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용 번역기가 나왔다. 이제 외국어 공부를 때려치우자. 농담이다. 이 제품은 여행용이다.

손이 예쁘다

첫 느낌은 역시 애플의 영향을 받은 유선형, 화이트 디자인인 느낌인데 만져보면 무광 플라스틱으로 애플 제품처럼 고급스럽진 않다. 여자 손으로도 편하게 잡을 수 있는 크기다. 무게는 42g으로 매우 가볍다. 목에 걸고 다니라고 끈을 주는데 걸면 정말 “나 여행객이다”라고 말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주머니가 있는 것이다. 자주 써야 한다면 손목에 걸어도 손목 자체에 큰 부담은 주지 않는다.

지금 이걸 리뷰하자고 당장 일본을 갈 수 없으니, 2월에 일본에 갔을 때 어려움을 느꼈던 상황에 대입해봤다. 일정은 오사카를 기점으로 간사이(관서) 지방 주요 도시인 교토, 나라, 고베 시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첫 일정은 오사카부터.

오사카성 해자

오사카성은 유럽 성처럼 해자(성 주변에 구덩를 파 물을 채워놓음)가 있다. 그래서 다리로 입장하고 다리로 빠져나가야 한다. 입구는 전철역에서 찾았으나 출구 다리를 찾을 때 물었다.

“여기 다리가 어디에요?”

통역기는 교각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당시엔 앱으로 물었더니 내 몸을 쳐다봤다.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일본어를 몰라도 발 족자를 보면 신체를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사카성에서는 시바견을 만났다. 주인 아저씨는 여성이나 아이에게만 시바견을 한 번씩 안아보게 해주고 있었다.

정말 귀엽다

한번 안아봐도 되냐고 묻고 싶었으나 통역기가 없었다. 통역기가 있었으면 이렇게 물어봤을 것이다.

 

번역기로 물어보면 못 안아본다

 

오사카 이후엔 나라 시로 오로지 사슴만 보러 갔다. 나라 시의 여러 공원은 엄연히 이름이 있다. 관심이 없었을 뿐. 그래도 사슴 공원이라고 물으면 다 알아듣는다고 해서 이렇게 물었다.

아 아니 그거 말고요.

기자는 나라 시 상인들에게 성적수치심을 드린 것 같다. 고멘나사이.

일본인한테 오디에요라니

구글 번역기는 사슴 공원 자체는 번역해줬는데 ‘오디에요’를 그냥 외국어 처리(가타가나)했다. 이럴 거면 한국말로 물어보지.

사슴을 만나서는 일본말과 한국말로 모두 말을 걸어 보았으나 사슴은 철저하게 먹이(전병)에만 반응했다. 어느 정도냐면 점퍼 주머니에 머리를 막 넣고 뒤진다. 그래서 전병이 나오면 맹수같이 물어뜯는다. 깡패 만난 줄 알았다.

이렇게 순진하게 생겼는데 완전 깡패다. 길가는 사람 돈 뺏는다.

사슴에게 돈과 식량을 다 뺏기고는 울면서 나라 역으로 돌아왔다. 일본에서는 만화에서 한 번씩 봤을 법한 도시락(에키벤)을 역마다 판다. 해당 역 인근 도시의 특산물로 만든 것이다. 나라 역에서 파는 도시락은 고등어를 올린 초밥 같아 보였는데, 평소 생선에 대한 지식이 없어 고등어인지를 먼저 물어야 했다. 숙성 고등어는 회는 물론 초밥으로 먹어도 매우 맛있다. 이렇게 물었다.

자꾸 나라 시민들께 죄송하다. 한국에서 미친 사람왔다고 소문났을 것 같다. 한 번 더 물었더니 제대로 나왔다.

고등어도 모르냐고 누가 묻던데 저렇게 다시마를 붙여놓아서 그렇다

돌아오는 길에는 오사카에서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을 가려고 했다. 숙소 인근(니혼바시)에서 현지인 가는 식당이 어디냐고 물었다.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

결국 포기하고 현지인을 미행해 야끼소바집을 찾았다. 야끼소바를 달라고 했더니 우동면과 국수면 중 뭘 넣어줄지 물었다. 우동면이면 처음부터 야끼우동이라고 했겠지. 참 답답한 청년이네 하면서 뭐가 맛있는지 물어봤다(츤데레다).

