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스마트 팩토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발표자 – SK하이닉스 이한주 IM담당

무어의 법칙은 죽었다

2016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 지는 “무어의 법칙은 죽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텔 창업자 중 한명인 고든 무어가 1965년 발표한 무어의 법칙은, ‘매 2년마다 동일한 면적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개수가 두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 50년 동안 발전해 왔다. 벽돌 크기의 스마트폰이 작은 사이즈로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반도체 산업에선 중요한 동력이었던 셈인데, 무어의 법칙이 죽었다고 하는 건 반도체 산업의 현 상황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무어의 법칙이 죽었다고 하는 이유는 2012년 기점으로 집적도를 증가하는 것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기술둔화의 해결책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생산성 증가는 동반되지 않고 있다.

내부적 문제 외에도 문제는 있다. 반도체 사용 시장이 다변화되며, 일반 상품이었던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커스터마이징 요구가 늘어났으며, 중국의 막대한 자본과 거대 내수시장, 미·중간 보호무역 분위기 등에 따른 굴기가 발생하며 내부 시장은 점차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체 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양질의 상품을 높은 생산성으로 저렴하게 만들어내는 것밖에 없다. 스마트팩토리는 그 해결책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스마트팩토리의 정의는 IoT나 엣지 컴퓨팅을 통해 모든 사물을 연결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을 제어할 수 있는 공장이다. 단순 제조 현장뿐 아니라 제품의 기획·설계부터 제조·판매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연계하고 통합해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능형 공장이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스마트팩토리 구현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극초단파 노광장비(EUV)와 같은 첨단 설비를 통해 193nm의 반도체 생산 설비를 13.5nm로 줄여 극도로 미소한 회로를 그려낼 수 있다. 대당 2000억원, 한 팹에서 6~10대를 사용해야 하는 고가 장비다. 이 하나의 장비에 수천개 센서가 있고 0.01초 단위로 엄청난 데이터가 쏟아진다. 미세한 공정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여기서 발생하는 엄청난 데이터, 생산 공정에서의 계측데이터, 다양한 검사를 통해 나오는 이미지 데이터를 포함하면 공장에서 하루에 나오는 데이터는 0.3페타바이트,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전체 데이터는 50페타바이트 수준이다. 질적으로도 많은 개선을 이루려 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표준은 SEMI를 통해 매우 잘 정리된 편인데, 장비 인터페이스, 생산관리를 위한 시스템 표준 등이 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30년 동안 쌓인 표준을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스마트 팩토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동일하다. SK하이닉스는 최근, ERP를 SAP R/3에서 S/4 HANA로 전환했는데, 실시간 기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였다. 생산관리 측면에서 역시 최신 기술들을 도입하며 레거시 기술들의 모더나이제이션을 이끌어내고 있다.

컨트롤 레벨에서는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공정제어나 장비제어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디바이스 레벨에도 IoT나 엣지 컴퓨팅이 투입되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SK하이닉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로드맵은 페이즈 1~3으로 나눈다. 현재 2단계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 Driven Decision) 단계까지 왔으며, 2020년부터는 인텔리전트 컴퍼니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여러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 흐름은 스마트 팩토리의 목표들과 유사하게 진행 중이다.

스마트 팩토리 레벨은 한국생산성본부 스마트 공장 참조 모델 2.0을 참고해 발전 정도를 파악하고 있다. 기존에도 추진하고 있던 자동화와 연계해서 봤을 때 4단계(IoT, 빅데이터 기반 운영)까지 왔으며, 일부는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디지털 트윈과 유사한 것들을 추진하면서 5단계(자율제어/실행)에도 근접했다고 한다.

 

스파트 팩토리를 갖추기 위한 세가지 능력

첫째, 데이터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를 50페타바이트를 보유했음에도 버려지는 데이터나 활용도가 낮은 데이터가 존재한다고 한다.

둘째, 역량이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역량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130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도메인 지식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셋째, 스피드다. 주변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중요한 요소다. 클라우드를 도입해 개발 속도를 높이는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례

  1. RPA

스마트 팩토에서도 소프트웨어 로봇의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중요하다. 제조업 특성상 변화가 쉽게 적용되기는 어렵지만, 디지털 기술을 체험하고 적용하는 데 RPA가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불필요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시간을 가치 있는 곳에 활용한다.

 

  1. 챗봇

챗봇을 활용해서는 매뉴얼이나 정보 등을 주는 역할을 한다. 업무별 특성화 챗봇으로 질문과 답을 교환하며, 업무를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지시하는 등의 환경에 챗봇을 도입한다. 현재 텍스트 위주의 챗봇을 사용하지만 추후 AI를 도입해 업무 수행까지 지시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1. 모바일&5G

커넥티비티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2만평 이상의 넓은 공간에서 적은 인력으로 운영하므로 모바일 기기 니즈가 있다. 그러나 복잡한 설비를 문제로 무선망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5G의 근거리망을 통해 제약을 상당 부분 극복 중이다. 추후 IoT, 엣지, AR 및 VR로 확장하는 인프라로 사용할 예정이다.

 

  1. 클라우드

반도체 산업은 보안에 민감한 경향이 있어 퍼블릭 클라우드를 사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자체 구축하고, 데이터 레이크, 엣지 클라우드를 이용한 IoT 활성화, 모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애널리틱 플랫폼 등을 클라우드로 이관 중이다.

 

  1. 디지털 보드룸

디지털 트윈의 입장에서 동일한 KPI, 동일한 지표로 회사 전체가 움직이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 과거의 데이터는 일방적 전달이었다면, 실시간 데이터로 모든 사원에게 동일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고 있다.

 

  1. VR + AR

디지털 트윈을 통해 가상의 장비를 만들고 시스템에서 분해 및 조립을 해보거나 문제해결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한다. 기술적 역량 확보 외에도, 장비업체와 공동개발, 협업 등의 용도로도 사용한다. 축적되면 결국 팹 전체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 AI(Augmented Intelligence)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의 품질을 모니터링하고, 형태를 분석해서 분류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AI를 사용한다. 공정 진행 조건 데이터나 결과 데이터를 활용 등에서 머신러닝을 활용한다. 생산 최적화 측면에서는 공정에서의 제품 이동의 병목현상을 줄이는 등에도 AI를 활용한다. 문제 발생 전에 예측하는 역할도 맡기고 있다. 고장이나 제품 품질을 사전에 예측해 품질 사고를 예측하는 곳에서도 AI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 팩토리가 가야 할 길 – 인더스트리 5.0

과거 산업혁명 변화의 중심은 기계, 동력, 시스템이었다고 하면, 5.0 시대에서는 사람과 로봇의 협업이 될 것이다. 사람의 물리적·지능적 역량이 극대화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산업혁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앞서 밝힌 SK하이닉스의 세가지 역량에 대해서 스피드와 데이터는 확보했지만 사람의 역량에 대해서는 고려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365일 가동하는 상황에서 워크라이프밸런스 등을 추구하게 되며 작업현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작업장의 30%는 밀레니얼이며, 이들의 특성을 따져봤을 때 더 재미있고 일을 통해서 의미를 찾는 경향이 강한데, 이 흐름에도 맞춰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로는 결국 사람이나 문화의 변화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기술은 지금까지는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였다면, 앞으로는 구성원의 행복을 만드는 도구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구성원에게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구성원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SK하이닉스의 목표는 시일사생, 시스템이 일하고 사람이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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