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식 현대차 CIO “오라클 DB 대신 티베로”

데이터베이스는 기업의 IT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회사의 모든 데이터가 DB에 담기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DB는 다소 비싸더라도 가장 안정적이고, 성능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라클이 국내 엔터프라이즈 DB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오라클 DB가 아닌 다른 제품을 활용해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회사가 현대기아차다.

티맥스데이터는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IT인프라에 적용할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에 자사의 ‘티베로’를 공급한다고 12일 밝혔다. 현대기아차 공급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 전체 IT시스템의 표준 DBMS에 ‘티베로’ 도입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 벤더(공급사)의 단순한 허풍이 아니다. 벤더들이 고객사 이름이 들어간 보도자료를 미디어에 배포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객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현대차가 티맥스데이터의 보도자료를 사전에 허가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날 오전 티맥스데이터와 현대기아차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산 DBMS 발전과 DBMS 운영 다각화 사업을 위한 협력 MOU체결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현대기아차의 서정식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참석했다. 대기업이 특정 소프트웨어 벤더와 MOU를 체결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인데, 이런 자리에 CIO가 참석하는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현대기아차가 티맥스데이터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현대차 서정식 CIO(왼쪽), 티맥스데이터 이희상 대표(오른쪽)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향후 생산, 자재, 판매, 금융 등 국내 IT인프라는 물론 북미, 중국, 유럽, 인도 등 글로벌 DB 시스템에도 티베로를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ICT본부 서정식 전무는 “2009년부터는 티베로를 테스트 형태로 써오다가 여러 표준 중 하나로 삼은 지는 몇년 됐다”면서 “1년 전부터 메인으로 티베로를 쓰는 방향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제휴가 앞으로 현대기아차 IT 시스템의 모든 DB 를 티베로로 바꾼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대기아차 그룹에는 국내외에 수천 개의 IT시스템이 존재하는데, 티베로를 지금보다 더 쓰는 방향으로 잡겠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오라클 DB 일변도 상태에서 시스템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DB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ERP 등 미션 크리티컬 시스템의 DB를 SAP HANA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성능과 안정성이 극도로 중요한 시스템에는 SAP HANA를 적용하고, 이보다 중요도가 낮은 시스템 중에서 오라클을 이용해온 시스템을 티베로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보다 중요도가 더 낮은 시스템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도 활용할 방침이다.

서 CIO는 “과거엔 사실상 한두 개 솔루션으로 다 했는데, 앞으로는 특성과 종류, 중요도 등급 등에 따라 SAP HANA, 티베로, 오픈소스까지 구분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크리티컬하지 않은 시스템은 오픈소스로 추진하고, 티베로 전환이나 구축이 용이한 부분은 티베로를 쓰는 형태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티베로 도입율이 10%대인데, 앞으로 2~3배 늘릴 예정이라는 것이다.

티맥스데이터 이희상 대표는 “글로벌 톱 5 자동차 기업인 현대기아차와 시스템 SW 원천기술을 보유한 티맥스가 세계 초일류 기업을 향한 협력을 지속한다면 양사 모두가 비즈니스 기회를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티맥스는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티베로가 현대기아차는 물론 계열사의 수많은 업무에도 안정적으로 적용되어 메인DB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뛰어난 DB 제품과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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