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는 O2O가 정말 어려운 이유

여전히 O2O가 유행하고 있다. 오늘 인터파크도서는 영풍문고와 온·오프라인 주문을 연계한 O2O 형태의 서비스 ‘매장픽업’을 10월 말부터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인터파크도서 모바일에서 주문한 도서를 전국 40개 영풍문고 지점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인터파크도서의 ‘오늘픽업’은 모바일로 주문한 도서를 약 1시간 이내에 영풍문고 지점에서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새로울 것은 없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참 많다. 이베이코리아는 2016년 온라인 주문 상품을 GS25 편의점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 ‘스마일박스’ 서비스를 론칭했다.

롯데의 대표 옴니채널 서비스 ‘스마트픽’도 빼놓을 수 없다. 롯데계열 쇼핑몰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롯데백화점, 롯데슈퍼, 하이마트,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 롯데그룹 계열사의 오프라인 점포에서 픽업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 ‘티월드 다이렉트’는 온라인에서 주문한 휴대폰을 전국 SK텔레콤 대리점에서 수령할 수 있는 ‘바로픽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위 모든 서비스들은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의 거점에서 수령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프라인 거점이 계열사의 거점이냐, 외부 사업자와 제휴해서 만든 거점이냐. 그 정도 차이만 존재한다. 이게 대한민국에 널리 퍼져있는 일반적인 O2O 서비스다.

O4O란 무엇인가

요즘에는 ‘O4O(Online for Offline, Offline for Online)’라는 말이 유행한다. 지난 8월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본부가 공식 출범하며 온라인 전략으로 강조한 것이 O4O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복수 관계자를 통해 확인해보니 롯데그룹 내부에서 O4O는 ‘오프라인’에 방점을 찍은 O4O(Online for Offline)로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아무래도 롯데의 온라인 채널보단 오프라인 유통채널 비중이 높아서라고.

롯데그룹 물류유통 관련 계열사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이커머스본부를 출범하면서 O4O를 내세우긴 했는데, 아직 관련된 명확한 전략을 지시받은 것은 없다”며 “2020년까지 연매출 20조를 목표로 롯데가 가진 전국 오프라인 거점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고, 연말에는 새로운 전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O4O란 성장 한계가 있는 온라인 기업들의 오프라인 영역 확장이자 소비자 접점을 늘리기 위한 옴니채널 중 하나다. 최 교수는 “그렇다고 단순히 온라인 유통기업이 오프라인 유통거점을 만드는 것이 O4O는 아니다”라며 “중요한 건 정교한 데이터의 연동과 결합, 그리고 온오프라인이 유연하게 연결된 UI/UX다. 고객이 온오프라인에서 동등한 고객경험을 하도록 세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최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O4O와 O2O는 ‘옴니채널’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측면에선 차이가 없다. 중요한 차이점은 온오프라인에서 ‘동등한’ 고객경험을 만들 수 있느냐에서 나온다.

완결된 O2O는 어렵다

그래서 완결된 O2O는 어렵다. 고객주문부터 상품수령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오가며 데이터와 서비스, 물류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 혼자서 한다면 비교적 쉽다. 그러나 어떤 기업 혼자 완성할 수 있는 서비스는 그렇게 많지 않다. 내외부의 여러 파트너와 함께 하기에 어려운 거다.

실제 완결된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예부터 옴니채널을 밀어왔고, 이제는 O4O를 이야기하는 롯데그룹에게도 어렵다. 롯데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에는 온오프라인 계열사들이 많은데, 아직도 서로 영역을 나누고 이건 내거, 저건 니거 하고 있다”며 “(O4O를 만들기 위해선) 그 조정 작업이 분명히 필요하고, 이커머스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쇼핑몰’ 구축 또한 그 일환”이라 말했다.

인터파크도서의 ‘매장픽업’도 마찬가지다. 인터파크도서는 이번 서비스 제휴를 통해 고객 편의성 강화는 물론, 매출 증대와 물류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기존 고객의 자택까지 ‘무료배송’으로 처리되는 도서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장픽업을 완결된 O2O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먼저 즉각적인 데이터 연동이 되지 않는다. 고객이 매장픽업 후 주문 후 수령까지는 약 1시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인터파크 관계자에 따르면 이 1시간이란 고객 주문 후 데이터가 영풍문고 시스템까지 전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주문 상품을 물리적으로 준비하는 시간까지 포함된다. 1시간은 꼭 정해진 시간은 아니다. 매장마다 다르다. 고객 경험은 당연히 달라진다.

두 번째는 오프라인 지점의 재고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인터파크 관계자에 따르면 고객이 상품 수령을 원하는 영풍문고 지점에 도서 재고가 없으면 해당 지점에서 매장픽업 주문 자체가 안 된다. 이럴 경우 고객은 재고를 보유한 다른 지점을 검색해서 도서주문을 수령하거나 해당 지점의 재고 입고까지 기다린 다음 주문을 해야 한다. 여기서도 고객 경험은 달라진다.

두 기업을 예시로 들었지만, 이들만의 어려움은 절대 아니다. 제대로 된 O2O를 만드는 것은 한국의 어떤 기업이라도 쉽지 않다. 오늘도 온오프라인에서 동등한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한 온라인, 오프라인 기업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SK텔레콤 티월드 다이렉트몰의 배송파트너인 원더스의 김창수 대표는 “기존 SK다이렉트몰의 바로픽업 서비스는 대리점이 아닌 온라인에서 휴대폰을 구매하긴 했는데, 다시 대리점에 가서 휴대폰을 받아야 해서 고객 경험 측면에서 오프라인에서 휴대폰을 구매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며 “원더스가 티월드 다이렉트몰에서 제공하는 ‘오늘도착’의 가장 큰 경쟁력은 고객이 있는 곳까지 휴대폰을 배송해주고 현장에서 개통과 데이터 이전까지 끝내주는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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