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를 물먹인(?) 무제한 라이선스, 국산SW업계 울린다

최근 KB국민은행과 티맥스소프트와의 분쟁이 화제다. ‘을’의 입장에 있는 소프트웨어 벤더가 ‘갑’인 고객사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이다. ‘을’은 원래 답답하고 억울해도 참고 넘어가기 마련인데 용기를 낸 티맥스에 박수를 친다는 의견도 있고, 절차상 하자가 없는데 티맥스가 ‘국산’임을 내세워 애국심 마케팅을 펼치려는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그런데 이번 논쟁에서 눈길을 끄는 단어 하나가 등장한다. 바로 ULA(Unlimited License Agreement)다. KB국민은행은 티맥스의 기자회견 이후 “비용절감 및 제품성능 등을 감안하여 복수벤더 제품의 계약형태를 ‘용량단위 계약’에서 ‘통합 ULA 계약’ 형태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SK(주)C&C와 합의했으며, 한국오라클과 한국IBM이 가격경쟁에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ULA란 기업이 특정 벤더의 제품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다. 일반적으로 ‘사이트 라이선스’라고 부르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특정 벤더의 제품을 많이 사용할 경우 카피마다 일일이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ULA 계약을 맺고 제한없이 사용하는 것이 저렴하다.

또 ULA를 이용하면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이라는 리스크를 떨쳐낼 수 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우 저작권 준수 확인을 위한 감사에 나설 때가 많은데, 고객기업이 이 과정에서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무제한 라이선스에 가입하면 이와 같은 저작권 감사에서 벗어나게 된다.

ULA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오라클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중 오라클 DB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성능과 안정성이 필요한 거래 시스템의 경우 오라클 DB가 필수적으로 이용되므로, 오라클 DB의 ULA를 이용하는 기업이 많다. 한국오라클 측은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ULA 계약을 맺은 기업이 세자리 수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ULA 계약은 경쟁 소프트웨어, 특히 국산SW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효과도 가져온다. ULA 계약을 맺으면 그 소프트웨어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계약 기간에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KB국민은행의 경우 ULA 계약을 맺을 것이기 때문에 티맥스데이터의 티베로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티베로는 은행의 모든 업무에 사용하기는 힘들어서 모든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IBM이나 오라클 중에서 선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특정 DB와 ULA를 맺으면 다른 DB를 쓸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국내 DB의 경우 입지가 좁아진다. 거래처리부터 분석까지 다 가능한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제품의 경우 기업의 특정 업무 시스템을 타깃해서 비즈니스를 펼치는 경우가 많은데, ULA를 맺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국내 DB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최근에 오라클과 영구적인 ULA(Permanent ULA)를 맺는 기업도 있다. LG유플러스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다른 DB벤더는 LG유플러스 근처에 가기도 힘들어졌다.

한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는 “오라클 ULA를 가입한 고객은 영업이 불가능하다”면서 “ULA가 저희에겐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ULA 가입에 위험성도 있다. 한 번 가입하면 오라클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라클 ULA를 3년 계약으로 가입한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 기업은 거의 모든 업무에 오라클DB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추가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무제한 뷔페 식당에서 최대한 많이 먹으려는 심리와 비슷하다.

그러다가 3년이 지나 계약을 해지하려고 하면 쉽게 해지할 수가 없다. 해지하면 이후부터 훨씬 많은 라이선스비용이 청구되기 때문이다. 오라클을 사용하는 시스템은 기존보다 늘어났고, 만약 사용량만큼 라이선스비를 내게 되면 요금폭탄을 맞게 된다. 그렇다고 그 시스템을 전부 다른 DB로 바꿀 수도 없다. 결국 이 기업은 다시 오라클과 ULA를 맺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ULA는 특정 벤더에 락인(Lock In)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DB의 경우 요즘 국내 제품도 좋아졌고 AWS 오로라 등 새로운 대안도 많은데 오라클에 묶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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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국산 DB 가 좋아졌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합니까? 당연 후발 주자로 힘든 것은 이해하지만 어설픈 애국심 마케팅 등으로가 아닌 기존 DB 들에 비해 월등한 기능이나 장점으로 고객을 끌어오고 그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경쟁해서도 선택이 되지 않는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지, 남 탓을 한다고 안될 일이 됩니까? 아예 그럴 각오가 아니었다면 그 시장에 뛰어들지를 말았었던가…

    1. 애국 마케팅 같은 소릴하고 자빠졌네. KB에서 필요한 SW는 티맥스제품으로 충분히 커버가능한데 한마디로 뭔가 썸씽이 있다는 냄새가 나고 있는거지. 한마디로 최종선택을 하게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배제한거겠지. 애국마케팅이 나쁘냐? 우리도 할 수 있는 모든제품을 외국제품을 쉽게들여와서 단기간에 남겨먹고 국내 생태계를 파괴하는 책임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의 미래를 바라보는 눈탱이가 앞을 보지 못한거지. 화웨이가 별거라서 통신장비 세계 일등이냐? 일관성있게 국가가 밀어주고 중국기업들이 사용해주고 그 기반으로 연구개발후 그 반대로 경영하는 미국 유럽업계들을 누르고 1등 기업이 된거지. 애국 마케팅? 나쁠것 없지 국내기업에서 결국 당신들의 자식 손자들이 목구멍에 풀칠을 할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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