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소프트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이단아다. 국내 회사 중에는 가장 성공한 소프트웨어 기업 중 하나이지만, 관련 업계에서 가장 큰 불신을 받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이 이루지 못한 큰 성과를 거둔 바 있음에도 양치기 소년과 같다는 비판을 들을 때가 많다.

왜 티맥스는 큰 성과를 거뒀음에도 업계에서 신뢰를 쌓지 못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공수표를 너무 많이 날렸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운영체제 프로젝트다. 티맥스가 운영체제를 처음 발표한 것은 2009년 7월이다. 당시 티맥스윈도우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소개해며 대대적인 출시 이벤트를 개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망신살을 뻗친 행사였다. 티맥스윈도우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할 수 있다고 자랑했지만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소녀시대 뮤직비디오는 멈춰버렸다. 100% 자체개발이라고 큰소리 쳤지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이후 티맥스윈도우는 사라졌다. 성대한 출시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선보이지 못했다. 티맥스소프트는 경영위기에 빠졌고, 워크아웃을 거쳐 겨우 되살아났다.

그러나 티맥스는 운영체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티맥스는 2016년 4월 티맥스OS라는 이름으로 또 운영체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2016년 10월 출시한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는데, 막상 10월이 되자 기업용 버전 이야기였다며 내뱉은 말을 슬그머니 주워담았다. 개인용 버전은 발표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출시하지 못하다가 오는 7월 출시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실제로 7월에 출시될지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출시된다면 정확히 티맥스윈도우 발표 10년만에 약속을 지키는 셈이다.

IT 업계에서 10년은 엄청나게 긴 기간이다. 이 10년 동안 천지개벽할 변화가 있었다. 모바일 혁명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이후 PC용 운영체제는 이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PC 운영체제는 오피스와 같은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기 위한 도구로만 남아있다.

관심은 모바일 운영체제로 넘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10 이후 새로운 윈도우를 만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윈도우10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만 될 예정이다. 윈도우를 새롭게 브랜딩하는 것이 의미없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이 때문에 티맥스가 오는 7월 쓸만한 PC용 운영체제를 출시한다고 해도 이제는 예전처럼 관심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티맥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만들고 싶어했다. 윈도우용 애플리케이션을 그대로 구동시킬 수 있는 운영체제를 꿈꿔왔다. 10년 동안 이것을 하겠다고 매달려왔다.

그러나 이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어려운 목표를 한 번에 이루려다보니 ‘타임 투 마켓’은 엄청나게 길어졌고, 그 사이 세상은 더 엄청나게 바뀌었다.

사실 티맥스가 노린 첫 시장은 공공기관의 인터넷 PC였다. 정부 및 공공기관은 보안을 위해 망분리 환경에서 일을 한다. 업무 컴퓨터는 내부 전용망에만 접속을 하고, 인터넷 접속을 위해서는 별도의 컴퓨터를 사용한다.

이 인터넷 PC는 말 그대로 인터넷 접속을 위한 것이다. 웹브라우저 등 극소수의 애플리케이션만 돌아가도 유용할 수 있다. 정부도 굳이 웹브라우저만 돌리면 되는 PC를 구동하기 위해 비싼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티맥스는 티맥스윈도우에서 스타크래프트나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을 돌리려고 했다. 공무원이 출근해서 스타크래프트나 소녀시대 영상을 볼 일은 별로 없을텐데 말이다. 일단 웹브라우저만 잘 돌아가도 망분리 시장에서 기회는 있었을 것이다.

최근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라는 것이 화두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법인데, 최소존속제품(MVP,Mimimum Viable Product)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고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빠르게 반영하거나 전환하자는 방법론이다.

티맥스 그룹 박대연 회장은 최근 2030년 그룹사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향후 10년간 현재의 1000배 이상 성장을 거두겠다는 포부다. 원대한 목표를 세우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그 꿈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우려스러운 점은 또 이를 위해 복잡하고 완벽한 퍼즐을 완성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박대연 회장은 ‘플랫폼 스페이스’라는 것을 소개했는데 통합 UI 플랫폼, 미들웨어 플랫폼, DB플랫폼이 모두 가상화 및 통합된 형태로 제공된다고 한다.

설명만 들으면 린 스타트업과 정반대의 길인 것 같다. 시장의 기존 클라우드 제품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완벽하고 기능이 많은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완성된 제품을 만들겠다고 10년을 보내는 것보다 어설픈 제품이라도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기능을 담아서 시장에 내놓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티맥스가 10년 전 웹브라우저 하나만 돌릴 수 있는 운영체제라도 인터넷 PC 전용으로 출시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오는 7월 출시된다는 티맥스OS보다 훨씬 더 훌륭한 운영체제가 되어있을 것이다.

티맥스에 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권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