우동이 더 맛있다는 대답이 나왔으나 원래 계획대로 소바를 주문했다.

사진만 봐도 맛있다

이때 볶음 외에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오이가 들어가는 것 같아 오이를 빼달라고도 해봤다. 잘 된다.

고베 시에 도착해서는 투어 버스를 타려는데 카드가 불가능한 것 같아 물어봤다. 통역은 잘 됐지만 카드는 실제로 불가능했다.

특이하게 과거에 한국에도 있던 안내자가 버스에 있다

버스 카드에 왜 타

고베는 항구로 유명하다. 배를 타려고 할 때 아래의 디테일한 주문이 가능했다.

이후 오랜 여행에 지쳐 한식집을 찾았다. 잠깐 헤멨으나 곧 한식집을 안내해준다.

사실 그냥 돌아다녀도 찾을 수 있다

 

왜 한방향 통역기일까

왜 한방향 통역기인지는 사이트에 잘 나와 있다. 프로토타입으로 시험해보니 양방향 통역기를 굳이 여행자들이 사용하기를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기기를 건네기 어렵고, 굳이 직원과 대화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통역기이므로 데이터 문제를 줄여 원활하게 대화를 하려는 의도도 있다.

굳이 이 제품을 써야 할까

위 사례들을 볼 때 여행용으로는 확실히 번역 앱들보다 낫다. 특히 ‘다리’, ‘배’ 등의 동음이의어에서는 발군의 번역 능력을 보인다. 배의 경우 신체, 과일, 타는 것 모두를 구별해 통역한다. “배 하나에 얼마예요”라고 잘못 물으면 한국에서 온 졸부인 줄 알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두 문장 이상을 말할 경우 구글이나 파파고 등은 문장을 재빠르게 수정한다. 길게 말하기엔 번역 앱이 좋을 수도 있다는 의미.

기준어가 일본어인 것도 마음에 든다. 일본어는 다른 언어 대비 DB가 풍부하다. 이유는 전 세계 덕후들이 충실히 DB를 쌓아놓았기 때문. 또한, 국어와 일본어의 유사성이 다른 언어(중국어, 영어 등)보다 높아서 통역이 아주 잘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제품은 효도 상품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람들은 통신망을 어떻게 잡아야 하며, 번역 앱을 어떻게 써야 쉬운 통역이 가능한지를 현장에서 바로바로 결정할 수 있지만 노인 세대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누르고 말하면 되므로 조작이 편해서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정식 출시부터 영어를 지원하기도 해 여러 나라에서 쓸 수 있다. 연내 중국어 지원도 예정돼 있고 한 기기로 모두 가능하다.

물론 일본을 포함한 어디에서든 영어를 써도 된다. 일본 관광지 직원들은 대부분 젊은 편이며, 이들은 일본식 발음이긴 하지만 영어를 잘 구사한다. 영어로 물어볼 수 없는 건 거의 없다. 그러나 부모님 세대라면 어떨까. 오로지 국어로만 굳세게 대화하는 아버지를 떠올리면 해답이 나온다.

가격은 249,000원으로 비싸다. 비수기에 일본 왕복 비행기를 끊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효도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비싸지 않다. 한 번 사서 소프트웨어를 계속 업데이트하면 계속 쓸 수 있으므로 비싸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나를 사서 동네에서 돌려쓰는 방법도 있다.

언어 업데이트나 후속 조치는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지속된다고 한다. 한 번 충전으로 약 3일간 사용할 수 있지만 혹시 모르니 여행지에선 매일 충전하도록 하자. 마이크로 USB라 남의 충전기를 빌려 쓰기도 좋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질문을 해본다.

실패했다.

추가적으로 궁금한 문장은 바이라인네트워크 페이스북에 질문 달아주시면 사용해보고 댓글 달도록 하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