000곳 상점 중 230곳이 사용 중이다.

Q. 프랜차이즈에서 매우 좋아할 것 같은데

실제로 프랜차이즈들 반응이 매우 좋다. 가맹점마다 계정을 제공하고서 모든 주문을 통합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에서 제공하는 식자재는 종류와 수량이 규격화돼 있기에 한층 편리하다. 예를 들어 00치킨 사장님이 닭고기 발주와 함께 치킨 무, 소스 등을 추가하려면, 모바일 쇼핑하듯 앱을 켠 뒤 해당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끝이다.

또 프랜차이즈에서는 주로 3PL 등 물류업체와 협력한다는 점에 착안해 통합 대시보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물류업체들은 여러 주문 건을 직접 관리하고 배송하면서, 가맹점별 수금 역할까지 도맡는다. 이때 마켓봄을 통해 결제한 뒤 본사와는 정보 연동을 진행하면 매우 투명하다. 물류업체는 마켓봄을 통해 전체 전산을 통합 관리하고, 각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특정 코드만 공개하는 방식을 쓴다. 이게 반응이 좋아 3PL 측에서 직접 프랜차이즈 거래처에 마켓봄을 추천해 사용 중인 사례도 있다.


Q. 온라인 마켓 서비스도 있다고 들었다.

‘식봄’ 서비스다. 마켓봄을 통해 이미 자사 제품 코드화를 마친 유통사들이 이를 이커머스 판매로 연결할 수 있도록 마켓을 제공한다. 식당에서는 필요한 식자재가 있다면 식봄을 통해 가격 비교, 배송 가능 여부, 최소 구매 단위 등을 확인한 뒤 구매할 수 있다. 2020년 1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현재 유통사 3000여곳이 입점했다. 현재까지 25000여개 식당에서 식봄을 통해 식자재를 구매했다.

식자재 이커머스 플랫폼 ‘식봄’

마켓봄을 사용하는 유통사들이 식봄으로 진출해 이커머스에 도전 중이지만, 그렇다고 식봄으로 유입된 고객들이 특정 유통사의 고정 고객이 되진 않는다. 설명하자면, 유통사들의 판매는 항상 지역 기반 오프라인 고객에 집중돼 있다. 유통사들은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등장하기 전부터 지역 기반 새벽배송·당일배송을 제공하고 있었다. 때문에 오프라인 고객에게 집중하면서 온라인 판매는 유통기한이 길면서 택배 배송이 가능한 상품을 위주로 판매한다는 특징이 있다.

Q. 직접 식자재 유통을 하실 생각도?

전혀 없다. 마켓봄도, 식봄도 오직 솔루션이자 플랫폼으로 서비스하고 싶다. 직매입 등을 통해 판매 수익을 낸다면 우리도 수많은 중·소 식자재 유통사 중 하나가 될 뿐이라 생각한다. 그것보다는 지금도 열심히 뛰고 있는 유통사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해 줌으로써 시장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는 서비스가 되고 싶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켓보로도 동반 성장할 것이다.

현재 마켓보로의 수익은 SaaS 사용료와 식봄 판매 수수료에서 나온다. 이후 각 서비스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마켓보로의 목표다. 이미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데이터 수집과 코드 맵핑을 진행하고 있다. DB 비즈니스를 계획 중이다.

Q. 해당 DB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마켓보로는 지금도 B2B 식자재 유통 관련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활발히 수집 중이다. 여기에는 대기업들이 생산하는 공산품 데이터도 포함돼 있다. 라면을 예로 들어보자. 농심은 신라면의 생산량과 도매 판매량은 알고 있을지라도, 전국 식당별로 얼마나 납품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파악이 어렵다. 공급망 정보가 물류창고에서 끊기는 것이다.


그러나 마켓보로는 엔드유저의 소비정보를 가지고 있다. 파편화되어 있는 식자재 데이터를 표준화한 뒤 이를 매핑해서 중장기 사업에 반영할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미 4만개의 식자재 코드를 확보했으며, AI를 기반으로 매핑 정확도를 높이는 중이다. 네이버와는 식자재 정보 제공 사업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Q. 향후 마켓보로의 목표는?

2016년 창업 후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거의 수입이 없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그만둘 수 없었던 것은 ‘우리가 아니면 아무도 안 할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포기하면 수많은 유통사들은 앞으로도 수기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불필요한 업무와 데이터 불투명성은 결국 불필요한 유통 단계를 양산해낸다. 그 피해는 나를 포함한 최종 소비자가 입게 된다.

마켓보로의 누적거래액. 외주 개발 등으로 3년 넘는 시간을 버틴 결과 1조원을 돌파했다.

버틴 보람이 있게도 마켓보로는 2019년부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용자 수를 확대하고, 현장에 맞게 서비스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불필요한 유통 단계를 줄이면서, 시장 내 다양한 플레이어들에게 양질의 솔루션과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바이라인플러스 7월 무료 웨비나 ]
  • 진화된 클라우드 보안 방안과 제로트러스트 업무환경 구현
    날짜 : 2022년 7월 6일 (수)
    시간 : 13:10 ~ 17:30
    자세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